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 장인: 지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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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 장인 : 지로의 꿈
이규섭
일을 할 때 사명감을 가지고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일에 대한 자부심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지며, 전체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권고될만한 자세임에 틀림없다.
오노 지로는 미슐랭 가이드 3스타에 빛나는 스시 장인이다. 어린 시절부터 식당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요리를 배웠다니, 1951년 장인이 된 이후로만 취급하여도 근 60년을 초밥을 위해 살아온 것이다. 2007년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이후로 더욱 유명해 졌지만, 그는 항상 한결 같은 삶을 살아왔다. 아침에 가장 질좋은 생선을 사오고, 그날 그날 필요한 수량에 맞게 최적의 조건을 맞추어 재료를 준비한다. 예약 받은 손님만을 대상으로 그가 계획한 메뉴를 손님의 특성에 맞게 내놓는다. 매일매일 같은 작업을 반복하고, 손님을 생각하며 최선의 작품을 내놓으려고 노력하며, 완벽을 추구하는 그 자세는 장인이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장인이란 대체로 실질적인 생산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며, 그중에서도 남다른 품질을 자랑하며 그것만으로 차별성을 이끌어 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장인들을 굉장히 존경한다. 그들은 대체로 끊임없이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는 끈기와 자신의 일에 대해 가지는 자부심, 그리고 그 자부심으로부터 나오는 완벽을 추구하는 자세를 근간으로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갖추기 점점 어려워지는 덕목이다. 그러나 지로가 일하는 모습 속에는 이러한 점들이 모두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의 가게에서 일하는 견습생들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렇기에 지로의 스시는 남들과 다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장인은 남이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취하는 자세에 달려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방송으로 우리 식당으로 보시고 찾아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주로 내가 방송에 나오고 내가 요리를 만드니 손님들도 그런걸 기대하죠. 나카자와는 생선을 나르고, 요시카즈는 생선을 자르기만하고, 주방에선 쉬운 일만하고. 스시 만들기가 가장 어려운 일인줄 알지만, 내 앞에 생선이 오기전에 스시의 95%가 완성돼요. 일을 제일 적게 하는 나는 거드름 피우며 서 있고, 이 친구들한테 모든 준비를 맡기는데, 내가 제일 운이 좋다고나 할까요. (중략) 물론 다 나한테 배워서 하는 일이긴 하죠.”
사람들이 그의 가게에서 먹는 스시는 그 가게의 몇 년 안 된 견습생부터 수십 년 경력의 제자까지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 준비된 작품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 전반은 지로의 손에서 시작된 것이며, 그 기틀을 닦은 것도 지로이지만 지로에게서 교육받아 어엿한 장인으로 성장한 사람이라면 이제 그 역시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의 큰 아들 요시카즈는 지로의 나이가 85세에 가까운 데도 그 아래에서 가게를 돕고 있다. 여느 장인이라면 자신의 가게를 가지고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을 나이다. 심지어 그의 동생도 분점을 내어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였다면 미래가 불안하고 걱정되었을 것 같다.
더욱이 그의 아버지는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져버린 오노 지로다. 지로의 수제자이며 역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미즈타니는 요시카즈에 대해 걱정을 내비쳤다. 요시카즈가 아버지 식당에서 가업을 잇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 잘하더라도 아버지만 못한다고 할 것이고, 두 배로 더 잘해야 동등하다고 평가 될 만큼 아버지의 그늘이 대단하다.
때론 아버지가 너무 뛰어나면 아들이 이를 뛰어넘지 못하니, 지로 씨가 세상을 떠나면 힘들어 질 겁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요시카즈는 덤덤할 뿐이다. 그는 자신의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버지의 그늘이 크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제가 아버지의 업적을 지켜나가야 한다지만 아버지처럼 탁월한 실력을 갖추기 어려워요. 그래도 제가 전통을 지켜나가야죠.
영화 마지막에 귀여운 반전이 있는데, 미슐랭 3스타를 받았던 당시에 스시를 쥐었던건 지로가 아닌 요시카즈였다고 한다. 그는 영화 초기에 말한다. 고지식하고 성실하게 하는 것으로 어느 수준에 도달할 수는 있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재능이 필요하다고.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결국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미 아버지로부터 어떻게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지를 배웠다. 그리고 무엇이 장인의 자세인지를 배웠다. 그는 자신의 재능이 아버지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만, 스스로가 안 될 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언제까지나 앞을 보고 위를 바라보며 살아야죠. 항상 노력해서 발전을 꾀해야 합니다.
기술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 제게 가르쳐 주신 교훈이 바로 그겁니다.
어쩌면 아버지보다도 더 가혹한 환경, 그 안에서 이처럼 말할 수 있는 모습을 보면 그는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한 한 명의 장인이다. 어쩌면 미즈타니가 걱정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로가 명장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을 이미 잘 이해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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