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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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 프레드 울만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행복과 절망의 근원이 된 ‘콘라딘’과의 첫만남을 ‘한스’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의 가장 이름 높은 학교 ‘알렉산더 김나지움’의 학생인 그는 자신 우정의 로맨틱한 이상형을 충족시킬 아이가 언젠가 등장할 것이라고 믿고있었다. 한스는 아무 생각없이 막연한 꿈을 품었고, 단지 여행을 하고싶다든가, 시를 짓고 싶다든가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학교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기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이미 알고있는 듯 했고 변호사, 공무원과 같은 현실적인 삶을 살기를 원했다. 한스가 반 친구들에게 냉담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그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친구> 독일을 위해 죽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여겼 듯이, 나는 친구들 위해 죽는 것도 달콤하고 옳은 일이라는 데에 동의했을 터였다.” 열여섯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에 있는 소년들은 때때로 천진무구함을 심신의 빛나는 순결함, 또는 열정적인 헌신과 결부시킨다. 이는 짧은 기간동안에만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강렬함과 독특함 때문에 우리의 삶에서 가장 귀중한 경험 가운데 하나로 남는다.
전학생 콘라딘에 끌렸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아이들과 그를 구분 짓는 영광스러운 가문 이름에 끌렸고, 당당하고 예의 바른 자세, 잘생긴 용모에 끌렸다. 콘라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한스는 그간 따분했던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쉬는 시간까지도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한 끼를 발산한다. 그리스 시대의 동전을 가져와 확대경으로 관찰하는 한스를 보고 콘라딘의 호기심이 발동했고, 이 장면은 둘의 우정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가 다른 누구도 그 둘의 우정을 방해하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라는 울타리 바깥에서는 정치적으로 불안하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슈투트가르트는 언제나 그랬듯 평화로웠다. 그들은 철저히 자신이 겪은 일을 자양분 삼아 성장하는 점이 비슷했고 종교, 예술에 대한 토론을 펼치기도 한다. 둘은 각자가 느끼는 모든 것을 공유했고, 대화를 통해 성장했다.
물론 그 둘 사이에 다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콘라딘이 한스의 집에 초대되었을 때, ‘백작님’이라고 격식을 차리는 아버지의 모습에 한스는 큰 충격을 받았고 자신이 존경하는 아버지를 바보로 만든 콘라딘을 미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콘라딘의 부모님에게 자신을 소개 시켜주지 않는 모습에 실망한다. 콘라딘은 한스가 그 이유를 모르길 바랐지만, 결국 그 이유가 히틀러 정부와 친분이 있는 콘라딘 부모님의 ‘유대인 혐오’로 밝혀졌을 땐 둘의 우정에 조금씩 금이 가고있었다.
학교에 아리아인 우월주의를 신봉하는 새로운 역사 선생님이 부임될 때쯤, 또한 한스가 동급생들 사이에서 유대인이라고 놀림 받을 때쯤, 한스의 부모님은 한스를 미국의 친척집으로 보내기로 결심하는데, 유대인이기 이전에 자신을 온전한 독일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한스의 가족이 왜 이런 곤경에 처하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설명할 수 없었다. 결국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기에 한스와 콘라딘의 우정은 한스의 미국 행으로 끝이 난다. 1930년대의 급변하는 독일과는 관계없이 행복할 것 같았던 이야기가 점점 비극적으로 흘려가는 것을 보며 나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살면서 여러 경우에 볼 수 있는 소위 ‘어쩔 수 없는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도 아닌 마지막 문장으로 이 소설의 모든 감동과 반전을 이끌어낸다.
미국으로 넘어와 하버드법학대에 입학한 한스는 30년이 지난 지금 변호사가 되어있다. 비록 학창시절 바라왔던 시인은 아니었지만 센트럴파크가 보이는 집, 시골에 별장, 화목한 가족 등 어느정도 성공한 삶을 살고있다. 그는 독일에 대한 추억은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한스로 돌아오게 되는데, ‘알렉산더 김나지움’으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 때 산화한 동창들을 기리는 추모비 건립에 기부해달라는 호소문이 우편으로 날아온 것이다. 전사하거나 실종된 동창들의 명단과 함께. 그는 폰 호엔펠스 콘라딘의 ‘H’ 을 피해가며 명단을 훑어 내렸다. 동창들의 이름 하나하나 그들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심지어 그를 놀리던 친구들까지.
마침내 나는 그 끔찍한 것을 없애 버리기로 했다. 내가 정말로 알고싶거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를 다시는 보지 못할텐데 그가 살았건 죽었건 거기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나는 조그만 인명부를 집어들고 막 찢어버리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순간에 내손을 멈췄다. 그런다음 마음을 굳게 먹고 떨면서 H로 시작되는 페이지를 펼쳐 읽었다.
<폰 호엔펠스, 콘라딘. 히틀러 암살 음모에 연루, 처형>
이 마지막 문장에는 비극적이었던 둘의 우정을 이겨낸 콘라딘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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