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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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열여덟이라는 나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이미지를 가진다. 풋풋하고, 아름답고, 또 누군가에겐 힘들고, 아프고. 2014년 4월에 개봉한 이유빈 감독의 <셔틀콕>은 그러한 열여덟 소년의 짧은 여행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민재에게는 이복 누나인 은주와 동생 은호가 있다. 부모님이 사고로 사망한 후 그들은 사망보험금 1억원을 받게되는데, 은주는 갑자기 보험금을 들고 사라지고 그런 누나를 찾기위해 민재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는 누나로 추정되는 인물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 하나만을 근거로 의도치않게 동생 은호와 함께 남해의 한 마트를 향하게 된다.
이 영화는 열여덟의 위태로움과 날카로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민재는 어른이 되는법을 배우지도 못한 채 너무도 갑작스럽게 ‘어른’이 되라고 세상에게 등을 떠밀렸다. 그는 매우 불안정하고, 날카로우며 반항적이다. 그 와중에 동생 은호는 다른 사내아이들과 대비되게 여성스러운 면모를 보인다. 여자 머리띠를 하고 치마를 입고 열심히 매니큐어를 바른다. 그런 은호를 보고 민재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민재가 경험한 세상이 녹록지 않았고 평범한 상황에 있지 않기에 더욱 호전적이고, 보호해 줄 사람조차 없기에 더욱 강하게 은호를 그리고 자신을 채찍질 한다.
은호를 괴롭힌 아이들을 찾으러 다니는 장면에서 그는 돌연 스프레이를 꺼내 길을 지나며 스프레이를 뿌린다. 마치 미로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위해 벽에 손을 대고 걷듯이. 그저 화풀이 하는 장면이었을지 모르나 민재의 탈출구가 없는 상황을 잘 드러내준 씬이었다.
민재는 사실 은주에게 연정을 품고있었다. 영화는 막이 올라간 순간부터 그것을 암시했다. 그는 그녀가 일한다는 마트를 찾아내고서도 쉽사리 들어가지 못했다. 그가 남해까지 찾아 온 것이 가족을 위해서인지 좋아하는 은주를 위해서인지가 애매해지는 순간이었다.
영화 제목이기도한 셔틀콕은 바로 위태롭고 날카롭고 못난 열여덟 민재를 상징한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아무데나 날아가고, 조금만 쳐도 털이 빠지고. 혼자서는 연습도 못하는 바로 그런 것이 민재의 열여덟이다. 배드민턴 채는 왜 가지고 왔냐는 민재의 말에 은호는 이렇게 말한다. ‘형아가 같이 쳐줄꺼잖아.’ 민재 자신으로서는 털이 빠진 못난 셔틀콕이지만, 동생 은호에게 있어서는 그가 함께 ‘연습’해줄 상대인 것이다. 이제는 민재가 그 역할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민재는 은호에게서 있는 힘껏 도망가 본다. 무거운 책임감에서 전력질주로 도망을 쳐본다. 하지만 결국은 혼자 주저 앉아있는 은호에게 다시 돌아온다.
이 영화는 이주승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이 인상깊었던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연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와 정말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같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있다. 이주승의 연기는 후자이다. 실제 주변에 있을것만 같은 고등학생처럼 욕을 입에 달고, 무미건조하게 거친말을 내뱉는다. 과하게 드라마틱한 감정을 잡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마치 민재의 행동을 곁에서 보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느새 몰입하여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그의 먹먹함, 복잡함, 위태로움이 관객에게도 전해져온다. 반면 은호역의 김태용군은 ‘연기같은 연기’의 느낌인데, 그래서 더욱 영화내에서 감초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건조하고 먹먹한 분위기의 영화 속에서 깨알같은 웃음을 주어 부담스럽지 않게해준다.
이 영화는 ‘첫사랑의 이야기’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지만 사실 첫사랑에 촛점이 맞추어진 느낌은 크지 않다. 그저 위태로움 중에 첫사랑이라는 요소가 들어가있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너무 많은 요소를 집어넣다보니 정작 강조하고 싶은 것이 드러나지 않고 시선이 분산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클라이막스의 임팩트가 모자라 어느 또한 영화 후반부의 배드민턴 장면은 오히려 관객들에게 여운을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셔틀콕>은 열여덟의 성장통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흔히들 독립영화는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셔틀콕>은 그리 어렵지 않아 가볍게 시도해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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