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상의 모욕이 통제를 벗어날 때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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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의 모욕이 통제를 벗어날 때 생기는 일
'존 론슨'의 TED 강의
부제 : 현대사회의 진영 논리가 야기한 조리돌림의 폐해
요 며칠간 배우 유아인이 트위터에서 네티즌들과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사태의 시작은 평소 감수성 짙은 글을 자주 쓰던 유아인을 향해 한 사용자가 다소 비아냥거리는 말투의 글을 써 보냈던 것으로 시작한다. 냉장고에 하나 남은 애호박을 바라보며 ‘혼자라는 건 뭘까?’하고 사색에 잠길 그는 20m 이상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만 봐야하지 좋은 친구는 못 될 것이라는 그 글에 그가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는 답을 달았다. 그 이후의 상황은 불 보듯 뻔하게 진행되었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화성 강한 단어, ‘여성혐오’에 반응한 많은 사람들은 유아인 죽이기에 너도 나도 동참했다. 처음 써 보낸 사람이 여성이라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찍어 누르기 바빴다.
트위터는 출시 초창기에 사람들을 치켜세워주는 공간이었다. 침묵하던 사람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는 그 목소리가 강력하고 호소력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했다. 만약 어떤 신문이나 미디어가 인종차별적이거나 사회적 약자를 폄하하는 기사를 게재할 때 이로운 의미의 소셜 미디어 악플을 통해 우리는 그들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트위터를 통한 정의의 민주주의화는 계급 계층을 수평적으로 변화시키며 사용자들로 하여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이동한 권력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트위터의 아름다운 순진함이 소름끼치는 현실을 맞닥뜨린 순간이 오게 되었다.
저널리즘을 전공한 영국의 작가 존 론슨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사람들에게 소리를 내고, 부정의에 맞서 싸울 기회를 준 사실을 오랜 기간 즐겼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부터 상황이 바뀌었음을 느꼈다. 그는 TED 강의를 통해 우리가 익명의 그림자 속에서 얼마나 자주 폭도처럼 행동하는 지를 설명하며 지금이야말로 온라인상에서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라고 역설한다.
아마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을 겁니다. 사람을 이념 위에 두는 사람들과 이념을 사람보다
우선하는 사람들. 저는 사람이 이념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념이 사람보다 더 중요한 모양입니다.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막장 드라마를 씁니다. 모두가 위대한 영웅이거나 역겨운 악당인 드라마 말입니다. (...)
지금 우리는 감시사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다시 침묵하는 것입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침묵이 결코 트위터 이전 시대로 돌아가자는 의미의 침묵은 아닐 것이다. 이로운 악플, 부정의를 용인치 않는 무기로서의 의사표현 이외의 마녀사냥식 발언을 삼가자는 의미다. 다시 유아인 사태로 돌아가 보자. 사람들은 왜 그토록 화가 난 것일까. 아마 몇몇 사람들은 정말 화가 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트위터 혹은 다른 모든 의사표출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소셜 플랫폼이 기본적으로 상호동의를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 아니 그런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길 원한다. 우리는 그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인정할 때 행복을 느지만, 만약 불청객이 이 과정에 끼어든다면 본능적으로 그를 걸러내려 한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반대되는 행동이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간의 생존 본능으로서 진영 논리에 휩싸여있는 것이다.
조리돌림은 형벌의 일종으로서 육체적 체벌은 없지만 해당 죄인의 죄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서 죄인으로 하여금 수치심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고의로 망신을 주는 행위를 일컫는 경상도 북부 지방 방언에서 유래했다. 지금 우리들은 죄인을 벌하기 위한 형벌의 용도로 조리돌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진영에 안전히 소속되어 있기 위한 그릇된 용도로서 조리돌림을 오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디지털 환경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군중에 영합해야지 자칫 역행했다간 도리어 본인이 형벌에 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황량함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왜곡된 집단의식을 꼬집는 한 젊은이의 소리 없는 아우성은 쓰리다 못해 아프다.
이 논란은 익명의 집단이 실명의 개인에게 가하는 명백한 폭력입니다.
-배우 유아인 트윗 중-
혹자는, 그는 형벌을 받아 마땅한 죄인임이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관점의 차이에 따라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과연 설전 중 오고간 유아인의 글에 ‘좋아요’를 누른 다른 공인들도 이유 없는 돌팔매질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보고도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왜곡된 집단의식에 치우쳐 올바른 이성이 매몰되고 있다. 나는 주류가 된 프레임만을 무성찰적으로 받아들여 믿고 싶은 것을 끝도 없이 추상화해가는 가짜 지식인들에 결코 반대한다. 잃을 것 하나 없이 왜곡된 이념을 옹호하는 자칭 진보지식인들보다 밥줄을 걸고 싸우는 한 배우를 훨씬 더 진정성 있게 보는 사람들이 하루빨리 이 세상에 많아졌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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