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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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_ 수 클리볼드
사람마다 다양한 매력과 색깔을 가진 것처럼, 책도 그렇다는 것을 요즘 자주 느낀다. 서점을 한 바퀴 도는 날이면 그날그날의 컨디션과 감정에 따라 끌리는 책이 다른데, 지난달에는 유독 ‘가족’에 꽂혔다. 그리고 ‘엄마’의 시선에서 쓴, 자식에 대한 내용을 다룬 색다른 책을 찾았다.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하여 수십 명의 사망자와 부상자를 낸 후 자살로 생을 끝낸 두 가해자 중 한 명의 어머니. 작가인 수 클리볼드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크게 두 가지의 상반된 시선으로 책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결과론적으로 그것은 어떠한 질문을 던져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기에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용기 있는 부모일까? 아니면 비겁한 부모일까?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이성이 한참 다른 욕구보다 뒤쳐진 어린 철없던 시절, 학교 앞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집어 들고 온 아이의 훈육 방법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두 명의 엄마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함께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은 같다. 하지만 고민을 가진 엄마와 조언을 해주는 엄마의 입장은 엄연히 다르다. 충고를 해주는 입장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자라면서 한 번 쯤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도 내 자식의 치부를 공개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한, 자식의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가해진 무서운 범죄 앞에 그 자식이 내 자식이라고, 내가 바로 그 아이의 엄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역설적이게도 나는 가해자의 엄마라는 당당한 책의 제목 때문인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의 ‘나는 몰랐다’는 말을 비겁하게 받아들였다. 물론 내 자식이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는 어떤 부모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부모가 아니라서 이해를 못하는 것일까?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깨우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기 위해 책을 출판할 용기를 냈다는 말과 함께, ‘내 자식은 이런 일을 저지를만한 나쁜 아이가 아니고, 공범자인 친구가 더 큰 문제아였으며, 나또한 아이를 잃은 피해자다’라는 말이 눈에 걸렸다. 다만 비겁함(?)이 그저 옹졸하고 치사한 변명이 아닌 가엾은 몸부림으로, 그녀만이 이 상황을 견디는 한 방법으로 보였다.
엄마는 과연 자식의 어느 부분까지 책임을 져야할까?
잘 모른다. 다만 내가 아빠가 됐을 때 아빠란 단어가 던져주는 중압감은 한편으론 엄청날 것임을 조금은 안다. 그러니 엄마도 마찬가지일 테다. 아이가 편식을 하거나,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무언가 불량해 보이는 또래들과 어울리는 것과 같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소소한 것들이 엄마의 책임감 혹은 역할이라는 사슬로 엄마들을 옥죄일 것이다. 아이의 키가 크지 않은 것, 감기가 심해져 중이염이 된 것, 친구들과 노느라 학업 성적이 나오지 않은 것, 이런 모든 것들이 엄마 탓이 된다. 엄마들은 매끼 식사와 간식을 챙기고, 일상생활에서 건강에 만전을 기해야하고, 친구들의 가정환경과 인성을 두루 조사하여 친구를 선별해줘야 하는 걸까? 나는 일단 이러한 엄마를 본 적도 없거니와 이런 엄마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테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아이와 분리될 수는 없다. 양육과 교육은 부모의 행동양식과 가치관, 교육관 등에 따라 결정된다. 환경적인 요인이 유전적인 요인보다 큰 것이다. 작가가 아무리 나는 아이를 충분히 사랑했다고,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라 해도 어쩔 수 없는 의문은 남는다. 아이의 범죄로 인하여 부모의 자질과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엄마라면 그리 쉽게 작가에 대한 비난의 칼을 휘두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엄마라는 이름에 울고 웃는, 다른 어떤 이름보다 엄마라는 이름을 가장 사랑하는 나약한 사람이니까.
책 끝에 많은 여운이 있다. 글의 힘에 대해서. 죽음과 우울증에 대해서. 부모,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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