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신과함께-죄와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이태윤
댓글 0건 조회 5,385회 작성일 18-01-03 20:37

본문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은 인류가 나타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인간이 고민해봤을 내용이다. 사후 세계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들은 종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으며, 각 종교마다 설명하는 모습이 다르지만 대개는 죽기 전에 이승에서의 나의 업보에 따라 내가 겪게 될 사후세계가 바뀌게 된다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귀인 김자홍이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받는 저승에서의 모험을 그려내고 있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의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게 되면 다시 환생을 할 수 있게 되고, 유죄로 판결이 되면 죗값에 맞는 형을 받고 지옥에서 보내게 된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죽음을 통해서 오히려 삶을 되돌아보는 역설적인 경험을 간접적으로 겪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삶도 반성해볼 기회를 얻게 된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일차원적인 생각이지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이, 위의 7가지 항목 중에서 나태는 왜 포함이 되어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살인,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은 현대 사회에서도 법적인 규제와 도덕적인 규범을 통해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구분 짓고 있는데 나태는 그렇지 않다. 나태라는 것은 한심하고 발전 없는 삶을 지속해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행복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적절히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우리의 육체와 정신에게 휴식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은 게으름 없이 지나치게 앞만 보고 질주하는 삶이 만연해 있는 시대이다. 우리는 꿈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된 목표점을 세우고 그곳을 향해서 최단거리로 질주한다. 가는 길에는 곳곳에 좋은 볼거리, 챙겨야 할 것들이 꾀나 많은데도 가는 길이 급급해서 보이지도 않는다. 더욱이, 급하게 뛰어서 가다보니 자신이 지니고 있던 것들을 떨어뜨리고 잃어버린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달린다. 개인마다 놓치는 것들이 어떤 것을 의미할지는 다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스스로와 가족들에게 소홀해질 것이다. 대학원 진학을 하고서부터 일이 바빠지니, 나도 모르게 열심히 산다는 명분 아래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것 같고 또한 내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것 같다. 영화에서 나태라는 것을 하나의 죄로 치부하여 자홍을 재판하는 모습에서 영화에 대한 몰입이 깨지고 혼자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또 한 가지 영화에서 생각하면서 봤던 부분은, 자홍의 친동생 수홍이 군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관심병사에게 총을 맞고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었다. 관심병사에 대한 이슈는 때때로 뉴스를 통해서 접할 수 있고 나 또한 군 생활을 할 당시에 같은 내무반의 관심병사를 유심히 지켜봤기에 이 부분에 좀 더 집중이 되었던 것 같다. 관심병사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가 관심병사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실제로 군에서도 심신이 미약하거나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병사를 관심병사로 지정해놓고 관리하기 때문인데, 안타깝게도 그러한 특별 관리가 관심병사를 더욱더 관심병사로 만들어 놓는다. 우선, 대다수의 일반 군인들은 관심병사라는 단어를 놀림거리로 쓰곤 한다. 예를 들어, 일을 똑바로 못하거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할 때 ‘너 관심병사냐?’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애초에 관심병사에 대한 인식이 도움을 주어야할 대상이 아니라 단순히 ‘모자란 놈, 부적응자’이기 때문에 관심병사에 대한 특별대우는 오히려 낙인을 찍어버리는 결과를 만든다. 요즘은 관심병사에게 관심병사의 표시로 노란색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데, 거의 완전한 낙인이라고 보면 된다. 그것을 보고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무시해도 되겠다는 인식을 갖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사실 신체, 정신검사를 받아서 현역과 공익, 면제를 가르는 기준이 완벽할 수 없기에 부적응자는 무조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긴 부적응자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데 문제는 관심병사에 대한 시선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군에서 아무리 열심히 특별 관리를 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