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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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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건희
댓글 0건 조회 843회 작성일 26-01-1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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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 요리사 우승자인 최강록 셰프는 ‘연쇄 조림마’, ‘조림핑’, ‘조림보이’로 불릴 만큼 조림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로 알려져 있다. 나 역시 그를 조림의 고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승 대결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조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조림을 잘하는 척을 하기 위해 더 많이 공부했고 그렇게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의외이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척’이라는 말은 가볍게 들리지만, 그 안에는 자신을 특정한 방향으로 만들기 위한 치열한 선택과 노력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척’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능숙한 사람인 척, 괜찮은 사람인 척, 자신감 있는 사람인 척. 어쩌면 최강록의 조림처럼, 우리의 '척'도 대부분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 스스로를 성장시키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최강록 셰프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심정우 작가의 『같이 있고 싶다가도 혼자 있고 싶어』의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 책은 “사람의 성격은 바뀔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의 실험을 소개하며,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내향적 기질 혹은 외향적 기질을 어느 정도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사회화 이전의 아기들조차 자극에 대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은, 성격이 전적으로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에 기반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내향인으로 태어난 사람은 평생 조용하고 소극적으로만 살아야 할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성격을 억지로 바꾸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질을 이해한 상태에서 실력을 키워 자신감과 믿음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사교적인 사람이 되려 애쓰기보다는,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사회성을 인정하고 연습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부분에서 최강록 셰프가 겹쳐 생각났다. 성격을 바꾸는 일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는 조림을 잘하는 사람이 타고나서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향과 위치를 이해한 뒤 필요한 능력을 스스로 구축해 나간 과정이 닮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향인이 억지로 외향인이 되려 애쓰기보다는, 자신의 침착함, 섬세함, 깊이 생각하는 힘, 독립성을 무기로 삼아 사회에서 역할을 만들어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같이 있고 싶다가도 혼자 있고 싶어』는 “너 자신을 무조건 사랑하라”는 식의 막연한 긍정이 아니라, 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사람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태도와 역량은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는 메시지는 오히려 나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우리도 지금 하고 있는 많은 ‘척’들이 언젠가는 진짜 실력이 되고 진짜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척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그 척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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