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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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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4,888회 작성일 18-01-0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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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 짐 자무시

 

 흥행하는 영화 대부분은 자극적인 소재와 극적인 전개를 통해 관객을 매료시킨다. 비현실적인 요소는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며 꿈만 같은 이야기에 설레기도 하며 긴장되기도 한다. 이처럼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해 ‘맛’을 내는 영화가 있다면, 그에 반해 독립영화는 관객의 요구를 겨냥하기보단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제작된다. 이러한 독립영화를 보는 맛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작가의 의도를 깊게 이해하면 할수록 보이는 영화 안의 섬세함을 느끼는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버스 기사 겸 시인이기도 한 ‘패터슨’과 그의 아내 ‘로라’는 패터슨이라는 작은 도시에 살고 있으며, 이렇다 할 멋진 집도, 차도 가지고 있지 않다. 평범한 패터슨의 하루는 아내가 싸주는 도시락과 연습장을 들고 출근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운전을 마치고는 댐이 보이는 호숫가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상념에 잠긴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 아내와 저녁을 같이하고,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겸 매일 같은 바에 들러 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긴다. 그의 일상은 비슷했지만 똑같지는 않았다. 매일 이용하는 버스 승객이 달랐고, 버스 안에 들리는 그들의 대화 주제가 달랐다. 꼬마 시인과 우연히 만나 몇 마디 주고받기도 했고, 버스가 고장 나 승객을 대피시키는 소동이 있는가 하면 바에서 이웃 사이의 다툼을 말리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는 그 전날의 변주이지 않나. – 짐 자무시의 인터뷰 中

 

 일상의 변주가 어떻게 그의 예술 세계로 승화되는지는 가히 놀라웠다. 아침 식사를 하며 유심히 바라본 성냥개비가 시의 주제가 되기도 했으며, 매일 달라지는 일상이 생성되는 시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패터슨이 그의 삶 안에서 하나의 시적 동기를 찾고, 발전시켜 근사한 시를 완성하는 것을 보며 예술은 생각보다 심오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삶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존재하는 일상적인 것이라고 느꼈다.

 

 영화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그의 아내에 있었다. 패터슨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아내 ‘로라’는 즉흥적인 일을 좋아한다. 갑자기 집 안을 자신이 좋아하는 무늬로 색칠하고, 바자회에서 컵케이크 사업에 도전한다든가, 갑자기 컨트리 가수에 빠져 값비싼 기타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전혀 다른 둘 에게도 비슷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것을 좋아하며, 자기 삶의 방식을 사랑하며, 자신의 방식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방식을 가진 서로를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전혀 다른 두 인격이 사랑의 힘으로 조화롭게 사는 모습은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일주일간의 일상을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그들의 인생이 꽤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문득 ‘패터슨’에서 보여주는 일상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매일 정해진 곳에서 일하며, 조금씩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그런 일상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게 남은 20대 시절이 모두 대학원 박사과정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무기력해 있었다. 별반 다르지 않을 기간에 정해진 일에 대해서만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새해에는 일상의 변주에 집중하고 또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취미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삶이 음악과 같다고 한다면, 그 안에서 변주를 즐기고 그것을 시로 표현하며 일상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패터슨처럼 말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조금의 변화가 가능하다면 최대한 바꿔볼 생각이다. 그런 변화를 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남은 20대가 더욱 풍성하고 멋지게 흘러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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