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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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은 지도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점점 가망이 없어지고 있다. 해마다 더 많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인구도 줄고, 숲이 폐가를 집어삼킨다. 이 마을에 남은 유일한 희망은 하키다. 마을 경제가 곤두박질칠수록 관중석은 매주 만원사례를 빚는다. 어쩌면 마을의 미래를 베어타운 청소년 하키팀에게 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청소년팀의 준결승이 얼마나 중요하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 시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다. 우승한다면 정부에서도 죽어가는 베어타운에 관심을 보여 하키스쿨을 설립하도록 추진할지도 모른다. 주변에 가장 실력이 좋은 아이들이 몰려들어 베어타운 성인팀이 1부 리그에 다시 진입하면 대규모 후원사들은 관심을 보일 테고 의회에서는 넓은 도로와 컨퍼런스센터, 쇼핑몰을 지어줄지도 모른다. 이 시합이 중요한 이유는 마을 사람들의 경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생존이 달려있는 것이다.
이웃 마을 헤드와의 준결승에서 이긴 그날, 그들은 팀의 에이스 ‘케빈’의 집에서 파티를 벌인다. 케빈은 가장 촉망받는 청소년팀의 선수이자 모든 여학생의 로망이기도 하다. 준결승전에서 맹활약한 그를 이 파티에서, 마을 안에서 제어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고 할 것이다. 그는 호감을 느끼던 ‘마야’와 술을 마셨을 뿐이다. 그리곤 2층에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고, 마야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 의리’처럼 설명하기 힘든 단어도 없을 것이다. 의리는 항상 좋은 거로 간주된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베푸는 수많은 호의가 의리에서 비롯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저지르는 가장 나쁜 짓도 그 의리에서 비롯된다는 거다.
사람들은 집단을 위해 비겁해지기 쉽다. 보고도, 알고도 외면할 수 있다. 무언의 집단폭행이 시작된다. 케빈이 마야의 신고로 인해 경찰에 끌려가고 결승전에서 뛸 수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마을 사람들의 비난과 화살은 마야와 그 가족에게 쏟아진다. 근거 없는 추측이 난무한다. 케빈을 옹호하는 편의 많은 사람의 행동에 분하기 전에, 이런 상황으로 치닫는 베어타운의 현실이 너무나도 슬프다. 어디서부터 이 마을이 잘못된 것일까. 항상 시합 전 선수들의 긴장을 풀기 위해 외설적인 농담을 눈감아준 코치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케빈의 방에 떨어진 여자아이의 블라우스 단추를 발견한 케빈의 엄마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10년을 같은 하키팀에서 보내며 평생을 함께할 것 같았던 케빈의 유일한 친구 ‘벤’과 이 사건을 시작으로 다시는 케빈과 가까워지지 못한 것이, 하키팀의 단장 페테르가 동시에 피해자인 마야의 아버지라는게 슬프다. 그가 딸의 편에 섰을 때 조금이라도 하키팀을 생각했다는 사실에 자신에게 분노한다. 하키에 모든 노력을 바쳐왔던 유소년팀의 ‘아맛’이 이제 막 청소년팀에 합류해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낄 때쯤 하필 그 사건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이 때문에 멀어져가는 꿈과 올바른 길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상황이 슬프다. 단지 그들은 각자 옳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한 것뿐이다.
하키라는 스포츠는 이 불완전한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희망인 동시에 그 나쁜 의리에서 비롯되는 비극의 이유다. 선과 악은 확실하게 결정되어 있었지만 그들의 악한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는 마을 사람들 각자가 생각하는 그 고집스러운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공동체를 위한 행동에는 교집합이 없어진지 오래다. 하키 안에서 그렇고, 각자의 가족 안에서도 그렇다. 그저 이렇게 각자의 이상만을 고집하고 타협할 수 없는 마을이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볼 수 있을까. 결국 아맛의 용기 있는 발언으로 마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정리가 된다. 비록 아맛이 같은 청소년팀 선수들에게 두들겨 맞고 다시는 이곳에서 하키를 하지 못하게 되고, 케빈이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처분을 받았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이 비극은 가슴 아픈 사건의 종결과 동시에 새로운 미래의 시작을 그린다. 10년 뒤, 한때는 케빈의 파티에 모여있던 학생들이 하나 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마지막 대목은 이제까지의 베어타운과는 다른, 새로이 움트는 올바른 공동체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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