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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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는 촉망받는 발레리나이다. 그녀의 목표는 백조의 호수에서 주인공을 연기하는 것이다. 얼마나 역할을 갈망하면 꿈에서조차 그녀는 춤을 추고 있다. 춤에서만큼은 완벽해 보이지만, 그녀에게도 한계는 있다. 순수하고 가녀린 모습은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 내지만, 그 반대의 모습의 표현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발레단 단장이 찾는 사람은 화이트 스완의 모습 뿐 아니라 블랙 스완의 모습까지 표현해 낼 수 있는 무용수이다. 때문에 니나는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이 될 수가 없었다.
니나는 엄마의 과한 보호와 집착으로 인해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소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녀의 방은 인형들로 가득하다. 엄마도 그녀를 성인으로 대하지 않고 어린아이를 대하듯 하다. 그 때문에 니나는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가지고 있을 성적 욕망을 표출해내지 못하고 강하게 억누르고 있다. 니나는 성적 욕망 뿐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고만 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소녀일 것만 같았다. 수석무용수 베스처럼 되기 위해 그녀의 립스틱 등 물건을 훔치기까지 한다. 이런 모습은 그녀는 아직 니나 그 자체로 존재하지 못하고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아를 정립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백조의 호수 주인공에서 탈락 한 후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자신도 모르게 표출한다. 훔친 베스의 립스틱을 바르고 단장을 찾아가 안무를 다 외웠다고 거짓말을 하며 주인공이 하고 싶다고 한다. 키스를 하려는 단장의 혀를 깨물고 도망치고 난 후 그녀는 주인공의 자리를 꿰차게 된다. 단장의 혀를 깨물 때부터 그녀 내면의 욕망은 서서히 표출되고 있었을 지도 모르며, 그녀도 블랙 스완의 역할을 해 낼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이 있다는 것을 단장은 느꼈을 지도 모른다.
니나는 항상 불안하다. 프리마돈나가 되지 못할까봐 너무나도 불안하다. 니나를 낳는 바람에 무용을 관둘 수 밖에 없었던 니나의 엄마는 니나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너무나 감정적인 사람이어서 공연을 앞두고 체중조절을 위해 케잌을 먹지 않겠다는 딸에게는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한다. 딸이 밤에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고, 늦게까지 연습하며 단장이 추근덕 되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은 딸이 성인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항상 자신의 인형만으로 니나를 남겨놓고 싶어하는 것 같다. 니나는 그런 엄마에게 맞춰주지만, 그녀 속의 블랙 스완은 같은 발레단의 발레리나 릴리를 통해 서서히 깨어난다.
단장은 항상 니나에게 말한다. 유혹하고, 느끼고, 속에 있는 것을 쏟아내어 관중들을 매혹시키라고. 하지만 욕망과 본능을 억누르는데 익숙한 어린 니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릴리는 그녀에게 마약, 술, 남자 등 그녀의 엄마가 그토록 막고 있던 것들을 맛보게 해준다.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결국에는 릴리를 따라 그녀는 본능을 느끼고 따른다. 방 안의 인형을 갖다버리고, 엄마가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굳게 걸어 잠그는 모습에서 그녀가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안감으로 등을 긁어 생긴 상처는 더 심해지고, 몸에서는 검은색 털이 자라는 것처럼 느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내면의 블랙 스완을 깨우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블랙 스완을 조금씩 더 잘 연기해 내는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녀는 점점 더 불안해진다. 정신착란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환상을 보고, 누군가가 항상 자기 자리를 빼앗을까봐 불안해 한다.
그녀가 보는 환상은 결국에는 니나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는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그녀의 자아와 그것을 표출하고 자유롭고 싶은 그녀의 자아의 충돌의 결과 보여지는 모습일 것이다. 처음 환상을 본 니나는 두려워하기만 하지만 그 환상에 해를 입힐 정도로 거칠어진다. 그녀 내면의 어두운 욕망의 자아가 점차 자리잡게 된다.
공연날, 그녀는 아프니 쉬라는 엄마를 뒤로 하고 공연장으로 간다. 그 곳에서 자신 대신 릴 리가 주인공 자리를 하게 될 소리를 들었으나 자신이 왔으니 되었다며 공연 준비를 시작한다. 분장실에서 그녀는 릴리의 환상을 보고 거칠게 몸싸움을 벌이다가 깨진 유리조각으로 그 환상을 찌른다. 그녀는 릴리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가 찌른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항상 그 자체로 화이트 스완이었던 니나는 공연 중 실수를 하고 만다. 순백의 어리기만 한 순수한 소녀는 이제 없는 것이다. 대신 블랙 스완의 모습은 그녀가 완벽하게 표현하여 관중의 갈채를 받는다. 블랙 스완의 무용을 하고 있는 그녀의 느낌을 영화는 니나의 몸이 검은색 털로 덮여가 정말 검은 백조가 한 마리 춤추고 있는 것으로 보여준다. 정상적인 정신의 성숙이 이루어지지 못한 니나가 마침내 자신의 자아를 정립하고 성인 여성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 자체로 블랙 스완이 될 수 있었다. 공연 말미, 다시 화이트 스완으로 돌아와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을 연기한 그녀는 배에 피를 흘리며 만족한 표정과 함께 말한다.
“I was per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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