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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그리고 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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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성준
댓글 0건 조회 5,160회 작성일 18-03-1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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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그리고 4차 산업혁명>


 JTBC 뉴스룸 긴급토론 – ‘가상통화,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에 대한 감상평과 개인적 분석

 

지난달 6일 비트코인의 한국 거래소 원화 가격은 2800만원을 넘어섰다. 새해 벽두부터 세간의 관심은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에 쏠려 있었다고 해도 무방했고, 과열된 투기 열풍에 대한 우려와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었다. 지난달 18일 (2018. 1. 18) JTBC 뉴스룸에서 긴급히 편성한 토론회는 이러한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한창 주가를 올리며 수많은 팬층을 보유한 유시민 작가와 나름 전문가로 초청된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규제 찬성 측을, 방송에 출연하며 최근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김진화 코빗 공동창업자가 규제 반대 측을 대변하는 패널로 나왔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얼굴들이 나와서 일까, 당시 늦은 밤에 시작한 토론회였지만 세간의 관심은 무척 뜨거웠다. 암호화폐 (토론회 제목은 가상통화이지만 현재 업계에서는 암호화폐가 더 인정받는 용어이다) 의 가격이 거품이다 아니다를 떠나 현재 대부분의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주는지에 대한 토론이기에 개인적으로 정말 큰 기대를 하였다.

 

토론은 격렬했고 각 진영의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 속에서 각자의 캐릭터와 철학이 묻어나와 매우 흥미로웠다. 본 토론회를 시청할 당시에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피상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있었기에 순수하게 일반적인 대중 입장에서 가치판단을 하였다. 당시 가장 큰 논란 거리였던 비트코인의 실물 통화 대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시민 작가의 견해가 공감이 되었다. 토론회 전까지는 비트코인의 총발행량 제한성 때문에 금과 같은 가치저장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현 상황에서의 가치 변동성과 지극히 느린 전송시간을 고려해 볼 때 실물 통화의 대체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또 한가지, 당시 토론회에서 큰 화두 중 하나였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분리가능성에 대해서는 양 측이 좁힐 수 없는 의견차를 보였는데, 정재승-김진화 쪽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암호화폐 (보다 정확하게는 코인 및 토큰) 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고, 유시민-한호현 측은 암호화폐와 별개로 블록체인 기술만 육성해야 하며 암호화폐는 현재 보이는 사회적 논란과 해악을 생각해 볼 때 반드시 규제하고 종국에는 사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당시 블록체인의 디테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였기에 어떤 주장이 ‘사실’인지에 대해 판단을 보류할 수 밖에 없었는데, 토론회가 끝난 이후 주변 의견이나 온라인 상 여론을 볼 때 아무래도 유시민 작가의 강하고 화려한 언변이 당시 토론회에서는 승리하지 않았나 싶다.

 

이후 비트코인의 동작 매커니즘과 블록체인에 대한 공부를 통해 기본 개념이 잡혔고, 당시의 토론회를 지금 다시 떠올려 본 바, 몇 가지 엇나간 포인트와 잘못된 사실들이 눈에 띄었다. 먼저, 유시민 작가는 비트코인=블록체인을 대전제로 놓고 주장을 펼쳐 나갔는데, 이는 매우 잘못되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으로 구현할 수 있는 한 가지 어플리케이션 형태에 불과하고, 현재는 블록체인보다 더 상위 개념인 분산원장 (distributed ledger)의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 더 옳다. 둘째, 비트코인이 실물 통화를 대체할 수 없다는 의견에는 현재 더 깊이 동감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비트코인의 실패를 블록체인 기술의 실패라고 단정짓는 것은 잘못이다. 비트코인은 태생이 화폐의 기능을 하고자 하였지만, 블록체인은 보다 상위 개념으로 화폐 이외에 무수히 많은 어플리케이션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부동산 거래나 국제 송금 등 현재 광범위한 산업 영역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신산업이 태동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의 대표격이 된 것은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비트코인이 처음 보여주었기 때문이지, 비트코인=블록체인이라는 시각은 지나치게 피상적이다. 셋째, 유시민-한호현 측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야 한다고 했는데, 문제는 이를 비트코인에 빗대서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게 된 것은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대한 개념이 혼동되었기 때문인데, 비트코인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참여자가 제한 없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선의’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블록을 발행하는 채굴자들의 활동이 필수불가결한데,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채굴자들에게 작업증명(PoW)이나 지분증명(PoS)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요구한다. 이 비용은 essential이지 optional이 아니다. PoW나 PoS의 합의 알고리즘이 동작해야만 분산 네트워크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용을 지출하여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유지시키는데 주는 보상이 암호화폐 (코인 혹은 토큰)인데, 이것이 없이 어떤 채굴자가 그 큰 비용을 지불하며 선의로 네트워크를 유지하려 할지 의문이다. 암호화폐 형태가 아닌 다른 형태로 보상을 주면 되지 않나 주장할 수 있겠지만, 그 형태가 어떻게 변하든 보상 = 금전적 수익이라는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형태가 암호화폐이다. 따라서 유시민-한호현 측에서 비트코인을 놓고 이야기를 하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분리를 이야기 한 것은 블록체인의 본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을 반증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분산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주체가 한정되어 있고 그들 간의 membership이 엮여 있어 금전적 보상 없이도 네트워크 유지 의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애초에 암호화폐를 발행할 이유조차 없기에 현재 사회에서 큰 우려가 되는 암호화폐 가격 거품 범주에는 본질적으로 속하지 않는다. 즉, 현재 논란이 되는 암호화폐는 퍼블릭 블록체인에 한정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맞고,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암호화폐의 수반이 필수적이다. 얼마전 정부에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분리하여 블록체인이라는 건전한 시스템은 받아들이고 투기성이 짙은 가상화폐는 규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현 정부의 블록체인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피상적인 시각이 심히 우려스러워 지는 대목이다.

 

토론회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이끈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나, 정제되지 않은 정보 전달과 토론 기술에 따라 한 쪽 주장이 그럴 듯 하게 들렸던 모습은 혹 블록체인의 본질이 왜곡되어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정재승-김진화 측에서 이러한 걸 절대 모를리 없었겠지만 상대측의 화법에 걸려 본질을 잘 짚고 넘어가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블록체인은 그동안 가상의 모델이라고만 여겨졌던 분산 장부 네트워크를 실현화 할 방법을 제시한 거대한 혁신이다. 보안의 문제가 커지고 점차 중앙 기관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분산 네트워크는 커다란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 거래소의 방만한 운영과 보안 취약성, 그리고 큰 가격 변동성으로 인한 일반 투자자의 피해를 우려하여 공정한 거래 시스템 구축과 거래소 규제는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암호화폐 투기 열풍의 단면만을 가지고 블록체인 산업 성장의 발판을 없애버리는 것은 커다란 국가적 손실이 될 것이 자명하다. 이미 싱가포르, 스위스 등 여러 국가에서는 정부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 육성에 들어간 마당에 우리나라는 국내 ICO를 금지시켰다. 국내 여러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활로가 막혀 해외로 나가 ICO를 한다. 소위 ICO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직 ICO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이지만 국가 차원에서 ICO를 관리하고 장려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ICO를 금지시켰지만 이는 중국 정부가 거대한 내수시장의 자금이 해외로 추적 불가능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우려해서이다. 중국이 금지했다고 우리나라가 따라서 금지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국부 유출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든 해외 투자를 유치할 고민을 해야한다. 가뜩이나 좁은 국내 시장을 담장을 쌓아 외부와 완전히 격리시키면 쇠퇴의 길만 남는다. 선규제와 후규제 정책 중 무엇이 성공적인지는 이미 역사가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가 그랬고 중국의 심천이 그랬다. 우선 해보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풀어준 다음 어느정도 산업이 성장했을 때 적절한 규제를 가했기에 오늘날의 실리콘밸리, 심천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CDMA 기술이 왜 미국에서 성공했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일단 못하게 막아놓고 다른 나라들이 하니 어쩔 수 없이 풀어주는 관습은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 블록체인의 가치가 점점 커질 것은 자명하고 전세계적인 흐름인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이 될 날이 머지 않았는데, 4차 산업혁명을 슬로건을 내세운 현 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전통 산업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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