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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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디자인하다
오쿠야마 키요유기 지음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중 페라리의 자동차는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차량이다. 그 중에서도 엔초 페라리는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유명한 차량으로 페라리의 창업주인 엔초 안셀모 페라리와 함께 페라리 창립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된 차량이다. 기본적으로 페라리의 차량들을 슈퍼카로 분류할 수 있다면, 엔초 페라리는 그를 넘어선 하이퍼카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엔초 페라리의 디자이너이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차에 관심이 많은 편인 나로써는 저자가 엔초 페라리의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안 순간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의 의도가 명확한 책이다. 바로 꿈에 대한 이야기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미래’를 믿고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의도이다. 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첫 장에 저자가 ‘아, 이 사람은 분명히 행복하구나’ 하고 느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 다음으로 저자의 인생을 돌아보고 ‘물건’과 관련된 재미와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세 번째 장에서는 저자의 눈으로 본 행복을 위한 키포인트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제조업’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마무리된다.
‘고뇌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비료’
이 책에서 저자는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고뇌는 무언가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고뇌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제품은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언뜻 심플해 보이지만 사실은 무척 고심한 부분이 숨어 있고, 사용하면서 점차 만든 사람의 고민과 해결책을 느끼게 되는 제품이 좋은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라고 말한다. 이런 저자의 신념 때문일까 그는 고민스러울 때는 항상 철저히 고민하고 결론을 내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고 말하며 본인의 인생은 늘 고뇌와의 이인삼각 경기였다고 표현한다.
다만 그런 그도 힘으로 자신을 몰아쳐 고뇌에서 벗어나던 방법에서 최근에는 조금 힘을 빼면서 고민하는 기술을 터득했다고 한다.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하던 일들을 발을 멈추고 어깨 힘을 빼고 보면 자연스레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흘러가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다 보면 모르는 사이에 보이지 않는 속도가 붙고 그에 휘둘려버리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때때로 어깨 힘을 빼고 물건 만들기의 본질로 돌아가기 위한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그 시간만큼은 자신의 페이스를 멈춰 서거나 주위를 둘러보면서 고민을 돌파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학원생으로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좋은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고뇌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런 연구 말이다. 그러나 그런 연구를 하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대학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적응 기간을 거치면 연구의 진도에 속도가 붙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공부하며 알아가는 게 많아질수록 실험을 진행하며 쌓이는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연구가 진행되는 속도는 느려지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만큼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지는 이유도 있었지만,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활 속에서 시간이 자꾸만 흐르는 것이 사실 좀 두려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책을 접했고,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용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내가 진행한 실험들과 작성한 연구 노트들을 보면서 내가 놓치고 지나간 것은 없는지 확인했다. 그러자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던 실험 결과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실험 결과들 관의 연관 관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를 토대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실험을 진행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단어 중에 ‘문샷’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말은 1969년을 기점으로 의미가 달라졌는데, 그전까지는 ‘지구 바로 위의 달을 향해 철포를 쏘는 일은 쓸데없고 위험하기까지 하다’라는 관점에서 ‘바보 같은 짓,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하지만 아폴로 11호가 말 그대로 달착륙에 성공한 후로는 ‘아무리 원대한 계획이라도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실현된다’는 의미로 바뀌었다. 모든 구체적인 물건 만들기, 또 보이지 않는 것을 만드는 일에 관련된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문샷’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무언가를 성취하려는 사람에게 ‘문샷’은 최고의 낭만이자, 꿈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뇌라는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고,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이럴 때 무턱대고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멈춰 서서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문샷’을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속도보다는 정확한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확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확신이 있다면 '문샷'을 위해 노력하는 순간이 좀 더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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