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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카레라스 마지막 월드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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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성준
댓글 0건 조회 4,720회 작성일 17-03-3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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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카레라스 마지막 월드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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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봄의 내음이 서서히 다가올 무렵 저녁 수많은 사람들이 단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가득 매웠다. 단순히 성악 공연을 듣고자 함이 아닌 이 공연만이 갖는 알 수 없는 아우라가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묘한 흥분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공연장 입구 쪽 밝은 조명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념 촬영을 하며 오늘 있을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었고, 살짝 어두운 조명의 공연장 안쪽에서는 오늘 있을 공연을 결코 망쳐서는 안된다는 암묵적 의식 아래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속닥이며 엄숙함을 지키고 있었다. 저녁 8시를 살짝 넘길 때 즈음 객석의 조명이 소등되고 무대 조명이 켜지며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를 비출 때 까지도 사람들은 엄숙함을 애써 지키고 있었다. 마침내 공연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마치 얼마나 그들이 이 순간을 기다려 왔는지를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퍼지며 나도 모르게 온 관객과 하나되어 무대 가운데에 선 전설의 테너를 향해 환호와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있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그리고 호세 카레라스. 쓰리 테너로 명성을 날리다 이제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전설의 3대 테너가 된 이 세 사람의 이름은 그동안 익히 들어 왔다. 특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네순도르마 (Nessun dorma)는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좋아하는 성악곡이어서 생각날 때 마다 다시 듣곤 하는 곡이다. 평소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것도 즐겨 하다 보니 성악곡이나 발성법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편이었다. 그러던 와중 호세 카레라스가 은퇴전 마지막 월드 투어를 갖는 중이고 올 3월 내한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티켓을 구매하였다. 얼마 전 학교 KI building 1층 hall 에서 초청 소프라노의 자선 공연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아름다운 발성과 울림에 온 몸에 전율이 일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전설의 3대 테너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한 성악가가 주는 감동은 도대체 어떤 것일지 너무나도 궁금하여 티켓팅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더욱이 은퇴 전 마지막 공연이라고 하니 더더욱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상상 그 이상이었다. 호세 카레라스가 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앵콜곡이 끝나는 순간까지 온 몸이 전율에 빠져 2시간을 조금 넘긴 공연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보통 노래를 배워보거나 아니면 노래 좀 부른다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소리의 길이 어떻느니, 흉강을 울려서 소리를 내야 한다느니, 혹은 두성 베이스를 써야 한다느니 등의 발성의 일반론적인 이야기들을 듣기 마련인데, 극한의 경지에 있는 성악가에게는 그런 말들이 모두 하찮은 것이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마치 호세 카레라스 전신에서 공명이 일어나며 관객들을 향해 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공연 내내 호세 카레라스 한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들었다.

 

호세 카레라스를 보러 간 공연이긴 하였지만 또 하나의 수확은 살로메 지치아였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 프로그램 북을 보며 그냥 한 소프라노가 나와 함께 협연을 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하였는데 정말 호세 카레라스의 카리스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지만 속에 강렬함을 담고 있는 멋진 소리를 만들어 내는 소프라노였다. 특히 호세 카레라스와 살로메 지치아의 듀엣 공연에서는 이것이 바로 하모니라는 것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듯 했다. 두 사람의 소리가 섞여 하나의 공명을 만들어 냈을 때의 전율은 호세 카레라스 솔로에서 받은 인상과는 또 다른 종류의 감동이었다.

 

호세 카레라스는 성악가로써 한창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을 40대 초반 무렵 백혈병으로 쓰러졌다. 수술 성공 확률은 매우 낮았고 누구도 그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는 기적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의 가장 빛나는 레코딩 및 영상물들은 대부분 병마로부터 복귀 이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노래를 향한 순수한 의지가 고난과 역경을 딛고 넘어섰을 때 얼마나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이 공연을 통해 확인한 것 같다. 단순히 세계 최고 테너의 공연을 본 것 이상의 뭉클함 감동을 느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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