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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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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성준
댓글 0건 조회 6,077회 작성일 17-11-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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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 구작가 (구경선)



일상을 살다 보면 소소한 것이 주는 소중함을 느끼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누리는 것이 하나의 권리처럼 매우 당연한 것인 양 생각되기에 소소한 것의 부재를 상상할 여지 조차 딱히 없다.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이 갑자기 없어지거나 제한되는 상황이 닥칠 때 그제서야 소소한 것이 주던 행복을 깨닿고 그것을 그리워하게 된다. 지난 한달 간 육군훈련소에 있으며 느꼈던 점이다. 답답할 때 산책하고, 허리가 아플 때 잠시 누워서 쉬고, 허기질 때 밥을 먹고, 아플 때 병원을 가고. 그동안 자연스럽게 행해 왔던 것들이 통제되고 누군가에 의해 제한이 될 때 느꼈던 불편함과 무력함은 사실상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필요할 때 자발적 의지로 행해왔던 행동들을 이제는 명령에 의해 정해진 시간에 해야하는 상황에 처해보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신체활동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몸소 체험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정말로 진지하게 처음 해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자유롭고 축복받은 환경에서 지내 왔던지.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 결핍이 필요하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한달 간 소소한 것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하지만 사실 몇몇 행동의 자유를 제한당한 것 가지고 심히 거창하게 서술한 면이 있다. 책 <그래도 괜찮은>은 어렸을 때 열병을 앓고 청각을 잃은 한 그림작가의 수필이다. 훈련소 입소 전 여자친구가 읽어보라고 준 책인데 훈련소 안 통제된 환경 속에서 읽으며 더더욱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연하게 듣고 살아왔던 소리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그 불편함을 상상할 수 있을까. 소리의 결핍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그 소중함을 온전히 깨달을 수는 없지 싶다. 자연의 소리, 부모님의 목소리, 친구와의 수다, 연인의 속삭임 등 보통의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이 갑자기 없어진다면 그 상실의 크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놀라웠던 건 소리의 상실에 절망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각, 촉각, 미각 등의 소중함을 느끼고 만족하는 작가의 모습이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점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림을 그려 타인과 소통하려는 모습은 완벽하지 않은 우리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 같다. 오감이 온전한 사람들에 비해 청각이 없음으로써 시각, 미각 등 다른 감각이 주는 행복을 두배 세배 이상 느낄 수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될 때 진정한 가치를 느끼게 된다.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이제는 시각까지 점차 잃어가는 작가이지만, 상실의 아픔보다는 아직 남은 감각들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고 향후 계획을 세워가는 모습이 오히려 우리들에게 큰 위로를 주는 것 같다.



가지지 못했기에 절망하기 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주는 소중함과 행복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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