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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 - 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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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환
댓글 0건 조회 5,996회 작성일 18-04-0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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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 > - 김 욱

 

- 박근혜 · 문재인의 사과가 말해주는 것들

 

- 이 승 환 -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실언을 할 수도 있고, 순간적인 감정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는 등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잘못을 하며 하루하루를 넘긴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눈치채면 자연스레 가슴이 쿵쾅거린다. 여기에서 우리 대부분은 갈림길에 선다. “모르는 척 넘기거나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는가?”,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고 사과하는가?” 본인의 주변은 다행스럽게 후자의 사람들이 많지만, 미디어 너머 여의도에는 전자의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가끔은 그들이 고개를 숙인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공식 견해를 밝히는 것을 보면, 정치인의 사죄는 일반인의 사죄와 약간은 다른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떠한 차이인지 의문을 품고 있던 찰나에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고, 이 책은 2012년 대선을 앞둔 겨울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본인은 대한민국의 정치에 회의감을 느끼며 질려있는 상태였다. 비리가 끊이지 않던 경제 대통령, 언론의 끝없는 종북몰이, 진영논리에 휩싸인 지역별 표 가르기 등 갓 성인이 되어 투표권을 획득한 본인이 마주한 현실은 너무나 지저분했고, 관심을 두기 싫을 정도였다. 그러나 저자는 2012년 대선의 정치 지형도가 아닌 ‘대선후보들의 사과’에 집중했다. 대선후보였던 박근혜와 문재인은 모른 척 시치미 떼며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머리를 숙여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고, 그 속에는 표면에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무언가가 숨어있었다.

 

 

 

 

독재자의 딸이 갑작스레 머리를 숙였다.

 

 


  2012년 우리나라의 이름은 ‘대한민국(大韓民國)’이지 ‘조선(朝鮮)’이 아니다. 연좌제는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데, 여론은 박정희가 대통령을 하던 시절의 사과를 박근혜에게 요구한다. 이에 박근혜는 5.16과 인혁당 사건 등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이미 지나가 버린 큼지막한 사건에 대해 대신 사과한다.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이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본 분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그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이를 들은 대중들은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5.16의 정통성을 부정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거나 ‘사과에 진정성이 없는 정치적인 쇼’라며 분노하는 반응을 보였다. 본인은 전자에 속했다. 이해관계가 어떻게 되면 저런 사과를 할 수 있는지,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박근혜가 아버지의 정치적 업적이나 과오에 대한 발언을 회피했다면 이러한 사과는 나오지 않아도 되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는 집단이 30% 이하 수준의 소수집단이었다면 아버지 세대에 이루어진 결과를 계속해서 칭송해도 되었다. 하지만 이 사과는 박근혜의 속내가 어떨지는 몰라도 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고, 누군가에게는 ‘전리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불과 2007년만 해도 “5.16은 구국의 혁명이고, 유신은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라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던 박근혜가 5년 만에 태도를 바꾸는 사건을 다시금 되짚어 보며 “지그재그로 좌충우돌하지만, 결국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저자의 말을 공감할 수 있었다.

 

 

 

 

전 대통령의 민정수석은 은밀하게 머리를 숙였다.

 

 


「제가 관여한 일은 아니지만, 그 일(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이 참여정부의 큰 과오였다고 생각합니다. 호남에 상처를 안겨주고 참여정부의 개혁역량을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지금도 그 상처가 우리 속에 남아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정치적 사과이긴 하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문재인 후보의 발언이다. 문재인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친노세력’이다. 문재인 후보가 정치적 뿌리로 삼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부터 ‘지역주의 타파’를 국정 운영의 중심 기조로 생각했다. 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의 민주당, 영남의 한나라당으로 분열된 구도로는 지역주의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는지, 자신을 당선시켜준 민주당에게 과감하게 등을 돌리며 열린우리당을 출범시킨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겠다고 한 문재인 후보가 이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이다. 현재까지도 화두로 제시되고 있는 ‘더불어 민주당 내 친노세력’을 생각해볼 때 2012년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열린우리당 분당사태’에 대해 사과했을 때 문재인을 제외한 나머지 친노세력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일각에서는 ‘늘 호남에 써오던 선거전략’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한편 저자는 당시의 친노세력과는 달리 날카로운 비판의 날을 세운다. 저자는 문재인의 사과를 ‘지역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싶었던 당시의 정부를 두 번 죽이는 행동’이라고 규정한다. 노무현 정부는 언론으로부터 ‘아마추어 정치’라는 화살을 받으며 민주당을 지역 정당으로 규정하고 점진적인 발전을 꾀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이 행보가 참여정부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 본인은 문재인 후보의 사과를 통해 정치 지형의 변화를 반추하며 저자와 비슷한 듯 조금은 다른 의문을 가질 수 있었다.

 

 1. 대한민국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 세력은 (보수정당이 영남에서 받는 것만큼) 호남에서의 몰표를 원하는가?

 2. 호남에서 몰표가 나온다면 그에 대한 보상이나 반대급부로는 어떠한 것이 적합한가?

 3. 호남 몰표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후 어떠한 방식으로 선거 전략을 구성할 것인가?

 

  저자는 지역주의의 일례로 “대한민국 한쪽에서는 살인마 · 역적인 인물이 대한민국 다른 한쪽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는다”라면서 “지금도 대한민국은 역사 전쟁 중”이라는 언급을 하는데, 적절한 예시를 들은 것 같아 마음에 남았다. 대한민국의 국토는 정말 작다. 마음만 먹으면 두 세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를 두고 사람들은 진보, 보수를 나누어 편을 가르고, 중도를 선언하면 ‘회색분자’라고 하며 선택을 강요한다.

두 대선 후보의 사과를 보며 박근혜의 사과를 통해 우리 사회가 점차 진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문재인의 사과를 통해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용서하소서

 

 

 

  사람들 대부분은 사과를 받으면 공통적으로 보이는, 때로는 보여줘야 하는 반응이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용서하거나 “이만하면 되지 않았느냐?”와 같은 압박을 감지하고 사과를 납득하거나 수용하는 등 자세를 바꾼다. 개인 간의 사과와 달리 정치인들이 대중들을 향해 사과하면 대중들은 이 사과가 어떤 맥락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적 사과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집단의 문제고, 감정의 문제가 아닌 이데올로기의 문제며, 과거의 문제가 아닌 미래의 문제라면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차라리 아예 사과를 못 받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사과 없는 용서로 대체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역사적 패배를 자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크다. 그것이 끈질기게 정치적 사과를 요구하는, 또 요구해야 하는 이유다.」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정치적 사과를 요구하는 원인을 드디어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하나의 집단을 대표하는 정치적 공인에게 사과를 받으면서, 과거사의 잘못과 현재 왜곡된 삶을 분명히 규명할 수 있고, 이와 더불어 미래에는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아 낼 수 있다.

 

  그러나 가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철회될 수 있으므로 우리 일반적인 대중들은 한 번 받은 사과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 용서도 힘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강자가 용서한다. 대중들의 힘을 모아 한 번의 승리를 쟁취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승리를 지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책을 덮으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자극받은 느낌이 들었다. 본인은 지금까지 역사를 그냥 단순한 ‘이야기’와 같이 냉소적으로 바라만 보았고, 언론에 비추어지는 정치인의 사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적 사과는 과거의 결과이자 미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현재의 투쟁과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설령 정치적 사과에 진정성이 없더라도 이것은 역사적 대결에서 승리한 뒤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이다. 그리고 이것은 후대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중 절반 이상이 임기가 끝난 후 법정으로 소환되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굳이 머나먼 과거가 아니더라도 최근에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임기 중 국정 농단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우리네 지도자들은 전부 깨끗하지 못한 정치를 한 것이 현재 드러나 있는 사실이다. 정치적 보복과 관련된 논쟁을 미루어 두고 이 책에 관점에서 현실을 마주하면, ‘그들은 자신들이 사과해야 할 일을 묵인했거나, 사과했던 사실을 부정해서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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