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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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김태현 저-
학부 시절 나는 삼성 드림클래스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2년간 중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던 적이 있다. 드림클래스는 사교육을 받기 힘든 차상위 계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대학생들이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15명 정도밖에 안 되는 적은 수의 학생들을 상대하면 되었기에 첫 수업 전 나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첫 수업에서 나는 기어코 한 학생을 울렸다. 학생들을 차례대로 칠판 앞으로 나오게 해서 문제를 풀어보게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이 학생 차례가 되었을 때도 역시 나는 그를 앞으로 나오라 했다. 그러자 그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이 깔깔 웃었다. 이해를 할 수 없었던 나는 꿋꿋이 그 학생을 나오라고 했고 그 학생은 한참을 칠판 앞에 바짝 붙어 서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 시간동안 역시 나머지 학생들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서로를 연신 쳐다보며 웃고 있었고 멀리서 지켜보던 나는 그 학생 곁으로 가서 문제가 어려우면 얘기하고 알려달라고 하면 되는데 왜 가만히 서있냐고 하며 얼굴을 봤더니 그 학생은 어느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칠판에 흘리고 있었다. 나는 순식간에 학생을 울린 교사가 되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그런 나를 놀리며 더 크게 웃어댔다.
수업을 중단하고 나는 학생들의 원래 담임 선생님께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아 걔 왕따 당하는 애에요. 웬만하면 수업 시간 내내 그 학생한테 다른 애들의 관심이 쏠리게는 하지 마세요. 선생님 부탁해요.’ 학생을 울렸다는 사실 보다 선생님의 말씀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리고는 그 애를 따로 불러서 ‘미안하다, 내가 몰라서 그랬다’고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어이없는 조언까지 들었다. 그 후로 나는 칠판 앞으로 학생들을 불러내는 수업 방식을 없앴고 그 담임 선생님과의 교류도 최소화했다.
언제부턴가 학교는 혼돈 속에 빠져있는 듯하다. 달라진 학생들의 모습이 연일 이야기되고, 흔들리는 학교의 위기에 대한 담론이 우리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고 있다. 아이들은 끝없이 달라져 가고 있는데 열악한 학교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결국에는 이 모든 책임의 화살을 교사를 향해 겨누기가 일쑤인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당해 내지 못한 채 자꾸만 흔들리는 교사들의 내면이 결국 다시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내게 그 상황을 어찌 회피해야 할지에 대해서만 일러주었던 그 담임 선생님만의 개인적인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실 붕괴’라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어 갈 뿐 개선의 기미를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수업을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들은 대부분 교사들을 경쟁과 평가의 장으로 밀어 넣거나, 수업 장학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피상적인 수업의 겉모습을 바꾸라고 강요를 할 뿐이다. 모든 학생들을 하나같이 콜로세움의 검투사로 여기는 것만이 현 교육 세태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싶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에게 수업을 바꾸는 힘을 기르라, 학생들로 하여금 배움이 즐겁게 여기도록 만들라 요구하며 정작 교사들 또한 경쟁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상황 또한 큰 문제라 여겨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배움에 대한 동기를 주체적으로 부여할 수 있게 하고, 학생들의 공동체 문화, 인성 등에 있어서의 문제점들을 회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잘 대처할 수 있게 할 것인가. 이 책에서 저자는 교사들이 스스로 내면을 살피고 수업을 돌아보는 ‘수업 성찰’을 통해 교사와 학생, 학교, 더 나아가 우리 교육의 근본을 바꾸어 가는 진정한 치유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업을 성찰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신의 수업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오랜 경력을 지닌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에 대해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 번도 자신의 수업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수업을 성찰하는 작업은 수업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살펴보되 겉모습을 살펴서 수업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내면을 중심으로, 학생의 배움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묵상하는 것이다. 수업 성찰은 동료 교사와 함께 살펴보며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나눔으로써 더욱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수업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수업 속 신념, 관계, 대화,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봐야 하는 것이라 말하는데 이는 흔들리지 않는 강한 신념을 가진 수업, 학생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고 상호 작용하는 수업, 교사 주도의 일제식 수업이 아닌 대화와 여백을 가진 수업을 가능케 한다.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이 있거나, 심한 경우 나처럼 학생이 울거나, 수업을 따라 오지 못하는 학생이 있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수업 속에서 흔들리는 내면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때 교사로서의 아픔을 공감하고 격려해주는 동료 교사에게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힘과 용기를 얻는 일련의 과정들이 한 학교의 문화가 아닌 우리나라 교육의 장 전반에 걸쳐 형성된다면 교사들이 조금 더 진정성 있고 따뜻하게 학생들에게 마음을 열어줄 수 있게 되어 학생들 또한 능동적으로 즐겁게 배움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 교육은 배우는 자의 태도를 가르치는 자가 얼마나 현명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활발한 소통을 기반으로 한 교실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은 은퇴한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었는지 질문을 받는다. 그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남들이 코치와 체육관에서 훈련을 할 때 나는 친형과 흙바닥에서 1on1을 했다. 나는 언제나 형에게 패배했고 생애 첫 농구부 시험에서도 보기 좋게 떨어졌다. 하지만 형에게 패배한 그날도 시험에 낙제한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슛을 던졌다. 날 떨어뜨린 코치의 말처럼 나는 농구의 기술과 전술은 하나도 몰랐지만 농구가 얼마나 즐거운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내겐 그 패배조차 즐거웠으니까.
배우는 것에 집착하다 즐기는 법을 잃지 마라. 부디 늦게 배워라 아니, 먼저 즐겨라.
남보다 빨리 배운 너는 실패를 피할 수 있겠지만,
남보다 즐길 줄 아는 너는 실패 따윈 보이지도 않을 테니까.
-마이클 조던-
이처럼 진정 교실이 즐겁고 교사와의 대화가 행복한 학생은 시험에 대한 두려움 따윈 없을 거다. 학생들의 얼굴이 닭똥 같은 눈물로 범벅되는 것이 아닌 함박웃음이 피어나는 그 날이 얼른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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