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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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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민주
댓글 0건 조회 5,678회 작성일 17-05-3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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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독재 – 강준만


“인간의 지성은 일단 어떤 의견을 채택한 뒤에는 모든 얘기를 끌어들여 그 견해를 뒷받침하거나 동의해버린다. 설사 정반대를 가리키는 중요한 증거가 훨씬 더 많다고 해도 이를 무시하거나 간과해버리며 미리 결정한 내용에 죽어라고 매달려 이미 내린 결론의 정당성을 지키려한다.” - 프랜시스 베이컨

 

위와 같은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자신의 선입견이나 주장을 확신하는 정보만을 선택하려는 경향이며, 자신의 주장에 반하는 정보들은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무시하려고 한다. 지식인들은 인터넷의 발달과 SNS의 탄생으로 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근하게 되면서 이런 편향적인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 했지만 결과는 정 반대였다. SNS에서는 가짜뉴스가 돌아다니고, 이를 실어 나르는 사람들로 인하여 확대-재생산 되면서 오히려 자신의 주장만들 뒷받침 하는 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온라인 커뮤니티는 극단화가 되어, 자신들의 주장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의견이 올라오면 사이버린치를 일으켜 모 아니면 도의 극단화 및 전체주의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현실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인데, 박사모 및 어버이연합과 현재 논란이 뜨거운 달빛기사단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언급한 집단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특정인이나 집단에 대한 맹신, 이에 반하는 의견이나 비판이 있으면 폭력으로 해결하거나 사이버린치를 일으키기도 한다. 자신들이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며, 이에 반하는 정보가 나오면 여론조작이나 댓글알바로 몰고 가거나 본질에 빗나가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본인들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또한 자신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비판을 가하면, 종북이니, 빨갱이니, 일베, 수구꼴통이라고 매도하면서 이분법적인 선악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본인들이 소위 진보라고 일컫는 일부 사람들의 행태가 현재 극우 세력의 행태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조금이라도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의견이 나오면 이분법적인 선악과 진영논리를 내세우면서 보수진영에서는 “너 빨갱이지?”로 상대를 매도했다면, 지금은 진보진영에서 보수진영을 향해서 “너 일베지?” 아니면 “친일파지?”라고 매도하면서 이성적인 논리보다는 감정적인 대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들이 증오하는 자칭 “애국보수”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 또한 19대 대선에서 20대들의 문재인 대통령의 투표 비율이 과반을 넘지 않고, 절반 정도가 유승민, 심상정, 안철수 등을 찍은 걸 두고 친문 네티즌들이 “반공교육에 세뇌되었다“, “무식하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 우월의식과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발언을 하고 있다. 투표를 하는 것은 국민이 침해 받지 않는 절대적인 기본권이며, 설령 옳지 않은 투표를 한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사람들 뽑아 손해를 보는 것으로 책임을 지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즉, 국민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지면 되는 것이다. 기호 1번이 아닌 2,3,4,5 번을 찍었다고 무조건적으로 매도하다기 보다는, 시간을 들여 설득을 하고 서로간에 용인될 수 있는 수준에서 비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지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껏 대한민국은 전체주의적인 분위기였고, 이를 타파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일부 지지자들의 극성스러운 행동은 또다른 전체주의를 낳을 여지가 충분하고, 현재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자칭 “애국보수”를 머지않은 미래에 대체 할 가능성이 있는 “수구”로 발전 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거기에 특유의 “선민의식”, 즉 우리 아니면 안되라는 우월감이 더해지면 종교단체와 같이 광신적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를 보는 보통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은 거부감이다. 오죽하면 진보언론이라 분류되는 한경오에서도 우려하고 있는 현상이다.

 

“팬덤은 이제 어디에나 있다. ‘야빠’도 있고 ‘앱둥이’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빠’와 ‘안빠’와 ‘박빠’가 있다. 정치인이나 정파를 팬심으로 바라보는 이들이다. 시민이 아닌 팬들이다. 정치학이 아닌 대중문화 이론으로 설명돼야 할 대상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을 ‘빠’로 표현하는 것은 심한 과장이겠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예외적인 소수로 치부할 수도 없다. 자신이야말로 정치적으로 가장 깨어 있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냉정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한다고 믿는 이들이다. 이 ‘지혜로운 비평가’들은 사실상 “감히 우리 오빠랑 사귀는” 걸그룹 공연 가서 훼방 놓는 팬들과 같은 이들이다.“ - 경향신문 사설(윤태진 연세대학교 교수)

 

이러한 팬심에서 나오는 극단적인 지지는 여러 논쟁거리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는 논쟁거리가 “국회의원 문자폭탄”이 되겠다. 24일 청문회에서 야당의원들에게 대대적으로 문자 폭탄을 보내 총리 인준안을 통과시키라고 압박을 넣은 해프닝이다. 물론 이런 해프닝을 “반민주적인 행위”라고 규정하였고, 여당 지지자들은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의사를 표현하는게 도대체 뭐가 잘못인가?"라고 반박을 하였다. 하지만 두가지 간과한 것이 있는데, 야당측에서는 본인들이 지난날 행했던 “반민주적인 행위”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이제와서 민주주의 운운하는 것이 여당 지지자들에게는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해석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여당 지지자들은 표현의 자유가 국회의원 개인의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해서는 안된다는 현대 민주주의의 원칙을 저버린 점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는 '다수의 폭주'를 견제하는 공화주의와, '사적인 개인의 보호'라는 자유주의를 받아들인 혼합적인 체제이다. 따라서 '현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국회의원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보호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탄핵정국으로 기껏 어렵게 얻어낸 기회이다. 그동안 누적되어온 권위주의와 전체주의의 폐해를 다른 방향에서 쌓아 올려서 후대에 줄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자신들은 과거 세대와 다르다고 우월감에 스스로 선민의식에 젖어 비판자들의 입을 막을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가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비판이 없는 지지의 극단적 행태는 문화대혁명 시기의 홍위병과 다를바가 없다. 각기 다른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해야 하는 사회에서 ‘정의’를 독점하려거나 이중잣대의 칼날을 휘두르는 이들의 미래가 위태롭게 보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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