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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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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훈
댓글 0건 조회 968회 작성일 25-11-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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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을 읽고 -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베스트셀러 중 하나이다. 본 작의 주인공 안나는 고위 관료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남편 카레닌에게서 사랑을 느끼지 못했고, 삶의 공허함을 안고 살아가던 중 젊은 장교 브론스키를 만나며 걷잡을 수 없는 불륜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그녀는 결국 안정된 가정을 버리고 치명적인 사랑을 선택하지만, 사교계의 냉대와 본인의 죄책감, 그리고 식어가는 연인의 사랑에 괴로워하다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결국 그녀는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작가는 안나와 대조되는 인물로 '레빈'을 등장시킨다. 레빈은 안나처럼 화려한 사교계의 인물도 아니고, 투박한 시골 지주에 불과하다. 그는 농사를 짓고, 풀을 베고, 아내의 출산을 걱정하며 살아간다. 그 역시 삶과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지만, 결국 그가 구원을 얻는 곳은 거창한 철학이나 격정적인 사랑이 아니었다. 그는 농부들과 함께 땀 흘려 일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소박한 일상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레빈은 안나와 달리 눈에 띄는 극적인 사건을 경험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일상의 작은 장면들, 이를테면 밭에서 함께 일하는 농부의 표정이나, 병상에 누운 형제의 모습, 아내와의 사소한 말다툼 같은 순간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다. 그의 질문은 “어떻게 더 강렬하게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 평범하고도 불완전한 삶을 견디고 사랑할 것인가”에 가깝다. 그리고 그 답은 결국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 땅을 돌보고 사람들을 고용하는 책임, 신앙과 양심 앞에서 자신을 부끄럽지 않게 세우려는 노력 속에서 그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평온을 얻는다. 레빈의 행복은 번쩍이는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책임을 감내하며 서서히 침전된 믿음과도 같은 것이다.


 이 대비되는 두 인물을 통해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한 행복을 위해 가져야할 삶의 태도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의 방식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안나는 사랑을 향해 돌진하지만, 그 선택으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결과들인 아이와의 단절, 사회적 지위의 상실, 주변 시선과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을 감당해 내지 못한다. 반면 레빈은 자신의 삶이 초라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도망치기보다 그 현실과 끝까지 씨름한다. 그는 결혼과 가정, 농사와 노동이라는 다소 평범한 일상의 책임 속에서 흔들리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반복하며, 서서히 자신만의 의미를 쌓아 올린다. 격정적인 사랑을 쫓았지만 결국 비극으로 끝나버린 안나의 삶과, 욕망의 크기보다 책임의 무게를 조금씩 견뎌 가며 그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행복을 찾는 레빈의 삶은, 자신의 자전적 캐릭터인 레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이처럼, 안나와 레빈의 삶이 다른 결말을 맞는 모습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행복의 본질은 불완전한 사람들끼리 일상을 함께 견디고, 본인의 책임을 저버리지 않고 서로에게 맞춰 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누구보다 뜨겁게 타올랐지만, 서로를 위해 감당해야 할 책임과 일상의 무게 앞에서 쉽게 균열을 드러내고 만다. 반면 레빈과 키티의 관계는 갈등이 없어서가 아니라, 서투르고 다투면서도 다시 대화를 이어 가고, 함께 땀 흘리고, 아이를 돌보고, 작은 기쁨을 나누는 반복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진다. 이런 관점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는 소설의 첫 문장을 쓰면서 작가인 톨스토이가 생각한 것은, 결국 평범한 일상과 책임을 꾸준히 감당해 나가는 가정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행복에 도달한다는 의미일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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