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공범자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최형도
댓글 0건 조회 6,129회 작성일 17-09-04 23:29

본문

공범자들 - 감독 최승호 PD



        떠올리고 싶지 않은 세월호 사건. 그저 심각한 사태였기에 내막에 대해선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그 사건의 그날을 다시 떠올려보면 뉴스의 순서는 이랬다.

1. 배가 가라앉고 있다.

2. 학생들 전원이 구조되었다.

3. 다시 보도가 들어왔는데 학생들 중 대부분이 배 안에 갇혀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이한 것은 2에 대한 3의 정정보도가 한동안 올라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현장의 상황이 쉽사리 파악되지 못해서가 아니다. 당시 목포 MBC기자는 전원 구조가 오보임을 확인하고 배에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MBC본사에 지속적으로 알렸으나 본사에서 이를 묵살한 것이다. 뒤늦게야 알았지만 상당히 충격적이다.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 정보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전달하기보다, 정부에서 내려온 보도 지침을 우선시하고 진실을 외면한 것이다.



공범자들.png

<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뚫고 많은 영화들 사이에서 조용히 상영 중인 ‘공범자들’,

감독의 블록버스터급 배우 섭외가 눈에 띔>


        정부의 보도 지침, 다시 말해 정부의 언론 장악은 2008년에 있었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점부터 시작된 MB정권의 언론장악, 그리고 그 이후 10년간 공영방송을 장악한 세력과 부당해직을 비롯한 발령, 정직 등을 당한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본 영화는 일종의 다큐멘터리다. 지난 두 정권 동안 정부의 확성기로 전락한 두 공영방송의 사장단과 이사진, 그들의 행동에 대한 고발의 부정 등의 장면을 시기적으로 담았다. 본 영화를 보면 현재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시선이 어디에 기인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점령-반격-기레기 총 3부의 순서로 진행되는 본 영화는 친정부 세력들의 방송국 ‘점령’에 의하여 방송국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그들의 방송이 무엇인지를 담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언론인들의 ‘반격’과 그 실패로 인한 부당 처우, 결국 현재에 이르러 ‘기레기’들이 전하는 오보와 은폐 등을 차례로 보여준다.

 

        대략 10년의 기간 동안 공영방송이 퇴보의 길을 걷게 한 원인 제공자들을 만나 최승호 PD는 질문을 던진다. ‘언론을 망친 당사자로 선정되셨어요. 소감이 어떠십니까?’ 본 질문을 받는 주연 및 조연급 인물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보면 상당한 통쾌함을 맛볼 수 있지만, 따라오는 그들의 일관된 부정적 반응을 보면 씁쓸한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하지만 이러한 ‘모른다, 나와는 관련 없다, 그건 누구를 찾아가야지’ 등의 반응에 대해 올바른 대답을 하기 까지 이런 질문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어느 한쪽, 특히 권력에 치중된 방송이 단순히 문민정부 이전의 일이라 생각하는 현 시대 대다수의 사람들 뒤에서 이런 일이 버젓이 진행되어 왔고, 이제 와서 그 어떤 제재도 효력이 크지 않다는 것으로도 우리는 분노해야 하는 게 아닐까.

 

        사실 위의 캡션에 언급한 것처럼 본 영화는 개봉 직전 초상권 및 명예권 침해를 내세운 MBC 임원들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인해 개봉마저 못할 뻔 했다. 결국은 기각되었으나, 살펴보면 언론인치고 명목이 상당히 치졸하다. 본 영화에서 표현한 내용은 일단 허위사실도 아닐뿐더러, 사실에 기초하여 공인을 비판하고 의문을 제시했을 뿐, 그들의 명예가 이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실추될 여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나름 공영방송사의 핵심 인물들에 대하여 그 직위와 업무에 관련한 공적 관심사를 다뤘을 뿐이기에, 이에 대한 표현이 초상권 침해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스럽다는 생각 또한 해본다. 본 영화가 상영됨에 따라 본인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지고, 과거의 행적들이 재조명된다 할지라도 그것은 언론인이자 공인으로서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론 촛불시위를 통해 정권을 바꿨음에도 전 정권들의 언론 길들이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작은 이유는 대다수의 우리들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9년 동안 지상파 채널을 바꿔가며 방송이 망가져가는 것을 방관했다는 점에서다. 그러는 동시에 너무나도 많은 진실에 귀를 닫아야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씁쓸하다.

 

        또라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망가진 방송을 살리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MBC의 PD들,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MBC를 다시 예전으로 되돌리고 싶다는 아나운서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개인의 안위보다 공정하지 못한 언론을 부끄러워하고 쇄신하고자 하는 많은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부디 좋은 성과가 있길 간절히 바란다.



광고 아님. 제 돈주고 제 의지로 보러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