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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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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5,391회 작성일 17-07-0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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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은 추하다.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 역시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도 아름다운 것은 확실히 늘 존재한다. 나는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쓰고 싶었다.

– 저자 ‘아사다 지로’의 ‘지하철’ 후기 중

 


 가장 서민적인 교통수단인 지하철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때로는 전쟁통에 징집에 이용되기도 했으며,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터전이기도,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던 번화가 이기도 했다. 모든 역사를 머금고 지난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지하철의 ‘현재’는 현대인들의 답답한 공간이다. 그리고 어느 한 남성에게는 아버지의 인생을 거꾸로 밟아가며 보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의 인생을 보게 되는, 먹먹한 여행이기도 하다. 

 


 신지는 3형제중 둘째’였으며’ 대재벌인 아버지의 횡포에 못 이겨 가출을 한다. 아버지가 줄 수 있는 막대한 재력과 특권을 거부하며 나온 신지는 어머니와 함께 조그만 집에 살면서 속옷 회사의 샐러리맨으로 살아나간다. 신지의 사장은 더이상 발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무능력한 사람이고, 신지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는 디자이너 미치코는 작은회사에서 실력발휘조차 못하는 여자다. 그의 동생 게이조는 아버지 곁에 머물기로 했지만, 신지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불쌍한 재벌 2세가 되어있다. 신지의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말다툼 이후 죽어서 돌아온 맏아들에 대한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그들은 저마다 씻기지 않는 아픔을 가지고 있다. 

 


 동창회에서 자신의 초라한 위치를 자각한 신지는 술에 취해 지하철을 탄다. 도착한 곳은 신지의 형이 죽기 직전의 지하철 역. 얼떨결에 시간여행을 하게 된 그는 형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한다. 또한 그가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미군점령기의 암시장,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주, 전쟁 직전 번화했던 지하철역 등에서 만난 아무르 라는 야망 있는 청년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지하철 여행이 신지에게 알려준 것은 자신이 혐오했던 아버지가 험한 시대를 헤쳐온 아무르 였다는 사실이었고, 가족의 불화는 그의 아버지가 자신보다 어렸을 적 이미 그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씨앗은 작은 틈을 만들어 조금씩 그 균열을 키웠고 결국 자신의 불륜 상대 미치코가 사실은 아버지의 배다른 남매였다는 끔찍한 사실에 조우하게 된다. 사실 형의 죽음 또한 이러한 균열의 한 종류 였을 뿐이다. 같은 시간 여행자 미치코는 과거에 자신을 밴 어머니와 함께 계단을 굴러 떨어지며 자신의 출생을 막는 터무니없는 짓을 하지만 그렇다고 신지의 가족의 현재를 돌릴 수는 없었다.

 


 언뜻 지하철을 통한 시간 여행은 신지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역할을 하는 듯 보이지만 가족의 분열에 결정적인 사건이었던 형의 죽음이 필연적이었다는 사실, 자신의 불륜 상대는 배다른 남매였음을 ‘확인사살’ 하는 역할도 한다. 이토록 추한 현실 속에서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와의 관계회복, 미치코와의 미래도 아닌 자신을 둘러싼 가족이다.

 


 그는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가장의 위치에 있는 자신에 대한,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애정을 보인다. ‘그렇다. 지하철을 타고 가자.’ 지하철을 타고 일터로 향하는, 또 퇴근길에 가정으로 향하는 신지의 다짐은 작가의 후기처럼 추함 속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불륜이라는 자극적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갈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지만, 굳이 사용해야했을까 의문이 든다. 가족간의 갈등은 답답하고 무겁기 마련이며, 사실 난 아직 신지의 아버지 또한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크고 작은 균열속에서도 가정을 지키기란 매우 힘들다는 것, 그 복잡한 관계에 때론 묻어둬야 하는 일들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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