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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화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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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형도
댓글 0건 조회 5,361회 작성일 17-07-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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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화된 거짓말 -  대니얼 J. 레비틴



   우리의 역사 속에는 거짓말쟁이들이 가득하다. 심지어 거짓의 정점에 있는 자들은 교활하고 노련하기까지 하다. 대부분은 이득을 갈취하기 위해, 혹은 권력을 쟁취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교묘한 거짓말을 구상하거나 절묘한 사기 계획을 세운다. 이는 정치인, 종교인, 그리고 범죄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득을 갈취하기 위해 거짓말은 했던 대표적 인물은 버나드 메이도프로, 폰지 사기의 실상이 완전히 드러날 때까지 본인의 투자자들을 속이며 수십억 달러를 갈취했다. 리처드 닉슨은 권력 유지를 위해 워터게이트 스캔들과 아무 상관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신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식에 참여한 군중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첫 취임식 때보다 많았다며 바로 탄로 날 거짓 주장을 했다. 진실 추구를 사명으로 삼아야 할 과학계에서도 사기꾼의 수는 결코 적지 않다. 끝내 사기로 드러난 물리학자 얀 헨드릭 쇤의 혁신적인 분자반도체 연구, 그리고 인간 배아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주장한 황우석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본인이 원하는 바를 위해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사기 행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일탈적인 행동이 아니다. 남을 사칭하는 사람들이나 사기를 치는 범죄자들, 허풍을 일삼는 정치인들은 태초부터 인간의 행동이 쌓아온 거대한 거짓말 피라미드의 정점을 장식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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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우리 대부분은 거짓말에 능숙하다. 사소한 것부터 심각한 것까지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나 동료,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하는 능력은 남을 믿으려는 성향만큼 인류의 근본적인 특성이다. 때문에 우리는 얄궂게도 진실과 거짓말을 제대로 판별하지 못한다. 부정직이 우리 본성에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인간적이지 못해 보이기도 한다.

     남을 속이는 능력이 인류의 보편적 특성이 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심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고 얼마 되지 않아 거짓말도 시작했다고 추정한다. 무력 없이 타인을 조종하는 능력은 자원 등을 얻기 위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을 것이다. 동물이 보호색이라는 위장술을 쓰는 것과 유사한 진화적 특징이랄까.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의 대부분을 다른 사람의 말에서 얻는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일단 믿는 절대적인 신뢰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마비되고 사회적 관계를 맺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일단 믿고 보는 태도는 우리를 거짓말에 취약해 질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상대에게 ‘나는 항공기 조종사에요’라고 말했을 때, ‘설마? 아닐텐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뇌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젊었을 때 수표를 위조하고 파일럿을 사칭한 경험이 있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인 보안 전문가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경험담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팰드만은 ‘사람들은 상대가 바로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종종 들리는 대로 듣고 싶어 한다’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를 기쁘게 하고 위로하는 거짓말에 약하다. 그게 가식적인 칭찬이든 허황된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투자 권유든 상관없다.

     특히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을 뒷받침해주는 거짓말에 특히 취약하다. 미국으로 치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사실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주장, 911테러 공격이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주장,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의 참석인원 부풀리기 논란에 대해 ‘대안적 사실’이라고 언급한 백악관 선임고문의 발언 등은 인간의 이런 취약성 덕분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들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거짓말의 위력은 약해지지 않는다. 눈앞에 증거를 제시해도 사람들은 기존 신념과 편견에 따라 해석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거짓말을 폭로하는 증거가 오히려 거짓말에 대한 믿음을 강화해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람들은 익숙한 정보를 사실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잘못된 정보를 철회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 오히려 또다시 그 정보를 노출시켜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격이다.’ 호주 심리학자의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집단생활 속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거짓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답은 분명하지 않다. 기술의 발전으로 거짓말에도 새로운 개척지가 열렸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남의 말은 일단 믿고 보는 인간의 오래된 모순이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다.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인간의 집단적 능력이 유례없는 위협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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