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백종수
댓글 0건 조회 749회 작성일 26-01-14 22:48

본문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선재스님

“음식에 의지해서 음식을 버려라.”

아난존자의 설법으로 현재 먹는 음식을 지혜롭게 수용하면서 그것에 의지해 이전 ‘업(karma)’의 굴레를 벗어버리라는 뜻이다. 

‘업’은 바로 욕심 때문에 생긴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자비를 베풀어야 비로소 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먹는 것이 우리를 중생에 머물게 한다. 먹는 것이 욕망의 원인이 되고, 욕망을 일으키고 욕망과 만나게 한다.’ 

 욕망을 다스리려면 제일 먼저 음식에 대한 절제, 비움이 있어야만 한다. 

음식을 욕망이나 맛으로 먹지 않으며, 도를 닦는 데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 먹는다.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며, 오늘날 사찰음식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다.

 


살아오면서 음식 앞에서의 나의 마음가짐은 어떠했는가. 어떤 날은 단순히 배가 고파서 먹었으나, 어느 날은 마음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또 몹시 고단했던 어떤 날은 무언가 보상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습관적인 과식(過食)을 해왔다. 어릴 때 종교의 가르침으로, 군인 신분이었을 때 나라의 귀한 세금으로, 내 앞에 차려진 일용할 양식의 출처를 되새기며 거룩한 감사 기도를 시작으로 식사를 했던 행위도 어느 시점부터 잊고 지내왔다. 최근에는 먹는 순간의 기쁨도 잠시, 식사를 마치면 거북함과 후회가 밀려오는 기억이 많았다.


삶을 살아가면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불안하면 더 붙잡고, 공허하면 더 채우고, 흔들리면 더 확실한 무언가를 찾는다. 그런데 늘 채움의 만족감은 잠깐이었고, 과한 욕심을 부리다가 탈이 났던 기억들이 더 강렬하게 남아있다. 일련의 과정이 불교에서 말하는 ‘업’이라면, 지금의 내 업은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즉시 채우려는 습관”이라고 볼 수 있다. 고로 처음에는 모순처럼 느껴졌던 “음식에 의지해서 음식을 버려라.” 라는 말도 단순히 ‘먹지 말라’는 금욕의 명령이 아니라, 음식이라는 욕망을 채우는 매개체 자체에 집착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 책을 읽고 이해하게 되었다.

 



“음식이 맞고 안 맞고 분별하지 말라. 좋아하는 음식에 집착하고 그것만 즐기면 욕심과 집착이 일어난다. 그것이 바로 번뇌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채식과 육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식(小食)’이다. 

욕심, 집착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집착은 고(苦)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사찰음식의 근본은 마음속 깨달음을 지향하는 선식(禪食)이다. 

단지 고기를 절대 먹지 말라는 경계와 금지의 가르침이 아니다. 음식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버리되 삶을 온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가르침이다.



불교에서 강조하는 ‘소식(小食)’이 단순히 적게 먹는 수행이 아니라, 욕심과 집착을 다루는 태도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면 결국 무엇을 먹느냐 보다, 어떤 마음으로 먹느냐가 중요하다. 과식을 고치겠다는 나의 결심은 단순히 서른에 접어든 나의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 개선이 아니라, 욕심을 다루는 연습이 될 수 있기에, 고로 올해는 배고픔이 사라지면 멈추는 연습을 하고, ‘지금 더 먹고 싶은 건 몸의 필요인가, 마음의 욕심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허전함이 올라올 때마다 즉시 무엇으로 메우기보다 잠깐의 공백을 견뎌보려고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