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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마술사 : 에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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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규섭
댓글 0건 조회 6,358회 작성일 17-10-0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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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마술사 : 에셔


이규섭


  나는 미술에 관하여 지식이 전무하다. 내가 가진 미술에 대한 지식은 전부 중,고등학교 시험을 위해 달달 외웠던 이제는 어렴풋이 떠오르는 회화 및 조소에 관한 몇몇 용어들이 전부일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수년에 한번 꼴이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미술관을 찾는 것은 중학교 때 미술감상부 활동을 하게 된 이후 부터였을 것이다.

  중학교 시절 토요일 자율활동은 경쟁을 통해 주어진 자리를 확보해야 했다. 인기가 많은 스포츠와 게임 활동을 차지하기 위한 가위바위보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한 끝에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미술감상부에 들어가게 되었다. 여행지를 방문한 김에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1년에 4차레였나, 8차례 미술관을 방문 했을 터인데 기억에 남는 것은 클로드 모네의 전시회뿐이다. ‘화려한 색채’와 ‘강렬한 붓터치’라는 상투적인 표현에 어울리는 그의 작품은 미술에 대해 전무한 어린 시절에 내가 보기에 충분히 즐거운 전시였다. 당시에 왜이리 비슷한 그림을 잔뜩 그렸나 여겼던 수련 연작들 역시 이제와 생각해보면 마치 자연의 풍경을 보듯이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들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모네의 전시회 중에서도 작품의 수도 다양하고, 구성도 충실한 꽤나 괜찮은 전시회였다고 생각된다.

  고작 몇번의 전시회 방문으로 나에게 조예라 할만한게 쌓였을 리는 없고, 여전히 미술품을 봐도 특별한 안목으로 볼 줄아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 때 이후로 단순히 ‘감상’하기 위해서 미술관을 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전히 현대미술이나 일부 난해한 전시에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유명한 화가들의 전시회가 열리는 때면 가끔 방문하고는 한다.

  올해는 긴 추석연휴덕분에 대학원 진학 후 처음으로 미술관에 갈 마음이 생겼다. 알다시피 볼만한 전시회들이란 대체로 서울에 밀집되어 있다보니, 한주 전부터 서울에 무슨 전시회가 있나 훑어 보던중 반가운 포스터를 보았다. 바로 마우리츠 에셔(Maurice Cornelis Escher)의 전시회가 진행중이라는 것. 에셔는 위대한 예술가라고 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으나, 어린이 이공학도들에게는 친숙한 화가다. 어린시절 수학과 과학이 좋다며 온갖 책을 읽다보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이 에셔의 작품들이었다. 특히 퀴즈 책이나 교과서에 자주 등장했는데, 프랙탈을 연상시키는 도마뱀이며 새, 물고기의 그림이나, 공간이 뒤틀린 폭포나 건물 내부를 그린 그림, 두개의 손이 서로를 그리고 있는 그림 등은 어린 공학도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설령 그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한번 보면 “아, 이 그림 봤는데!” 하고 외칠법한 작품들이 가득하다.

  보통 유명한 작품들을 볼 때면 그림 자체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한번 다 둘러본 뒤에  도슨트의 해설을 듣거나,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거나, 오디오 가이드의 힘을 빌려 추가 지식을 얻으면 한번 더 둘러보면서 새로운 재미를 추구할수 있다. 에셔의 작품은 그림 이면의 감정이나 주제 의식를 엿볼 필요가 없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현란한 형상을 보면서 뇌가 착란을 일으키는 과정을 즐기면 된다. 분명 이 기둥이 저 기둥보다 앞에 있는데 다른 구도로 보면 반대로 보인다던가. 정 12면체 위에 올라탄 12마리의 도마뱀이 어떻게 꼬여 있는지를 보면서 이 다리가 누구의 다리인지를 생각하며 작가의 치밀한 계산에 감탄을 하면 된다. 그는 2차원의 그림속에 3차원의 세계를 표현하면서 이를 왜곡하는 여러 트릭으로 보는 이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전시회 전체를 통하여 풍경과 정물, 시간과 공간의 왜곡, 테셀레이션(평면의 규칙적인 분할)으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 흐름을 재미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사실 뫼비우스의 띠라거나 몇몇 테셀레이션 작품들, 무한히 반복하는 계단이나 폭포 같은 어린시절 책에서 봤던 작품들을 다시 만나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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