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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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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건희
댓글 0건 조회 712회 작성일 25-12-2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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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치기 쉬운 사람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용의 소설이다. 이야기는 큰 사건 없이 인물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말과 행동이 잔잔한 위로를 준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소설이 단지 “좋은 사람들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만은 아니라 오히려 이 작품이 서울에서 살아가는 삶이 왜 이렇게 불안한지, 그리고 그 불안이 개인의 성격이나 노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불편한 편의점』은 작은 선의를 말하면서도, 동시에 지금의 청년 세대가 마주한 불안과 불평등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 소설을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서 읽을 때 특히 선명해지는 지점이 있는데, 인물들이 겪는 어려움이 “그 사람의 실패”이기 보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조건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서울은 많은 기회가 모인 곳이지만, 그만큼 비용도 크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값이 높아지고, 그 기본값을 감당하지 못하면 생활 전체가 쉽게 흔들리며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든 불안해질 수밖에 없고, 소설 속 인물들의 불안정성도 그 연장선에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가장 크게 체감한 건 ‘주거’ 문제였다. 어렸을 때부터 서울에 살면서 서울에서 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요즘 서울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집을 살 수 있다”는 말이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닌다고 해서 주거가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소득이 일정하더라도 서울의 집값과 전세·월세 비용이 너무 빠르게 오르면서, 많은 청년들은 ‘나는 어디에 정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부터 하게 된다. 집이 단순히 편하게 쉬는 공간이 아니라,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조건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대기업에 다녀도 서울에서 자가 마련이 어렵다”는 말은 누군가의 하소연이 아니라,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 인정하는 사실에 가까워졌다. 이 상황에서 소설 속 인물들의 막막함은 소설적 장치라기보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무게를 닮아 있다. 작품 속 편의점은 그런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공간처럼 보인다. 겉으로는 동네 어디에나 있는 작은 가게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여러 사정의 사람들이 모인다. 누군가는 잠깐 일하려다 계속 남게 되고, 누군가는 일자리가 불안정해서 다른 선택지가 없기도 하다. 일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임금이 높지 않고, 계약이 길게 보장되지 않는 일들이 편의점에 겹쳐 들어온다. 그래서 편의점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서울에서 ‘버티는 삶’이 얼마나 흔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느겼다. 이때 중요한 점은, 소설이 그 불안정성을 개인의 게으름이나 잘못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물들의 삶이 흔들리는 이유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흔들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월세는 매달 빠져나가고, 생활비는 줄이기 어렵고, 갑작스러운 병원비나 가족 문제 하나만 생겨도 삶이 크게 무너진다. 이런 압박 속에서는 “내가 더 노력하면 된다”는 말이 오히려 잔인하게 들릴 수 있다. 『불편한 편의점』이 보여주는 인물들의 현실은, 서울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긴장감 위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이 불안은 더 이상 편의점 노동자만의 것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도 비슷한 불안을 공유한다. 직장에 다니며 월급을 받지만, 그 월급이 서울에서의 주거 비용과 미래 계획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전세를 구하려면 큰 돈이 필요하고, 월세를 내면 매달 생활이 빠듯해진다. 그래서 결혼이나 출산, 혹은 장기적인 커리어 계획 같은 것들이 “언젠가”로 미뤄진다. 사실상 삶의 중요한 결정을 ‘집 문제’가 막아서는 셈이다. 이때 청년들이 느끼는 건 단순한 가난이 아니라, 노력과 결과가 연결되지 않는 듯한 허탈감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한 편의점』은 분명 따뜻한 이야기다. 인물들이 완벽하지 않아도 서로를 돕고,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나아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 점에서 이 소설은 위로의 기능을 하지만, 동시에 그런 위로가 필요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떠오르게 한다. 작은 선의가 빛나려면, 그 반대편에 작은 절망이 이미 널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작품은 따뜻함을 말하면서도, 서울이라는 도시가 사람들을 어떻게 지치게 만드는지 은근히 보여주는 셈이다.


“도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서울은 많은 사람들에게 꿈의 무대이지만, 동시에 살아남기 위해 감당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큰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주거가 생존의 문제처럼 느껴지는 순간, 개인의 성실함만으로는 삶을 안정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불편한’ 것은 편의점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보다 더 빠르게 기울어가는 도시의 조건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결국 『불편한 편의점』은 소박한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압박하는지, 그리고 그 압박 속에서 사람들 사이의 연결이 어떻게 약해지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동시에 그런 현실 속에서도 서로를 살리는 건 거창한 영웅이 아니라, 아주 작은 말 한마디와 태도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소설은 따뜻함으로 마무리되면서도, “사람이 다시 중심이 되는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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