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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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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성준
댓글 0건 조회 4,935회 작성일 18-02-0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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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 - 재레드 다이아몬드

 

최근 아시아의 위상과 세계에 대한 영향력이 급부상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전통적 서구 세계의 문명과 지위가 지배적인 것은 사실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의 일상 세세한 부분에 까지 스며들었기에 당연한 듯 여기고 살아가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왜 하필 서구일까 하는 의문은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500여년 간 유럽에서 시작된 식민지화의 유산이 전세계적으로 아직까지 남아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인류 발전사에 어떤 차이가 있었길래 유럽에게만 그토록 압도적인 힘이 부여 되었는지는 인류사의 큰 의문점 중 하나였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하여 전 대륙으로 퍼진 호모사피엔스가 현 인류의 실질적 조상이라는 것은 더 이상 이견이 없는데, 어째서 인류가 가장 먼저 정착했던 아프리카가 아닌 유럽이 패권을 가졌을까? 수렵, 채집 생활로 시작한 인류 문명이 어떤 경위로 하여 농경 사회에 접어들었으며, 아프리카가 아니라 왜 유럽에서 먼저 농경 사회가 발달하기 시작했을까?


개념적으로 지리,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생각해 봄 직 하다. 하지만 가설을 뒷받침 할 만한 실제적 근거를 찾기란 쉽지 않고, 그래서 저자의 연구 이전에는 국소적 사건 및 불분명한 개연성에 기반한 추측 정도 만이 있었다고 한다. 본 책이 갖는 의미는 인류 역사 전반적인 사건과 지리학, 생물학적 사실에 기반하여 유럽이 인류사에서 패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매우 설득력 있는 가설을 제시한데 있다고 생각한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고고학적 발견과 진화생물학적 사실에 기반하여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동식물의 가축화/작물화를 하기 위해서는 위도상 극단적이지 않은 기후를 갖는 유럽 지역이 가장 유리하였고, 유라시아 지역에 가축화할 수 있는 류의 대형 동물들 (e.g. 말, 소 등) 이 우연히도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또한, 유라시아 지역은 좌-우로 길어 대부분 비슷한 위도에 위치에 있었는데, 이는 유라시아 전역이 제법 비슷한 기후를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여, 남-북으로 긴 아프리카 대륙에 비해 훨씬 더 농작물 재배 및 전파에 유리하였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분석은, 가축화된 동물들로 인해 인간과 동물간 접촉 빈도가 급격하게 늘었고, 이는 동물간 감염병이 인간에게 전파될 수 있는 필요조건을 만족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유라시아 대륙의 정착민들은 전세계 다른 어느 대륙에서도 갖지 못한 전염병이 발생하였고 인류 진화에 걸쳐 이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쪽으로 유전자가 변화해 왔다.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북 아메리카 할 것 없이 잉카 제국 등 당시의 원주민 문명이 유럽에서 넘어온 얼마 되지 않는 정복자들에게 몰살 당한 것도, 이러한 전염병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원주민 문명이 유럽 정복자들이 채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퍼진 전염병으로 전멸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위 서술한 내용 외에도 책에는 여러 방면에 걸쳐 실제적 근거와 함께 유라시아가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발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딱히 거북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이는 유럽 인류의 우수성을 기저에 깔고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중립적인 자세로써 오직 환경과 지리적 요소가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설명을 하고, 이것이 어떻게 유라시아에 거주했던 인류가 발전하는데 작용했는지를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의 서양인들에 대한 찬양서가 아니라, 순수 학문적 호기심을 해결해 주는 연구 결과서에 가깝다. 아마 이러한 점을 인정 받아 퓰리쳐 상을 수상하지 않았나 한다. 역사를 연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래의 결정에 참고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본 책의 연구 내용은 미래 사회에 딱히 적용될 만한 insight 를 주지는 않는 것 같다. 과거에는 지리적 장벽으로 인해 상호 교류가 제한적이었고 독립적인 발전을 할 수 밖에 없어 지리/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였는데, 오늘날에는 더 이상 지리/환경적 요인은 각 나라의 발전에 지배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지 않다. 아마 새로운 발전 모델 (예를 들어, 통합 세계 정부의 출범 등)이 장기적으로는 만들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학문적 호기심 하나만으로도 본 책의 가치는 충분히 넘치고 세계 인류사에 있어 큰 족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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