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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아끼며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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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규
댓글 0건 조회 658회 작성일 26-01-2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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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아끼며 살아라

- 나태주 -


‘풀꽃’이라는 시로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너를 아끼며 살아라』는 시인이 오랫동안 써 온 말과 시를 통해 삶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페이지 수는 적지 않지만, 실제로 읽다 보면 짧은 글과 시들로 이루어져 있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시를 쓰는 일을 무언가를 덧붙이는 조소가 아니라, 필요 없는 것을 깎아내는 조각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 말처럼 이 책에 실린 글과 시들은 길지 않지만, 매일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가 분명하다. 

또 글 사이사이에 시를 배치한 덕분에 글로 읽었던 내용을 시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어, 그저 작가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라 더욱 마음이 갔다.


인생의 사막을 걷는 법

종종 비유의 대상이 되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일은 사막을 걷는 것과 닮아 있다. 행복이나 자유처럼 각자가 바라는 목표를 향해 긴 시간을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리다 보면, 존재할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을 헤매는 모습과 겹쳐 보인다. 잘 정돈된 길이 놓여 있는 곳과 달리,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막막함 또한 인생과 사막의 공통점이다.

요즘 졸업, 취업, 결혼, 노후와 같이 인생의 중대사라고 할 만한 단어들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면,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 단어들이 지닌 무게감에 짓눌려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리곤 한다. 그런 나에게 작가는 방황하지 않는 청춘은 없다고 말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걱정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 역시 각자의 이유로 막막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모두가 불확실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든다. 동시에 먼 미래에 대한 걱정에 압도되어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것보다는, 비록 서툴더라도 하루하루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작가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일상 속에서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하나씩 이루어 가는 과정이 곧 성장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 말은 인생이라는 사막을 걷는 방법이 멀리 있는 오아시스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버텨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 곁에 사랑이 있다

앞선 이야기들이 막막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면, 작가는 그 여정을 혼자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잊지 말라고 말한다. 사람은 막막한 상황에 놓일수록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잃고, 자신이 처한 힘든 상황에만 매몰되기 쉽다. 나 역시 불안한 생각이 많아질수록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작가는 그럴 때일수록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는지를 떠올려 보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을 계기로 오늘 하루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연구실에 앉아 있는 나에게 오는 눈인사, 또 저녁 어느 때 “같이 운동 하러 갈래?” 하고 건네진 한마디처럼, 별것 아닌 순간들 속에도 분명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평소라면 쉽게 지나쳤을 장면들이었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바라보니 그 하루가 전혀 다르게 보였다.

이 깨달음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로도 이어졌다.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나 역시 다른 사람의 날 선 하루 속에서 잠시라도 긴장을 풀 수 있는 따스함이 되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라는 사막을 걷는 동안 서로에게 작은 그늘이 되어 주는 것, 그것이 작가가 말하는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또 책을 덮고 나서는 여태까지 인생을 너무 거창하게 바라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며 하루를 소모하기보다는, 오늘 하루 속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는지를 놓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인생이라는 사막을 걷는 동안 마주하는 작은 위로와 사랑, 그리고 그 순간들을 곱씹는 태도가 하루를 밀도 있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그런 순간들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작은 그늘이 될 수 있는 하루를 살아가고자 한다.


사는 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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