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축하했을 때 얻는 뜻밖의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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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축하했을 때 얻는 뜻밖의 혜택> - Astro Teller
TED Talk - 원제: The unexpected benefit of celebrating failure
작년 말 정도에 거대한 풍선을 공중에 띄워 지구상 오지에 인터넷을 제공해 주는 프로젝트 룬 (Project Loon)이란 것에 대해 듣게 되었다. 도대체 풍선을 띄워서 인터넷을 제공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너무나도 궁금하여 찾아보았는데, 구글에서 수년 전부터 실제로 진행해오던 프로젝트였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들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있기에 아직까지도 인터넷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나 싶지만,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아직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한 사람들의 수가 수십억에 달한다고 한다. 전세계 오지 곳곳까지 통신중계기를 찾아가 설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 이 수익성 없는 일은 어느 통신사업자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구글은 단순하지만 기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는데, 바로 중계기를 하늘에 띄워 놓는 것이다. 공중에는 지상에 비해 장애물이 거의 없기에 비교적 넓은 면적에 안정적으로 신호를 전달할 수 있고, 지구 상공에 일정한 간격으로 중계기를 배치하면 이론적으로 지구 어디에서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허무맹랑한 이 컨셉을 구글은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중계기를 풍선에 매달아 띄우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였다.
작년의 기억을 다시 꺼내게 된 것은 X의 수장 Astro Teller의 TED 강연을 보며 그 때 느꼈던 놀라움과 벅참이 마치 프로젝트 룬을 접했을 때의 그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X는 알파벳의 자회사로 과거 구글의 비밀연구소로 유명했던 Google X의 현신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상상만 하거나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할 법한 일들을 실제로 시도하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곳으로, 구글의 자율주행차, 구글 glass 등이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강연을 듣기 전까지는 ‘그래도 구글이니까 할 수 있었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전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이면 이렇게 대단한 것을 할 수 있구나’ 라고 느꼈다. 하지만 Astro Teller가 말한 X의 철학과 생각하는 방식을 듣고 나서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하고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하였다.
그들의 미션과 비전은 “전 인류가 가진 문제, 가장 임팩트가 클 법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이다. 이점은 OK. 실천하기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누구나 공감하고 보편적으로 가질 법한 생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전 아래 모인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Astro Teller가 말하길 그들이 하는 일은 어떤 문제를 찾았으면 그것이 안될 만한 이유를 찾아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아침에 출근하면 인류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찾고, 그것을 찾았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생각한다. 솔루션의 컨셉이 떠오르면 X의 사람들은 그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가장 어려운 부분부터 파고든다고 한다. 프로젝트 룬을 처음 구상할 때도 인터넷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류를 위한 솔루션으로 풍선 달린 중계기를 생각하였고,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테스트 한 것은 과연 공중에 떠 있는 중계기가 지상의 단말기와 잘 통신할 수 있을지 였다고 한다. 이렇게 가장 어려워 보이는 부분부터 파고들다가 생각한 솔루션이 구현될 수 없을 만한 치명적인 문제가 발견되면 X의 사람들은 서로를 축하하며 해당 프로젝트를 종료시킨다. 축하라니? 일반적인 기업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내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팀의 분위기는 초상집이 되지 않는가? 인사에 불이익이 올 수도 있고, 임원진들의 신임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X의 문화는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수장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심지어 인사상 가점과 보너스까지 받는다고 한다. 인류의 문제를 풀겠다는 비전을 모두가 완벽하게 공감하며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아 보이는 문화이다.
그들이 이렇게 독특한 문화를 가질 수 있게 된 데에는, 이와 같은 방식이 본질에 집중하며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Astro Teller는 그들이 수많은 프로젝트를 종료시키며 일하는 과정에서 끝까지 종료되지 않고 살아남는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이는 그 프로젝트를 종료시켜야 할 만한 치명적인 문제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한 프로젝트들은 점차 구체화되고 현실성을 띄어 가며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종 솔루션으로 점차 다가간다. 프로젝트 룬도 아직 종료되지 않은 현재진행형 프로젝트이다. 풍선 달린 중계기를 날리겠다는 허무맹랑했던 꿈이 수많은 역경을 거치다 보니 어느덧 될 법한 일이 되었다. 성층권 부근의 일정한 기류를 이용하여 원하는 위치로 이동을 할 수 있게끔 되었고, 여러 통신사업자들과의 협업과 지속적인 대역폭 증가를 통해 지상의 단말기와 비디오 스트리밍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현재 풍선은 지구 상공에서 190일 동안 비행하며 122,000 킬로미터를 여행하였다고 한다.
원대한 비전과 섹시한 업무 방식.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두 함께 본질을 파고들 때 얼마나 큰 혁신이 나오는지 보여주고 있다. 원대한 비전을 가진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한한 열정과 동시에 현실적인 눈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기업, 연구소 등의 업무 환경이었다면 프로젝트가 실패할 것 같은 상황에서 냉정함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주변 환경들이 너무나도 많다. 주변 가지들을 모두 쳐내고 오로지 본질을 들여다 보는 것에 모든 열정을 쏟게 만드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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