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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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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재
댓글 0건 조회 5,972회 작성일 17-11-0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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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알랭 드 보통

 

‘불안’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가장 자주 느끼고 경험하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기쁨과 행복을 느낄 때조차 이 편안함이 얼마나 지속될까 불안해 지는 것을 보면 현대인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게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불안의 정체가 무엇일까, 그 정체를 알고 나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물음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스위스 출신의 영국작가, 알랭 드 보통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사람의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고 그것을 낱낱이 글로 드러내는 데 가히 천부적, 독보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채 이해하지 못했던 내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는 이가 많지 않기에 그의 작품에 몰두하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알랭 드 보통은 논리적이고 예리하며 박학다식하다. 무엇보다 그의 매력은 추상적, 철학적, 심리적 주제들을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능력에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불안이 무엇인지, 왜 우리는 불안한지, 어떻게 불안을 극복할 것인지에 관해 수천 년의 철학과 문학, 예술을 아우르며 정의하고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겪는 다양한 불안 가운데 특별히 “지위”와 관련된 불안에 초점을 맞춘다. 경제적 능력으로 사회적 지위가 구분되고 규정되면서 인간은 상대적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는데, 지위 그 자체보다는 지위로 인해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의 문제가 우리를 불안으로 몰아넣는다고 본다. 불안의 원인을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의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의 존재를 이해하고 그것들이 주는 해법을 적용할 줄 알면 불안이 해소되거나 적어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불안의 원인을 사랑결핍과 속물근성의 세상에 두는 관점이 무척 흥미로웠고 적잖이 공감이 되었다. 이 관점을 이해하려면 우리의 자아상은 수시로 외부에서 사랑이라는 헬륨을 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작은 바늘에 아주 취약한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아기 때 우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무조건적인 애정을 받았다. 몸을 뒤집기만 해도, 말똥말똥 바라보기만 해도 사랑 받았으나 자라면서 우리가 받는 사랑은 성취와 관련이 된다. 학교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거나 사회에서 계급이나 명성을 얻는 일이 중요해진다. 즉 속물 근성이 우리로 하여금 있는 그대로 존재로서의 사랑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가 보다는 속물근성의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불안해 하고 연연할 수 밖에 없다. 속물근성은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보기 때문에 아무리 지위가 올라가고 내가 소유하고 누릴 수 있는 경제적, 물질적 부와 지식이 많아져도 늘 부족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많은 것을 소유했으나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생존 자체가 위태롭던 원시시대나 의식주 모든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예전보다 우리는 더 불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의 정체성이 함께 사는 사람들의 판단에 좌우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작가가 제시한 해법 가운데 철학적 접근이 상당히 의미 있게 생각된다. 외부의 의견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나의 이미지” 라는 등식에 무조건 반응하지 말고 “이성”이라는 상자를 거칠 것을 권고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성품이나 성과에 대해 하는 말에 영향을 받지 말고 먼저 이성으로 그런 말을 검토하라는 뜻이다. “에메랄드가 칭찬을 받지 못했다고 더 나빠지는가?”라는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은 우리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파악하라는 뜻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칭찬 없이도 사랑 받을 만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외부에 연연하지 않을 때 우리는 더 이상으로 불안하지 않을 것이며 상대적 궁핍감, 결핍감에 불행하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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