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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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휴식
-왜 아무리 쉬어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걸까-
구가야 아키라 저
‘피곤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말을 안 할 뿐이지 그 누구나 끝나가는 점심시간이 야속하기만
하고, 휴게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 커피를 홀짝이다 왔는데도 몸은 천근 만근이고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하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이다. 나도 가끔 키보드에서 손을 때고 멍하니 10분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아 오래 쉬었구나, 뇌야 이제 다시 일을 할 때야, 잘 쉬었지?’하며 뇌를 다독이지만 이 녀석은 내 몸의 일부가 맞는건지
의심이 들 만큼 여전히 제 멋 대로이기 일쑤다. 하루 종일 잠을 자거나 심지어는 휴가를 내고 여행을
다녀와도,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다음날 직장동기에게 또 이렇게 얘기한다. ‘아 오늘따라 너무 피곤하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이런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치열한 경쟁, 단시간에 결정적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 종일 울려대는 휴대전화와 각종 메신저까지 순간순간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세상은 너무 빨리 돌아가는데 그 속도에 맞추라는 무언의 압박까지 강하게 가해진다. 피곤한 게 어쩌면 당연한 환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늘 피곤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뇌 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가 말한다. ‘그런데 어쩌면 그거 당연한 걸지도 몰라’. 휴식을 ‘몸’이 쉬는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사실 단 한번도 ‘뇌’를 쉬게 한 적은 없으니까 말이다. 다시 말해 이들이, 아니 모든 현대인들이 피곤한 이유는 몸이 지쳐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몸의 피로를 푸는 방법과 뇌의 피로를 푸는 방법은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면 등의 방법만으로는 완전한 휴식을 얻기 어렵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멘탈클리닉을 운영하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인 현대인들의 삶을 마주하고, 마음의 문제에 대해 조언하는 일을 해오면서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 만성 피로, 무기력 등의 원인을 찾기 위해 몰두해왔다. 그 결과 피로감의 원인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Default Mode Network)의 과도한 활성화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이른바 멍한 상태에서 활성화되는 뇌 내 메커니즘을 통칭한다. 쉼 없이 활동하는 뇌의 기초 활동으로, 마치 멈춰선 순간에도 아이들링을 하는 자동차처럼 뇌가 계속하여 공회전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식을 취하거나,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의 뇌는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이때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이 전체 뇌가 소모하는 에너지의 60 ~ 80%에 달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피곤한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위해서는 이 공회전하는 뇌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출간 후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까지 오를 만큼 화제가 되었던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긋지긋한 피로를 탈출할 수 있는 7가지 방법을 소개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흥미롭고도 아이러니컬했던 것은 바로 ‘베이글 관찰하기’이다. 바로 눈앞에 놓인 무엇인가, 예를 들면 베이글에 집중하는 것이다. 핵심은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관찰해야 한다. 적당히 구운 베이글의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반듯이 잘려진 두 조각의 베이글 사이에 아낌없이 채워진 크림치즈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내 입으로 가져가 바삭하고도 부드러운 식감에 황홀함을 느끼고는, 지금 이 순간 베이글 이외에 다른 생각은 일절 하지 않고 오로지 감각에 집중한다. 바로 이 순간, 뇌는 공회전을 멈추고 휴식에 들어간다. 이러한 행동을 저자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 부른다. 지금 바로 이것,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건 바로 자동조종 상태야. 생활을 하다 보면 별 생각 없이 하는 것들이 많을 거야.
먹기, 걷기, 양치질 등. 사실은 우리 생활의 대부분이 이렇게 별생각 없이 하는 행위로 채워져 있지.
자동조종 모드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처럼 말이야.
그럼 정작 중요한 조종사, 즉 인간의 의식은 과거와 미래를 방황하게 돼.
눈앞의 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움직일 때 마음은 항상 지금과 관계없는 곳에 머물게 되거든.
그렇기 때문에 자동조종에서 벗어나 마음의 방랑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 ‘지금’을 되찾아야 해.” - 본문 중
이 개념은 사실 좀 낯설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활성화 상태, 즉 멍 때리기 상태의 장점에 반대되는 개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멍 때리기가 미지의 상상,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몰입, 창의성의 극대화 등에 기여한다는 것을 들어왔다. 물론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적절하게 활성화되면 이런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과도하게 활성화되었을 때이다. 반복되는 삶에 지친 현대인들은 늘 찻잔을 들고 소파에 앉아서도 우울하거나 답답한 상태로 과거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거나 불안한 미래에 사로잡혀 있는데 이 때 뇌는 에너지를 지나치게 낭비한다. 이렇게 에너지를 낭비해버리니 아무것도 안 해도 지치고 마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어딘가를 향해 바삐 걸어갈 때 무의식적으로 걷는 것이 아니라 내 신체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고, 땅에 발이 닫는 느낌을 인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식사를 할 때도 음식의 맛뿐 아니라 입안에 닿는 식감에 주의를 기울여보는 것이다. 샤워를 할 때, 차를 마실 때에도 바로 앞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왠지 더 복잡할 것 같지만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일만 줄여도 뇌의 공회전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고, 무기력하고 지친 느낌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일에 매달려 머리가 지끈할 때에 나는 가끔 속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십 수 번도 더 되뇔 때가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휴식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다. 신기하게도 예전에 읽은 일상의 순간을 예술로 느끼는 생활방식과도 매우 유사한 이 방법을, 일을 제대로 하려면 그에 맞는 방법이 있듯이 휴식에도 제대로 된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부터는 그 방법의 필요성을 자각하며 내 삶의 한순간 한순간에 집중하겠다. 걱정을 잠시 잊는 것이 어쩌면 그 걱정을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에너지를 가져다 주는 것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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