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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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고든 맥도날드
나는 때때로 머리가 텅 비어있는 것 같은 공허함을 경험할 때가 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 순간에는 더할 나위 없이 무기력해지며, 괜시리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한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격어 보았을 때때로 찾아오는 알수 없는 이 우울함의 정체를, 고든 맥도날드 목사의 통찰력있는 신앙 서적인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을 읽음으로써 조금은 실체에 접근할 수 있었다.
지표 및 지하수가 고갈되어 지표를 지탱할 힘을 잃을 때 생기는 현상을 함몰 웅덩이 현상 (The sinkhole) 이라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함몰 웅덩이 같은 삶을 살고 있다. 피곤으로 무감각해진 느낌, 실패감,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목표에 대한 쓰디쓴 환멸감 등을 느낄 때 내부에서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느낌은 누구나 한 번 씩은, 혹은 그 누군가는 심각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내면세계에서 찾는다. 바다 한 가운데의 잠수정이 흔들릴 때 배의 함장이 다른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조종실을 찾아 가듯이, 또한 조종실에 이상이 없을 때 외부가 흔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항해는 문제가 없다' 라는 결론을 내를 수 있듯이 이러한 외부의 흔들림에 대한 원인을 우리 내부의 조종실인 내면 세계에서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질서한 내면 세계의 증거는 어디서 찾을수 있을까. 저자는 무질서한 내면세계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쫓겨다니는 삶' 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쫓겨다니는 사람들은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증상들을 보인다.
1) 쫓겨 다니는 사람들은 오직 성취함으로써만 만족을 얻는다.
2) 쫓겨 다니는 사람은 성취의 표상들에 집착한다.
3) 쫓겨 다니는 사람은 보통 절제되지 않은 팽창욕에 사로잡혀 있다.
4) 쫓겨 다니는 사람은 전인적인 인격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경향이 있다.
5) 쫓겨 다니는 사람은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서툴고 미숙하다.
6) 쫓겨 다니는 사람들은 아주 경쟁적인 경향이 있다.
7) 쫓겨 다니는 사람은, 반대나 불신에 부딪히게 되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격렬한 분노를 품고 있기도 하다.
8) 쫓겨 다니는 사람은 대게 비정상적으로 바쁘다.
위에 제시된 항목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성취주의적인 결과에만 치중하는, 더 나아가서는 성공적인 결과에 취해 사는 삶, 이러한 결과를 위해서는 인격, 사람, 친구 등의 것들을 내팽겨쳐버린 삶이 그런 것들이다. 이렇게 쫓겨다니는 사람의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한 사람의 편지가 이 책에 공개되어 있다.
수년 전에 나는 내 인생에 있어 심한 좌절을 맛보았다. 내게는 훌륭한 아내와 잘생긴 세 아들이 있었지만 내가 하는 일은 하향길을 가고 있었다. 친구들은 거의 없어지고 장남은 문제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낙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가정에는 크나큰 긴장과 불행이 잇었다. 그 때쯤 내게 해외로 가서 외국 회사에 근무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 새로운 기회는 경제적으로나 경력상 아주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다른 모든 가치를 제쳐 두고 나는 이것을 내 인생에 최우선으로 여겼다. 나는 진급과 성공을 위해서 많은 잘못 즉, 죄를 지었다. 나는 우리 가족에게 좋은 것 즉, 많은 돈 등을 가져다 준다는 이유로 그러한 잘못을 정당화했다. 그런데 그것은 결과적으로 내 자신과 가족을 속이고 여러 가지 나쁜 일들을 저지르게 했던 것이다.
물론 아내는 이것을 용납할 수 없었고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 버렸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내 안에 있는 문제들을 보지 못하고 잇었다. 성공, 봉급, 경력 이 모든 것들은 상승 기류를 타고 있었다. 나는 황금 새장에 갇힌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이 사람은 외면적으로는 굉장한 것들을 얻고 있었지만 내면적으로는 모든 것들을 잃고 있었다. 과연 이러한 삶이 행복한 삶일까. 이 사람은 결국 외면적으로는 점점 더 화려해지지만 정작 내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모든 것들이 무너져버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쫓겨다니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책은 자기개발서가 아닌 신앙서적이기에, 저자는 이러한 것들의 해결책을 그리스도와의 만남에서 찾는다. 성경인물 중 일반인에게도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인 바울도 그리스도께서 그를 부르실 때까지는 쫓겨 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는 쉬지 않고 공부했고, 조직에 참여하고, 획득하고, 방어하고, 박수 갈채를 받았다. 개종 직전 그의 모습은 거의 광적이어서, 어떤 환상적인 목표에 끌려 쫓겨 다녔다. 하지만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무릎을 꿇을 때 그는 "모든 것이 내게 무익했노라" 라고 고백할 수 있었다. 바울은 그리스도께 부름받았고, 그 이후 바울의 모습은 완전히 변화되었다. 이러한 바울의 모습에서부터, 저자는 쫓기는 사람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부름받은 사람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부름받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부름받은 사람은 자신이 청지기임을 의식한다. 이 세상의 것들은 우리가 소유하는 것들이 아니라 단지 잠시 맡겨진 선물과 같은 것들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쥐고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잘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쫓겨다니는 사람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잃게 되면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부름받은 사람은 그러한 것들을 잃게 되어도 달리지는 것이 없이 내면세계는 여전히 단단하다. 두 번째로, 부름받은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어떤 환상에 빠져 있지 않는다. 반면, 내면 세계가 무질서한 사람들은 자기의 정체성에 대해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점점 역할과 사람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즉,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과 자신이 누구이냐 하는 것의 차이점을 구별하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권력을 한 번 잡게 되면 그 권력을 고수하기 위해 죽기까지 싸우며 하고 있는 것을 잃어버렸을 때 심한 우울감에 빠지게 한다. 또한, 부름받은 사람은 평안과 기쁨을 가지고 있다. 일이나 역할이라는 기반 위에 자신의 삶을 쌓지 않고 견고한 내면 세계라는 기반 위에 그들의 삶을 쌓기 때문에 평안하며, 세상 사람들이 실패라고 수근거릴 때라도 기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단지 신앙적인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방법들을 몇 가지 제시한다. 먼저, 시간 관리에 대한 내용들에 대해 언급한다. 쫓기는 인생을 살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에 대한 예산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배해야 한다. 이렇게 계획되지 않는 시간은 나의 약점이 있는 곳으로 흐르며, 내가 속한 영역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고, 긴급한 일들에 소모되며, 대중의 갈채를 받는 일들에 바쳐지게 되어 결국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것 - 묵상과 기도, 하나님과 소통하는 시간 - 와 같은 정말 중요한 일들을 놓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시간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생활의 리듬을 스스로 알아내고, 시간 사용 방법의 올바른 기준을 세우며, 시간 예산을 충분히 앞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현명한 시간 관리와 함께, 끊임없이 지식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렸을 적 가지고 있는 재능에 취해 성장을 더디 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면서 끊임없이 최선을 다해 사고 작용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들음으로써, 독서를 통해서, 훈련된 공부를 통해서 성장할 수 있으며 내면 세계 안의 지적인 체계를 세워나갈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신앙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우리가 내면 세계를 다지는 데 필요한 방법들을 설명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실제적인 적용들도 사실은 그리스도 안에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먼저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 부름받은 삶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것' 들을 내려놓지 못하면, 앞서의 방법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위치, 자신의 권력, 자신의 소유를 위한 것들이 되고, 결국에는 더 큰 권력과 소유에 파묻혀 그것들에 쫓기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나 역시도 부름받은 삶으로 살아간다고 고백하면서도 나의 내면 세계의 질서가 잡혀 있는가? 에 대한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을 때 나는 쉽사리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내면 세계의 시간을 다지는 시간이 나에게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며, 소유와 명예, 그리고 남들로부터의 인정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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