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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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빌 콘돈 감독, 디즈니 제작
2017년 3월 '디즈니' 라는 브랜드에 열광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올해 디즈니 영화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미녀와 야수'가 개봉했다. 미녀와 야수는 4월 2일 현재 4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 있고, 오프닝부터 원작과 매우 유사하게 시작하면서 끝날때까지 원작 만화영화의 이야기를 거의 해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주목을 받았다. 음악과 동심에 대한 어떤 로망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뮤지컬 형식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등장인물들의 하모니와 눈이 즐거워지는 화려한 애니메이션의 영상미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미녀와 야수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주 먼 옛날 어느 나라에 이기적이고 버릇 없는 왕자가 살았다. 어느 추운 겨울 한 노파가 나타나 장미 한 송이를 내어 놓으며 잠자리를 청하지만 왕자는 이를 거절한다. 그러자 그 노파는 아름다운 요정으로 변신하면서 왕자에게 외면적인 것만이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말하며 왕자를 야수로 변하게 하고, 성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성 안의 가구들로 변하게 한다. 그러면서, 신비로운 장비의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기 전에 야수가 진실한 사랑을 하지 않으면 모두가 영영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저주를 남긴다.
한편,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똑똑하고 아름다운 미녀 '벨'은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벗어나 운명적인 사랑과 모험을 꿈꾸는 젊은이였다. 어느 날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아 헤매다 폐허가 된 성에 도착하게 된 벨은 그 성에 마녀의 저주가 걸린 흉측한 야수가 살고 있으며 야수 뿐 아니라 성 안의 모든 사람들이 저주를 풀지 못하면 영영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에서 탈출하려고 했던 벨이 숲속에서 늑대에 둘러쌓이는 곤경에 처하자 야수는 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어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고, 이는 벨이 야수에게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된다.
야수에게 벨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동안, 야수의 성에서 도망쳐 나온 벨의 아버지 모리스는 벨을 구출하고자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벨에게 마음을 품고 있었지만 매번 거절당했던 게스톤은 모리스를 이용해 벨을 자신의 아내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게스톤은 벨과 자신의 결혼을 반대하는 모리스를 처리하기 위해 늑대가 돌아다니는 산에 모리스를 버려두지만, 한 노파의 도움으로 모리스는 살아서 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게스톤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린 모리스는 되려 게스톤과 일당에게 당해 있지도 않은 야수를 보았다고 한 댓가로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받게 되어 정신병원으로 끌려갈 위험해 처하게 되고, 성 안에서 야수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가던 벨은 야수의 물건 중 하나인 원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 거울로 우연한 기회에 이러한 모습을 보게 된다.
마음이 급해진 벨은 야수를 잠시 뒤로하고 마을로 향하고, 마을사람들에게 야수에게서 받은 거울을 통해 야수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궁지에 몰린 게스톤은 거울을 빼앗고, 야수는 위험한 존재라면서 야수를 잡으러 가자고 마을 사람들을 선동한다. 결국 마을사람들을 야수가 사는 성으로 향하고, 게스톤은 야수와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벨을 그리워하면서 게스톤에게 당하기만 하던 야수는, 벨이 자신을 응원하러 온 것을 보고 결국 게스톤을 제압하지만 큰 상처를 입는다. 이미 야수와 깊히 마음을 나누고 있던 벨은 슬픔에 잠겨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야수에게 진실된 키스를 하게 되고, 결국 모든 저주가 풀리며 영화는 아름답게 마무리 된다.
결과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듯이 야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아름다운 미녀의 진정한 사랑이 담긴 키스를 통해 마녀의 저주에게서 풀려난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결말이지만, 결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단지 행복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오랜기간 여운에 젖어 있기에는 이미 머리가 너무 커 버렸나 보다. 영화의 초입에 왕자에게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과 함께 마녀가 저주를 걸지만, 결국에는 야수가 엄청난 미모를 가진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실제로 야수의 성을 찾아온 여자가 '엠마 왓슨'이 아니었다면 저주에서 풀려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화려한 음향과 영상미에 잠깐동안 가려진 내면의 생각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내세우기엔 너무나도 짧지만, 30여년 동안의 인생을 살아온 경험의 바탕으로 미녀와 야수를 다시 바라봤을 때, 어렸을 때 동화를 읽을때마다 매번 느꼈던 '권선징악', '해피엔딩'의 감동보다는 저주가 풀리기 전 야수의 모습이 뇌리에 스치며 묘한 씁쓸함이 출렁였다.
영화 수록곡중 야수가 공주를 마을로 돌려보내며 부르는 'Evermore'라고 하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의 앞부분은 아래와 같은 가사를 가지고 있다.
I was the one who had it all
난 모든 것을 가졌던 사람이였지
I was the master of my fate
난 내 운명의 주인이었고
I never needed anybody in my life
내 삶엔 아무도 필요치 않았었네
I learned the truth too late
진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지
I'll never shake away the pain
난 영원히 이 아픔을 떨쳐내지 못할거야
I close my eyes but she's still there
눈을 감아도 그녀는 여전히 거기 있네
I let her steal into my melancholy heart
나의 구슬픈 마음 속으로 그녀를 들였네
It's more than I can bear
그것은 내가 견뎌낼 수 없는 것이었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될 것만 같았던, 원하는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괴물같은 모습이 되어 버린 야수의 모습. 이러한 야수의 모습이 나를 그리고 나와 비슷한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되는 너무도 아리따운 공주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기다리면서 여러 방법으로 발버둥쳐 보지만, 희망이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모든것에 체념해 버린 그 야수의 모습이 어렸을 적 많은 꿈들의 빛이 바래져가는 많은 사람들이 모습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이미 어른이 된 지금도, 동화같은 이야기에 열광하나보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내게 걸린 저주를 풀어주는 아름다운 공주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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