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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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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호
댓글 0건 조회 5,982회 작성일 18-04-06 00:08

본문

"나는 빨리 젊어져야 해. 젊어지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노파의 말이 들려왔다. 그
말은 이제 나의 절규가 되었다. 나는 늙어 가는 중이다.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남은 걸까. 초상화를 넘겨야 한다. 그런데, 누구에게? 

- 초상화 이야기 중 -

  모든 사람은 늙는다. 그리고 결국에는 죽는다. 이 단순한 진리 앞에 모든 인류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 시간의 앞도적인 지배로부터 온전히 자유할 수 없는 인간은 그 어디에도 없기에 역사의 흐름 속에서 늘 인류에게 노쇠화와 죽음이란 공포적인 존재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공포로부터 자유하기 위해 어떤 이들은 시간을 초월하는 위치에 있는 신적인 존재를 갈망하며 살고, 또 다른 이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늙음과 죽음의 발거름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연구에 몰두한다. 하지만 종교는 사람을 늙음과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유롭게 하지 그들을 불병불사의 몸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현재의 과학기술 또한 사람의 수명을 과거에 비해 배로 늘렸지만 여전히 인간의 늙음과 죽음을 완벽히 막지는 못한다. 결국은 모든 사람은 늙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죽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에 늙음과 죽음의 순리를 거부하는 방법이 있다면? 시간의 거스르는 힘을 얻어 영원한 젊음을 지닐 수 있다면? 사람이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하는 시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스스로가 신과 같은 존재가 됨과 다름이 없기에, 그러한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모든 것을 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소설 '초상화 이야기'는 한 사람에게 영원한 젊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사람이 젊음에 대한 특별한 미련도 욕심도 없었다 할지라도 그 사람이 얼마나 탐욕스러워지고 악해질 수 있는 지를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송기석은 미제 살인사건을 전담하는 뛰어난 배테랑 형사로, 유명 연예인 장미라의 미스터리 방화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 장미라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를 손에 넣게 된다. 그 초상화가 주기적으로 피의 서약을 맺으면 영원한 젊음을 약속하는 힘이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 송기석은, 젊고 잘생긴 사업가 '에이스'로부터 빼앗긴 바람피는 아내를 되찾기 위해 초상화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송기석은 피의 서약을 통해 젊어지는 데에 성공하지만, 점차 커져가는 젊음에 대한 갈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내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를 포기한채 피의 서약 만을 갈구한다. 송기석의 과한 욕심을 결국 피의 서약에 실수를 저지르게 만들고, 송기석은 곧 모든 젊음을 잃어버린채 급격하게 노인이 되어 죽음을 앞두게 된다.

  젊음이란 아름다운 것이다. 젊음에는 생기가 있고, 힘이 있고, 건강이 있고, 열정이 있고, 미래가 있다. 그러기에 시간의 풍파를 오래 겪은 사람일 수록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젊음의 때를 추억하고, 아쉬워한다.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아깝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자신이 한때 지니고 있었던 젊음을 더욱 가치있고 의미있게 사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곧장 후회한다. 하지만 사람이 늙는 것, 그리고 죽는 것은 순리이다. 이 세상에는 피의 서약을 통해 영원한 젊음을 주는 '초상화'도, 마시기만 하면 몸이 어려지는 젊음의 샘도, 영원한 생명을 약속해주는 불로초도 존재하지 않는다. 젊음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지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젊음을 영원히 지니는 방법이 사실 존재한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분명 젊지만, 오늘의 나또한 내일의 나보다는 젊다. 40대의 중년는 20대의 젊었던 시절을 향수하지만, 60대 노년에게는 40대도 충분히 젊었던 시절이 되지 않겠는가? 심지어 80대의 노년의 때라도,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는 향수하는, 혹은 후회하는 젊음의 때가 된다. 내가 소유하고 있지않는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는 사람은 시간의 노예가 된다. 하지만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현재를 붙잡고 있는 사람은 시간을 지배할 수 있다. 과거의 나는 분명 수많은 좋은 기회들를 놓쳤고, 수많은 관계에 실수를 저질렀다. 그렇다고 해서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에 집중할 것이다. 오늘 하루가 내일의 나에게 후회스러운 과거가 되지 않도록,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는 초상화가 아닌, 오늘의 나의 모습을 보는 거울을 보면서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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