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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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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규섭
댓글 0건 조회 6,234회 작성일 17-09-1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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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

이규섭

 

 히가시노 게이고는 재밌는 작가다. 논쟁거리가 많은 주제를 잘 찾아서, 이를 나름 진지하게 분석하면서도 누구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흡입력 있게 글을 쓰는 재주가 있다. ‘공허한 십자가’에서 그는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주인공 나카하라는 어린 딸이 집에 침입한 강도에게 살해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그 당시 범인의 뻔뻔함에 대한 분노와 딸을 잃은 슬픔의 기억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살아가기 위해 마음 한켠에 이를 묻어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딸의 사망을 담당했던 형사에게 이혼한 아내 사요코가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게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부인의 장례식 이후, 그는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게 된다. 그녀는 딸의 죽음 이후에도 유가족 모임에 참여하며 사형제도에 대한 그녀의 신념을 이어갔다. 그녀는 이혼한 뒤 작가로 활동하면서 자신과 같은 유가족들을 위해서, 다시는 이런일이 반복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사형폐지라는 이름의 폭력’이라는 글을 작성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더 이상 다시 살려낼 수는 없는 상황에서 유족들은 결국 범인의 사형만을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것만이 그들을 달래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살인을 저지른 자들이 형벌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면, 그들이 사회로 나왔을 때 다시금 아무렇지 않게 죄를 짓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들에게 공허한 십자가를 지우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사요코는 사형을 통해 그들이 마땅한 벌을 받음과 동시에 사회로 돌아 올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그녀의 확신은 딸을 살해한 범인의 변호를 맡았던 히라이 변호사를 다시금 만나면서 흔들린다. 사요코는 과거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범인을 위해 상고를 올렸던 히라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원망했다. 그러나 히라이는 그녀의 예상과 달리 범인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여겼기에 상고를 올린 것이었다. 그는 많은 사건을 변호하면서 사형이 온전히 피해자와 유족을 위한 해결이 되지 못한다고 느꼈다. 자신이 사형제도에 대해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형 선고가 내려진 순간 범인에게서 느껴진 모든 것에 대한 포기, 그리고 그 안에서 일말의 후회나 죄의식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을 보고서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범인이 죄를 짊어지고서 살아가야 한다고 여겼다. 사요코는 이 부분에서 책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뉴스를 볼 때 마다 법정의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그리고 이내 그 의문이 불만으로 이어질 때 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큰 틀에 있어서 사회질서 유지를 법의 존재 의의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회 질서의 유지라는 것이 반드시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 법을 집행하는 사람을 고뇌에 빠지게 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사법제도에 불만을 느끼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법과 개개인의 윤리적 기준이 다르다는 점에서 오는 문제까지 얽히게 되면 이러한 고민이 왜 어려운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작가도 열심히 고심한 결과겠지만, 그럼에도 소설속에서 각 인물들의 사형제도에 대한 주장은 묘하게 부실하다. 더욱이 마지막에 나카하라는 후미야에게 자수를 권하면서도 결국 선택은 그들 스스로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소설 전반을 통해 제시한 문제에 대한 대답을 회피한다.

 가장 슬픈 것은 이토록 어려운 문제에 혹 해답이 있더라도, 피해자와 그로인해 삶이 파괴된 모든 사람들이 다시는 그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는 내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책망, 범인에 대한 분노, 그리고 범인이 사형에 처해졌음에도 아물지 않는 상처가 선명하게 전해졌다.

 최근 인터넷 기사를 통해 인천 초등생 살인범에게 각각 20년형과 무기징역이 구형되었다는 내용을 접했다. 주범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20년형을 받은 것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사형이 구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 역시 많이 볼 수 있었다. 분노로 찬 그들의 댓글 중 유족과 피해자의 입장을 진짜로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 역시 그들의 큰 고통을 진심으로 헤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일어난 이 끔찍한 상황에서 가해자들이 평생 지게 될 죄의 무게가 공허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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