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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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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형도
댓글 0건 조회 5,665회 작성일 18-09-1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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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_ 손철주



         그림이란 자고로 침묵이 금이라며 단순히 바라만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수다가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그림을 감상할 땐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고, 그것도 쉽게 풀어야 한다니 나와 같은 그림 어린이들에게는 이보다 반가울 순 없다. 그러나 이것은 저자의 주장일 뿐, 초등학교 미술 교실 교재 같은 난이도를 기대한다면 큰코다친다. 미술 평론가이자 기자였던 작가의 전직이 보여주듯 재미있는 문체와 다소 생경할 수 있는 단어의 조합은 저자의 매력과 문필을 잘 보여준다.

 

                    - 예나 지금이나 잘 읽히는 그림이 좋은 것이라 단정할 순 없지만 좋은 그림은 잘 읽힌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 옛 그림은 잘 읽히기도 하거니와 해석의 층위도 다채롭다. 요즘 그림처럼 ’무슨체‘하거나 딴죽을 치지 않으면서도 속이 깊다.

                           세 마리 물고기를 그려놓고 세 가지 여유를 가르치는가 하면, 산수화 감상하기를 ‘누워서 다니는 유람’이란 뜻으로 ‘와유’라 했다.

                          우리 옛 그림은 그림의 멋 못지않게 감상의 맛을 중요하게 쳤다는 얘기다. -

 

         처음 접하는 분야를 알게 해주는 지적 충만, 그리고 술술 읽히는 듯하다가도 알 수 없는 표현에서 막히는 마치 즐거움과 아쉬움 사이에 놓인 그 무언가를 계속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단번에 읽을 책은 아니면서도 단번에 읽힌다.

 

         책을 열 땐 의구심이 가득했다. 서점의 마케팅 덕에 요즘에 읽을 책도 이래저래 많고 그림엔 일가견도 없는데 단순히 아는 형님께서 읽어보라는 함정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망스러운 내 맘은 의구심을 경이로움으로 바꾸다 못해 그림을 직접 보고 느끼게 만든다. 저자가 이렇게 만들었다. “그림은 제 눈에 꽃이면 된다.”

 

그림에 문외한인 나를 부추긴 저자이긴 하나, 그보다도 저자의 문장력이 일품이다.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해설, 비하인드 스토리, 혹은 문화 사조 등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수필가들의 글보다 훨씬 감각적이고 세련된 글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책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를 바탕으로, 그림을 검색하게 만드는 수고를 끼친다.

 

선과 여백의 미에서 벗어나 책의 후반부에서 옛 그림의 정취에 심취해 있는 와중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 예전 누군가가 우리 집에 선물해 준 조형물(?)은 범상한 우리들의 눈엔 너무나 어지러워 곧 집안 어딘가의 구석으로 유배된 아이다. 푸른색과 검은색이 투박하게 조화되고, 마치 장수의 상징인듯한 실타래가 어색하게 공존한, 조형물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작품이다. 책을 읽으니 마침 떠오른 이것이 지금은 과연 어떻게 보일지. “차이와 사이의 기쁨을 누릴 줄 아는 감상”을 멋대로 즐길 수 있는 관람객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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