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이태인
댓글 0건 조회 4,874회 작성일 18-01-14 15:18

본문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강세형 저

 


   세상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나도 어린 시절의 치기 어린 꿈이 있었다. 손에 가진 것은 없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세상이 흘러갈 줄 알았다. 손에 천 원짜리 지폐 하나만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고, 별다른 놀거리가 없어도 친구들끼리 신나게 동네를 휘젓고 다녔다. 우리가 가진 꿈은 하늘에 있는 무수한 별들의 숫자만큼 많았고, 또 밝았다.

    

 

   끝없는 가능성을 꿈꾸었던 그 시절은 누구나 그렇듯이 오래가지 않았다. 고등학교는 우리의 무한한 꿈을 잘게 찢어놓았다. 성적에 따라서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것들이 제한되었다. 꿈이라는 것에도 순위를 매겨서 성적이 좋은 학생은 높은 순위의 꿈을 꾸도록 강요했고 성적이 모자란 학생들은 꿈꿀 기회조차 박탈해버렸다.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라는 꿈을 꾸었던 친구는 비웃음을 샀고, 꿈이 대통령이라는 또 다른 친구의 이야기는 모두가 농담으로 치부해버리기 일쑤였다. 결국, 우리는 그 성적의 순서에 맞게 우리의 미래를 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들이 사회의 시선과 학교가 만들어 놓은 매트릭스 같은 것이었다.

    

 

   다행히도 대학에 들어와서는 그 매트릭스를 잠시 탈출할 수 있었다. 드디어 우리는 대학생이라는 왠지 모를 희망과 자부심이 있었다. 편의점에서 산 과자 몇 개와 맥주 한 캔으로 우리는 꿈과 이상을 노래했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었고,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생각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어른들과 선배들의 이야기에 다시 사회가 만들어 놓은 매트릭스로 돌아가야 했다. 꿈은 사라졌고 현실만 남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을 준비했다.

    

 

   몇몇 친구들은 취업에 성공해서 기뻐했지만 그도 잠시였다. 얼마 전에 회사에 다니는 몇몇의 친구들과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친구들과 나는 더 이상 미래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사회는 이미 그들에게 냉혹한 견적서를 발부하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들이 얼마의 돈을 벌 수 있을지, 얼마나 일을 할 수 있을지 그들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지금까지 지내온 세월과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나 본인이 그 회사에 내가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내가 어느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제 더 이상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즐겁지 않다. 벼룩을 병 안에 가두면 나중에 그 병 밖으로 나와도 딱 그 병 높이만큼 뛰어오르는 벼룩처럼 친구들의 이야기가 그렇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의 잠재성을 묻어버리고 사회가 발부한 견적서대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나도 사회가 정한 대로 살아갈 것 같아 두려움이 든다. 술자리에서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과거에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 꿈과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을 추억한다. 추억팔이가 끝나면 지금에 대한 한탄과 힘듦을 호소하며 그 자리는 마무리된다.

    

 

   가끔씩 대학원 생활이 끝나면 나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그때마다 사회가 정해 놓은 정답과 내 마음속에 있는 정답 사이에 고민한다. 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할 때면 사람들은 못마땅해하며 조금 더 현실적인 것을 찾아보라고 충고한다.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아직 왜 그런 생각을 하냐면서, 조금 더 책임감 있는 결정을 하라고 잔소리한다. 몇 번의 이러한 경험을 한 뒤로는 누가 비슷한 질문을 할 때마다 사회가 원하는 답변이나 질문한 사람이 기대하는 답변을 이야기하며 얼버무린다. 그러면 질문한 사람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별다른 이야기 없이 수긍한다. 이런 질문에 답변할수록 내가 가진 꿈들이 터무니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고 불안해진다.

    

 

실망하면 어떡하지.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실패하면 어떡하지.

그렇게 주저주저. 여러 번의 실망, 여러 번이 상처, 여러 번의 실패.

그사이 어느덧 나는 겁쟁이로 변해 있었다.

설렘보단, 두근거림보단, 언제나 걱정이 앞서는 겁쟁이로.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중



  그런 와중에 강세형 작가의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를 읽었다. 책에서 나오는 글귀 하나하나가 가려운 등을 긁어주듯 했다. 이 책은 ‘원대한 꿈을 갖고 도전하라’라거나 ‘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다’ 따위의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뻔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나 그럴 수도 있다’ 혹은 ‘살아가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에 더욱 위안이 되며, 그렇기에 꿈을 가지고 나아갈 힘을 준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우리는

우리가 더 이상 막내로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걸 다 알면서도

이젠 울고 떼쓰고

그런 게 통하지 않는 나이가 됐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그러고 싶어질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맘껏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질 때.

 

나이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늘 어른인 척 꼿꼿하게 서 있기엔 우리의 삶이

그렇게 만만치만은 않으니까.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중



  어린아이의 꿈과 어른의 꿈은 다르다. 현실이 얼마나 가혹한지 모르고, 풍파를 헤쳐 나아갈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도 마냥 꿈을 꾸면서 행복해하는 것이 아이의 꿈이다.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이 왜 현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기에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허무맹랑한 아이의 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바보 같은 짓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꿈을 꾸고 싶다. 앞으로 겪을 풍파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묵묵히 감당할 힘을 기르고 싶다. 어리광부리는 그런 아이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말이다. 죽은 물고기만이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는 말처럼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이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강물을 거스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