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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을 쓰는 시간 - 김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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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환
댓글 0건 조회 5,231회 작성일 17-12-2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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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최고로 이슈가 된 법은 단연코 ‘헌법’이라고 할 수 있다. 헌정 사상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부터 헌법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고, 탄핵결정 후에는 그 결정주문도 함께 화제가 되었다. 국가 통수권자인 대통령까지도 자리에서 끌어내린 이 ‘헌법’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헌법을 쓰는 시간’은 헌법재판관을 지낸 헌법 전문가인 저자가 권력을 제한하는 여섯 가지 원칙들을 설명해 주는 동시에 이슈가 되는 개헌과 우리나라 사법구조의 문제점을 말해준다.

 한때는 개헌의 필요성이 다시 언급되기도 했다. 과연 권력기관의 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개헌이 답인 것일까. 우리나라의 정부형태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제와 비교하자면 우리의 정부형태는 완전한 대통령제는 아니고, 내각제와 혼합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회자되는 문제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개헌을 논하기 전에 왜 권력이 집중되는지 원인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대통령에게 권력 집중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사권이다. 대통령은 주요 헌법기관 수정과 구성원, 장관의 임명권뿐 아니라 모든 고위공무원의 인사권을 갖는다. 게다가 공무원에 대한 지휘권과 인사권을 매개로 하여 공영방송사, 주요 공공기관, 공사의 사장들에 대한 임명권까지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황금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며, 출세지향의 한국사회에서는 상상초월의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공무원은 소신을 가지고 직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출세를 목적으로 한다면 신분을 보장한다고 해도 소신과 중립화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개헌을 논의하기 보다는 공직사회에서 공정한 인사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다른 권력의 문제가 되는 점은 대통령 뿐 아니라 ‘전관예우’일 것이다. 판사, 검사,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비싸다. 법률도 하나의 서비스로, 그것을 제공하는 자의 능력이 좋을수록 높은 수임료가 책정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전관예우 변호사의 선임은 국민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운다. 저자는 책에서 한 예시를 든다. 문서위조를 한 을은 1심에서 당연히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그 이후에 전관예우 변호사를 선임하자 무죄로 다시 뒤집혔다. 그러자 상대방인 갑은 또다시 전관예우 변호사를 선임했고 을의 문서위조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았다. 명백히 문서위조를 하였고, 당연히 유죄를 받았을 사안을 거액의 수임료를 지불하며 오랜 시간을 끈 것이다. 이렇게 전관예우 변호사를 쓰면 암암리에 그들의 인맥에 의한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런 심리로 승소를 바란다면, 또는 감형을 바란다면 전관예우 변호사를 찾을 것이다.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능력에 따라 수임료가 높은 것은 경제 원리에 따라 당연하지만, 법률 서비스를 받는 국민의 경우 당연한 사안에 있어서도 전관예우 변호사를 찾고, 그에 따라 필요 이상의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관예우 변호사들의 변호사개업을 제한하는 것은 이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직업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와 자유를 침해한다면, 그리고 대다수 국민들의 법익을 보호해주는 것이 더 중하다면, 전관예우 변호사들의 개업을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하지만 대법관, 판사 등을 지낸 이들은 분명 사법을 위해 헌신한 분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헌신에 대응하는 예우를 해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도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다. 신문에서 대법관들의 일과에 대해 읽어본 적이 있다. 주말도 없이 출근하여 끼니는 항상 재판연구관들과 함께하고, 녹내장같은 안질환은 기본으로 앓고 있다는 것이다. 쉬지 않고 일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처리해야할 일이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법관의 수는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13명이다. 1년에 약 4만1000건에 달하는 상고심 사건을 이들이 나눠서 재판한다면 1인당 약 3000건이라고 보면 된다.   

  이정도로 업무에 헌신한 대법관들에게 퇴임 후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이 엄청난 액수의 수임료로 대우받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어쩌면 대법관의 수가 적기 때문에 이들의 퇴임 후 수임료가 더 높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대법관의 수를 늘리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을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작동시킬 줄 안다면, 권력기관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헌법 제정 원리에 맞게 사용할 수만 있다면, 법치주의는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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