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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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사회 - 송진범
>>>첼로는 나에게 OO이다??
내가 보통 책을 읽는 장소는 서울을 오가는 주말의 차안, 그리고 가끔 들르는 청음 매장이다. 서울에서 약속이 있을 때면 항상 두 시간쯤 미리 나서서 들르는 이 청음 매장은 음료와 요깃거리들이 무려 '공짜'로 제공된다. 커피한잔에 과자 몇 개를 챙겨 자리로 가져와 만반의 준비를 하고는 신상 이어폰과 좋아하는 헤드폰을 바꿔가며 음악을 듣는다. 가끔은 식사를 대신할 만큼 가져다 먹는다. 하지만 전혀 눈치주지 않는다. 그동안 소비한 금액을 알아주는 것일까. 허기를 달래고나면 꽂혀있는 책 하나를 가져다 읽으며 음악과 함께 나름의 한가한 주말을 보낸다. 이것이 나의 취미다.
이 곳의 좋은 점은 여직원 분들이 상당히 예쁘다는 점과 구비된 책들이 조금씩 바뀐다는 점이다. 종종 바뀌는 책을 보며 ‘음악 듣는 곳인데, 음악에 대한 책은 왜 없어요?’라는 말로 직원 분을 견제했더니 ‘이번엔 최대한 빨리 방문하셨으면 좋겠다’며 카톡을 울리기에, 예쁜 직원분을 보러 또 한 번 경쾌한 발걸음을 했다. 난 단지 추파를 던졌을 뿐인데 책 몇 권을 정말로 비치해 놓을 줄이야. 또 괜히 미안한 마음에 맘에도 없는 음악비평서 한 권을 꺼냈다.
그렇게 ‘음악의 사회’라는 책을 접했다. 시대적 시사비평에서부터, 독주회, 관현악 등의 연주 비평에 이르기까지, 음악에 대한 상식은 물론, 음악에 대한 작가의 시각까지 볼 수 있었던 책이다. 개인적으로 첼로에 대한 부분을 상당히 재밌게 읽었는데, 최근 선호하는 악기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작가의 첼로 선율에 대한 표현과 감정은 내가 느끼는 것의 표현의 결정체처럼 느껴졌고, 음악감상과 함께하기에 더할나위 없는 마리아주를 선보였다. 이러한 내적 감성을 담아 음악과 함께, 아주 센티멘탈한 글을 써봤다.
누구나 자신만이 좋아하는 장르와 곡이 있다. 이런 음악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듣다 보면 귀에 잘 들어오는 악기가 생긴다. 그 악기를 다루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악기가 주는 매력에 빠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예전의 내 경우에는 그 악기가 보컬이었다. 보컬이란 악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참 매력적이다. 이 가수는 어떻게 호흡을 하는지, 어디에서 소리가 시작되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울려 나오는지, 어떻게 감정을 실어 부르는지 등에 포인트를 두고 음악을 들으면 매력은 배가 된다. 좋아하는 곡들은 감정이 풍부한 가수들의 곡이었는데, 그렇다보니 대부분 솔로의 발라드 곡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점점 악기들의 소리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느끼는 것이지만, 악기의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보다도 심오하다. 좋아하지 않았던 장르, 처음 들어보는 장르까지 가리지 않고 억지로라도 정을 붙였다. 원래 그렇게 경험을 넓혀가는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다행히 성격이 아예 글러먹진 않아서 투덜대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장르들을 만났다. 불호는 무덤함을 지나 새로운 호기심으로 바뀌고, 그런 과정을 몇 년 지냈더니 보컬이 아닌 다른 악기들이 가진 매력들을 알기 시작했다.
현재 내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악기는 첼로다. 클래식의 클자도 모르는 클맹주제에 첼로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내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아주 가끔 모습을 비추는 양심’이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누군가 ‘취미로 삼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음악에 대한 가방끈이 짧고 편식도 심한 편’이라는 비난을 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와 비슷하게, ‘모른다고 좋아할 자격이 없겠는가?’를 외치며 첼로 소리를 꾸준히 듣고 있다.
첼로는 신묘한 매력을 지녔다. 흔히 현 소리를 ‘긁는’ 소리라고 표현하는데 사람이 가려운 곳을 긁을 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쾌감을 느끼듯, 첼로 역시 그런 비슷한 쾌감을 준다. 귀가 시원해지는 느낌이랄까. 상대적으로 고음 영역을 연주하는 바이올린보다 첼로가 더 마음을 진하게 흔들어 놓는 것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느껴지는 중후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사람 목소리의 톤도 높은 것보다 낮은 것이 더 영향력이 있는 것처럼. 물론 첼로가 넓은 음역대를 가진 악기이기 때문에 칼 같은 고음을 내기도 한다. 메탈 그룹인데 일렉기타와 베이스기타 대신 첼로를 사용하는 핀란드의 Apocalyptica나 크로아티아의 2Cellos 곡들을 들어보면 첼로의 숨겨진 고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첼로가 반드시 클래식에 적합하다는 생각도 달리 하게 된다.
첼로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다보니 '보컬이 없는 음악'에 대한 편견이 걷히기 시작했다. 좀 더 음악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게끔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덩달아 클래식의 입문 장벽이 좀 낮아진 듯하다. '그 따분한 걸 어떻게 듣지?'에서 '한번 들어볼까' 정도로 마음의 담을 낮추게 됐다. 그렇게 터득한 하나의 사실은 화가 치솟을 때 관현악을 들으면 부드러운 첼로 소리가 화를 가라앉혀준다는 것이다.
첼로는 저음을 담당하는 악기인데다 울림이 크고 공간도 넓게 쓰며, 현이 튕기면서 후에 따라오는 잔향의 표현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어폰과 헤드폰의 경우 일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실제 첼로처럼 소리가 나지 않고 바이올린처럼 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제품을 평가하는 하나의 개인적인 기준으로 첼로 소리를 듣는 편이다. 아마 내가 고액을 쓰면서도 퀄리티 높은 BA를 선호하는 이유, 그리고 최근 BA보다는 DD에 애착을 두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첼로는 독주도 가능하며 음악을 이끄는 주연 역할도 하지만 저음역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며 전체 음악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조연의 역할도 능히 해내는 전천후 악기다. 진중한 분위기로 클래식 연주도 가능하며 부드럽고 따뜻한 크로스오버 곡도 자유자재로 연주한다. '내 안에 모든 것이 있다'라는 베토벤의 말이 있다. 첼로도 이 명언에 아주 잘 어울리는 악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첼로는 내 음악적 식견을 넓혀준 스승이자 늘 나를 위해 노래하는 소중한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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