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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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 이기주 저
‘어제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 하다가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세 단어가 닮아서 일까.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사랑이 끼어들지 않는 삶도 없는 듯하다.
<사랑이란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중에서
저자는 우리말이 섬세하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말이 아름답다는 것이 나에겐 생소했다. 처음엔 어쩌면 내 주변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너무 차갑거나 너무 뜨거웠기 때문에 내가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 것이 아닐까 주의를 둘러보게 되었다. 조금 후에는 이미 나조차도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그 섬세함에 대해서 고민해본 적도, 상대방에게 전하는 나의 말이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는 않은지 건네기 전에 생각해본 적 없지 않은가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문득 주말 점심에 조용히 홀로 식사할 때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떠올랐다. 대화가 없는 그 시간이 나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것이 어쩌면 그 동안의 사무적인 대화가 상당한 감정 소모로 이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섬세하게 떨리며 전달되는 상대의 말을 소화하느라 내 위장에서는 음식을 재대로 소화를 못 시키는게 분명하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말은 섬세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섬세한 것은 대개 ‘예민’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너무 차거나, 뜨거운 말들은 우리 감정에 화상을 입히고 분위기를 얼게 만들기 마련이다.
예민한 말을 건네는 사람과는 식사를 굳이 함께하고 싶어지지 않고, 사적인 대화조차 줄어들게 되기 마련이다. 당연 아름다운 말은 상처받고 얼어버린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기에 힘들 때마다 아름다운 말을 건네는 사람을 찾게 되는 것임을 깨닫는다. 내가 피하고 싶은 사람들과 기대고픈 사람들이 그러하다는 것에 건네는 말의 온도가 중요함을 알게 된다. 우리말은 섬세하다. 말의 토씨 하나, 높낮이 하나, 단어의 순서 그 하나 하나에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다. 그렇기에 아름답고 예민하고 날카로운 것 같다.
혹자는 저자의 글이 한가해 보이기도 하고 너무 가벼워 보이기도 한다며 베스트셀러의 가치가 있느냐고 평하며 돈 주고 사서 읽은 게 화가 난다고 했다. 그도 삭막한 세상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잊고 산지 오래되어 보인다. 현실이 그러하다. 섬세한 우리말은 상대방을 교묘하게 상처 주기에 더 안성맞춤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언어의 온도’가 말하는 아름다움이 좋게 느껴졌다. 차라리 대화하지 않고 식사하는 편이 소화가 잘되는 현실에서 우리말의 섬세함을 아름답게도 승화시킬 수 있다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사실을 되짚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기 때문이었을까. 현실과 너무 달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한가해 보 일수 있는 저자의 말들이었지만 적어도 나에겐 어떤 위안을 안겨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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