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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미나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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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재
댓글 0건 조회 6,573회 작성일 17-09-1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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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미나의 기적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

                                                       마틴 식스미스 원작

 

이 영화는 1950년대 전후 아일랜드 정부와 종교기관이 개입된 강제 입양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0대 필로미나는 놀이공원에서 만난 청년과의 한 번 불장난으로 임신을 하게 된다. 이를 부끄러이 여긴 부모는 임신한 필로미나를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에 맡기고 인연을 끊는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는 당시 미혼모를 죄악시 하였고 속죄의 의미로 강제 노동을 시켰다. 필로미나는 그곳에서 아들 앤서니를 낳고 하루 한 시간만 허락된 면회시간에 아이를 만나는 즐거움과 그렇게라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 12시간 세탁실에서의 고된 노동과 감금 생활을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살 앤서니는 필로미나의 동의나 사전 통고도 없이 수녀들에 의해 입양 보내진다. 그렇게 모자는 생이별 한다.  

아들 앤서니의 50회 생일, 간호사로 퇴직한 필로미나는 여전히 ‘잃어버린’ 아들 앤서니를 그리워하며 그를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50여 년간 하루도 잊지 않으며 가슴에 묻고 살아온 아들을 찾기로 결심한다. 

전직 BBC 기자, 토니 블레어 정부의 통신국장을 지낸 마틴 식스미스는 50여 년을 헤어져 살아온 모자의 극적인 상봉이라는 특종을 기대하고 필로미나의 아들 찾기에 동행한다. 그러나 그 여정은 쉽지 않다. 아일랜드 입양기관이나 수녀원에는 당시의 기록이 의도적으로 소각되어 존재하지 않았고 어떤 정보도 제공하기를 거부했다. 마틴 식스미스의 집요한 추적으로 필로미나의 아들 앤서니가 미국에 입양되어 ‘마이클 헤스’라는 이름으로 잘 성장하였고 부시 대통령의 법률자문으로 백악관에서 근무할 정도로 성공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자 상봉의 기대감도 잠시, 그는 동성애자로 에이즈에 걸려 43세의 나이에 생을 달리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필로미나가 아들을 찾아 나서기 8년 전의 일이었다.

그저 아들이 잘 있는지 보고 싶다는 소망도, 만나면 꼭 하고 싶었던 미안하다는 말도 할 수 없게 되자 필로미나는 망연자실한다. 무엇보다 아들은 죽을 때까지 엄마를 그리워하지 않았을 수도,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허탈해 진다. 그러나 그녀의 아들 앤서니는 양복 깃에 항상 아일랜드 하프 모양의 배지를 달고 다녔고, 죽기 전에 고향에서 잠들고 싶어했기에 아일랜드에 묻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앤서니는 생의 말기에 자신이 태어나 세 살까지 자란 그 수녀원에 찾아가 엄마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엄마를 만날 수도, 생의 마지막을 엄마와 보낼 수도 없었다. 모든 기록이 사라졌고 생모가 자식을 찾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수녀들의 거짓말 때문이었다. 필로미나가 아들을 찾아 나서면서 정보를 얻기 위해 마틴 식스미스와 함께 수녀원에 방문했을 때에도 수녀들은 앤서니의 방문과 죽음, 수녀원 마당에 있는 그의 무덤 등 모든 사실을 감추었다. 자신들의 잘못과 진실을 가리기 위해 양쪽 모두에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필로미나는 아들과 생이별하게 하고 죽기까지 만나지 못하게 만든 수녀를 담담하게 용서한다. 끝내 엄마 곁을 찾아와 묻힌 아들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는 건국 초기 자본이 부족했고 국고의 안정을 위해 돈을 받고 미혼모들의 아기를 입양시키는 반인륜적인 일을 자행했다. 미혼모를 죄인 취급하면서 노동력을 착취했고 아이에 대한 양육권, 면접권을 영원히 포기하는 각서를 쓰게 하고 입양을 보내 버렸다고 한다. 종교적 신념을 앞세운 국가 권력이 개인의 인권을 완전히 무시한 사례이다.   

앞서 출간된 마틴 식스미스의 저서 ‘필로미나 리의 잃어버린 아이’ 와 함께 이 영화는 수십 년간 깊이 감추어져 있었던 아일랜드의 입양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그리고 아일랜드는 물론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사회 고발적 성격의 영화이다. 70여 년간 사실을 은폐해온 아일랜드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들을 강제로 입양시켜야만 했던 여성들과 강제노역에 동원된 여성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니 영화의 힘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입양문제라는 주제는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전쟁 이래 지금도 여전히 상위 순위의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론 국가가 주도하여 부모 자식관계를 포기하게 하고 돈벌이 목적으로 아이들을 내보냈던 아일랜드의 경우와는 다르다. 그러나 과거보다 잘 살게 되어도 계속되는 해외 입양 실태는 우리가 입양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입양 가정에서 문제가 생겨 파양 되거나 그 나라 시민권 취득이 되지 않아 추방되는 사례들, 한국으로 되돌아와 적응하지 못해 자살하거나 방황하는 사람들의 사례들까지 보도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입양 문제에 대해 무책임하게 대처하고 있지 않나 우려가 된다.

영화를 사회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처럼 다소 무거워진다. 그러나 잃어버린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평생 감추고 살아왔던 필라미나의 모성애 앞에서 그 모든 무겁고 아픈 진실이 단순해지는 것 같다. 영화는 과거의 아픔을 마주할 용기, 불행을 끼친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용서,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가볍지 않은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동과 여운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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