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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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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성준
댓글 0건 조회 5,717회 작성일 17-05-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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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종말> - 모이제스 나임


날이 갈수록 권력의 영향력이나 지속기간 등이 짧아지고 있다. 요즘 세상의 권력자들은 그들의 전임 혹은 전전임 권력자들에 비해 위상도, 힘도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권력의 정의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본인의 의지에 반하거나 혹은 의지에 상관 없이 권력자가 원하는 행동을 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과거의 권력자들은 타인의 행동을 통제할 때 오늘날에 비해서는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었다. 주변의 잠재적 경쟁자 몇명만 견제하고, 필요에 따라 적절한 탄압을 행사하면 권력을 유지하는데 특별한 위협 요소가 많지 않았다. 예를 들어, 과거 왕조 시대에는 권력자들이 대를 이어 권력을 세습하는 것이 당연했다. 때때로 왕이 지나치게 무능하거나 난폭할 경우 반란이 일어나 체제가 전복된 적은 있었으나 그것은 극히 드물고 희귀한 경우였다. 비교적 멀지 않은 과거에도 국가 혹은 조직에서 대통령이나 장관급인 사람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대통령들의 말과 의지는 국가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실상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국가가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떤가?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매주 집회를 열고 반대시위를 한다. 대기업 총수의 스캔들이 몇몇 기자들에 의해 언론에 보도되자 총수가 직접 나와 해명하고 머리 숙여 사과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 권력의 힘이 약해지고 권력의 교체 시기가 짧아 지는 것이 직접 체감이 될 정도이다.


저자는 과거의 전통적 권력을 거대 세력이라고 칭했다. 국가 기관, 군대, 종교, 대기업 등이 전형적인 거대 세력이다. 그들의 권력은 거대한 집단으로부터 나왔고 일단 한번 형성된 권력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 권력을 견제하거나 해산시킬 능력은 비슷한 규모의 또 다른 거대 세력 외에는 딱히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철옹성 같던 거대 권력들이 개인 혹은 작은 규모의 미시권력에게 무너지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 혁신적 벤처기업, 반정부 세력, 시민 언론, 혹은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카리스마 넘치는 개인 등이 바로 그 미시권력이다. 야후가 구글에게 무너지고 GM이 테슬라에게 주가를 추월당했다. JTBC의 정호성 업무수첩 내용 공개가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의 불씨를 지폈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던 대한민국 국회의 양당체제가 다당체제로 개편되어 가는 움직임이 보인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거대 권력이 해체되어 가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많은 사람들, 특히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때 인터넷의 영향과 지정학적 변화를 주된 원인으로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보편적 통념과는 다른 해석을 내놓는데, 권력의 쇠퇴하고 주기가 짧아지게 되는 근본적 원인은 권력이 작동하는 환경 자체가 바뀐 것이라고 한다. 양적 증가 혁명, 이동 혁명, 그리고 의식 혁명을 들며 설명을 하고 있는데, 먼저 양적 증가란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력이 향상돼 권력을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온 반면 그들을 통제하기는 점차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1-3차 산업혁명 동안 인류의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그만큼 풍요로워지며 중산층이 급격하게 늘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더 풍족한 삶을 살 때, 그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 진다. 두 번째로 이동 혁명은 더욱 직관적이다. 과거 한 동네에서 태어나 거의 평생을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시대에는 그 지역의 권력 분포와 규율 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다. 하지만 풍족하게 사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이동 수단과 통신의 발달로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따라서 사람들을 통제하는 일은 더 힘들어졌다. 또한 인구가 이동하면 인종, 종교, 직업에 따른 집단 이주의 증가를 통해서든, 또는 권력을 약화시키거나 강화시킬 수 있는 사상, 자본, 신념의 전파를 통해서든, 주민들 사이와 내부에서 권력의 분포 상황이 변한다. 마지막으로 의식 혁명은, 중산층이 많아지고 그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그들의 기대 수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개발도상국의 증산층들은 선진국의 국민들을 보며 그들과 같은 수준의 삶을 꿈꾼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에서 사회 및 정치가 불안정한 근본 원인은 그 나라 국민들의 기대 수준이 정부의 능력보다 훨씬 더 빠르게 팽창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 혁명과 그것이 야기하는 단절은 기존 체제의 근간을 뒤흔든다.


비단 국가나 기업등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거대 권력의 힘이 약해지는 모습을 체감할 수 있다. 기업의 보스는 부하 직원들에게 과거와 같이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여사원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상사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공론화 되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업무에 태만한 정부 당국이 언론의 폭로 이후 급하게 뒷수습을 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요즘 국회의원들은 SNS의 발달로 인해 어떻게든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노력한다. 저자가 주장하기에도 미시권력이 거대 권력을 대체해 나가는 현상의 긍정적인 면을 밝히고 있다. 사회가 더 자유로워지고 유권자들은 더 많은 선거와 선택권을 부여 받는다. 더 많은 투자와 거래,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다양해진다. 하지만 저자는 부정적인 면 또한 함께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바로 국가가 자국문제를 해결하는데 영향력이 떨어지고 범죄자와 테러리스트, 악의적 비국가 단체들의 확산이 그것이다. 기존 거대 세력에 대한 실망을 활용해 변화를 약속하고 극적인 행동과 제안을 쏟아냄으로써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선동가들에게 좋은 무대를 만들어 주는 셈이 될 수 도 있다.


어떤 현상이던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미시권력이 거대권력을 대체해 나가는 현재의 흐름은 수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혁명이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고 과거에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시대의 변화를 포착하고 현상을 이해해야만 기회를 볼 수 있다. 현재 거대 권력들이 어떻게 해체되고 변화하는지, 그리고 어떤 미시권력들이 새로이 탄생하고 행동할지 예측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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