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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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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재
댓글 0건 조회 6,265회 작성일 17-08-3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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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저

                                                       

프랑스 대표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가 1978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이 작품으로 파트릭 모디아노는 그 해에 콩쿠르상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노벨상 작가가 되었다.

작품의 첫 문장을 쓰기 위해 소설가는 밤을 지새운다고 한다. 그래서 명작의 첫 문장은 명문인 경우가 많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첫 문장에서 독자를 강하게 끌어 당긴다. 나는 짧은 이 첫 문장에 오래 머물렀고 수많은 생각을 떠올렸다. 작품에 대해서는 기대 이상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표현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작가는 시종 간결한 문체와 담담한 어조로 기억상실 때문에 과거를 잃어버린 주인공 기 롤랑이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려 나갔다.

팔 년 동안 사설탐정 사무실에서 일해온 기 롤랑은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로부터 어렵사리 얻은 사진이나 기억의 파편을 단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자신에 대한 타인들의 불확실한 기억을 바탕으로 과거를 추적해 가는 것이다. 언젠가 맡아본 냄새, 가슴을 떨게 하는 길, 누군가를 오래 기다렸던 기억을 떠올리는 창문, 어떤 불안감, 섬뜩함을 주는 정경 등 불확실한 과거의 단편들 속에 들어가 자신일지도 모르는 낯선 이름들의 삶을 탐색해 간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뚜렷하지 않아 타인의 과거에 자신을 대입하기도 하고 자신의 과거에 마치 타인처럼 들어가기를 거듭한다.

마침내 기 롤랑은 자신이 도미니카 영사관에서 친구를 도와 일했던 페드로 맥케부아이며 아내 드니즈와 절친 프레디 하워드, 게이 오를로프, 경마기수 앙드레 빌드메르 등과 40년대 시절의 불안정, 신분 불안을 피해 므제브로 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곳에서 드니즈와 함께 스위스 국경을 넘으려다 두 명의 사기꾼에게 속아 함정에 빠졌고 그 후로 기억과 사람을 모두 잃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기억상실과 잃어버린 기억 되찾기는 많은 문학작품과 드라마, 영화의 소재이다. 기억상실의 소재를 다루는 대부분의 작품은 이 과정을 드라마틱하고 자극적으로 묘사한다. 그래야 극적 효과를 줄 수 있고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은 이런 선입견에서 벗어나 있다. 자극적인 액션, 모험, 극적인 반전은 없다. 언제나 결정적인 세부사항이 부족하여 판단을 유보하게 하거나 연결점이 어디서 끊어질지 모르는 혹은 그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허사가 되어버릴 지 모르는 상황만으로 작품 전체의 긴장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저력 덕분인 것 같다.

작품의 화자인 주인공은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선이 유지된다. 과거를 기억 못하는 답답하고 막연한 상황 속에서 또는 일부 되찾은 과거에서 느낄 수 있는 회한과 분노가 있을 법도 한데 그의 내레이션은 언제나 단순, 명료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이런 감정적 배제가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그의 어둠과 불안, 슬픔을 더 느끼도록 하는 것 같다. 장황하고 화려한 설명보다 때론 침묵이 더 많은 설명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실체는 존재하지만 내 주변에서 일어난 기억이 없고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고백이 나올 만하다. 그것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백이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정체성은 실체 하는 존재만으로 정의 될 수 없고, 나와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의 관계, 사건들에 의해 정의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내 행동과 주변 사람들과 함께한 기억의 조각들은 한 데 모여 미래의 내 정체성이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현재 내 삶이 온전하고 완벽하지 못한 것일지라도 그것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 나간다면 미래의 나는 조각들이 모인 파편 뭉치가 아닌 매력적인 모자이크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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