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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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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태윤
댓글 0건 조회 5,797회 작성일 17-05-3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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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화가, 우울증 환자, 미치광이 화가라는 수식어는 단언컨대, 고흐의 작품을 평가절하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기 전에, 그의 삶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우리가 그렇게 쉽게 한 단어로 함축해버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668통의 편지를 읽어보면,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이 찾던 진짜 화가가 있다. 천재도, 순교자도, 미치광이도 아닌 깊이 고찰하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소박한 화가 말이다. 많은 이들에게 우울증 환자라고 여겨지는 고흐는, 사실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이다. 그의 삶은 너무나도 비극적이고 살아있는 동안 온갖 시련만이 가득한데도 예술가로서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신념, 삶을 대하는 자세는 오롯이 그대로이다.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노력을 멈춘다면, 나는 패배하고 만다. 묵묵히 한 길을 가면 무언가 얻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고흐가 상류층이 좋아할 만한 돈이 되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 노동하는 민중을 그리며 스스로 가난을 자처한다. 고흐의 아버지가 고흐와의 인연을 끊자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한 말이다. 누군가에게 고흐는 너무나도 주관이 뚜렷하여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화가인 그에게 있어서 예술은 삶의 매우 큰 부분이다. 자신의 예술적 철학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곧 고흐의 삶의 철학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가족, 친척들의 회유도 고흐의 예술적 신념을 이기지 못하였고, 그로 인해 수반되는 고독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나와 다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라는 문장을 꾀나 자주 들을 수 있다. 저런 문장이 생긴 근본적인 이유는 대개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같다고 간주해버리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소위 ‘정상’이라고 하는 모호한 범주를 만들어내어, 그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람을 ‘비정상’이라고 칭하고 배척한다. 그러한 사회적 요구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꽤나 잘 응한다. 내 생각이 그것과 다를지라도, 다수의 의견이 그것이라면 어영부영 따라가며 결국에는 자신의 소신과 신념은 찾아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반 고흐가 세상과의 소통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갈등을 느꼈던 지점이 바로 여기이다. 그는 선택의 기로에서 예술에 대한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택했고, 소통을 포기했다. 그러한 그의 작품은 그의 생애 단 한번도 인정받지 못하고 혹평만 받기 일수였다. 고흐는 죽어서 땅에 묻힌 화가는 후세에 자신의 작품으로 말을 건다고 했다. 그가 1890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거의 130년이 지난 지금, 그가 남긴 그림들은 다양한 어조로, 다양한 톤으로 현재의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의 말대로, 반 고흐의 그림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그림들 중 하나이다.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걸 다 바칠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고흐가 택했던 힘든 삶은 그가 고집불통이어서가 아니다. 그가 외골수여서가 아니다. 고흐는 자신이 가진 꿈을 쫓기 위해서 다른 그 어떤 것도 포기할 수 있는 위대한 사람이었기에 그 길을 걸어갔던 것이다. 꿈을 가진 이상 그 꿈에 매달려본다는 건 황홀한 일이다. 대부분은 꿈이 없는 채로 살다 죽고, 설령 꿈이 있더라도 오래 매달리지 않으니, 꿈을 쫓다가 포기하는 때가 오더라도, 포기하는 순간까지는 쫓아가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진정으로 전하고자 했던 생각이다.

 그의 그림은, 그의 극적인 인생사가 후세에 전해지지 않았더라면 아직까지도 그 빛을 발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반 고흐의 그림을 해석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가 그린 꽃, 소녀, 농장, 나무, 노인들, 밤하늘의 별들이 그의 격렬한 삶을 보여주는 보조 수단에 불과한 것인가? 처음에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내 예술과 철학은 땔래야 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란 작가와 독자간의 매개체를 중간에 둔 소통이기에, 작가의 깊이 있는 철학이 없다면 독자가 느낄 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21세기에 그의 그림이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리는 이유는 그의 붓 터치와 스케치의 기교도 있겠지만, 고흐의 그림에서 고흐가 직접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고민거리와 고뇌를 느끼고 그의 삶을 이해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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