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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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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5,516회 작성일 17-04-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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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향기』는 퍼즐이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꼭 맞물려 완성되어 있는 것처럼 단어 하나하나가 조화를 이루어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낸다.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기억일지라도 흩어져 있던 파편들을 모아 되살아난 기억은 한동안 머릿속을 유람한다. 그리고 그 일을 스스로 잊기로 하고 혼자서 비밀로 만들어 숨겨왔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책 소개글


‘수박향기’는 유년시절에 겪는 미스터리 한 일화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이다. 이 소설은 이야기만 있을 뿐 별다른 결론이 나진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싸늘하다.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날이 무색할 정도로 어린 날의 감정들은 으스스한 느낌을 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니 내 어린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별건 아니지만 굳이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 이기도 하다.


 


중학생의 나는, 주말에 학원을 안가는 날이 있을 때면, 해방감 보다는 왠지 모를 공허함과 무기력함을 느꼈었다. 나른한 주말, 부모님이 낮잠을 주무시러 안방에 가시고는 인기척 없는 거실에 혼자 앉아있곤 했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막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자신이 무기력하다고 생각했고, 자연광이 강렬하게 들어오는 거실 TV에는 재미없는 프로그램이 그나마 무기력한 거실을 채웠었다. 그 때 막연한 두려움까지 느꼈던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아무것도 안 하지만 불쾌한 기분이 지속된다.


학교에서는 (적어도 중학생 때는) 자질구레한 일들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친구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있는 편이 내 인생을 여유롭게 해주었다. 그때부터 사람 사이에 필요하지 않은 일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믿었던 것 같고 이는 지금도 똑같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 학원수업이 끝나면 셔틀버스보다는 이어폰을 꽂고 30분이나 되는 거리를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 했었다. 내가 버스에 의존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고, 밤에 노래를 들으면서 걸어가는 편이 더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가끔씩 밤거리가 무서울 때, 졸릴 때 후회하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끔 쓸데없는 고집 때문에 일이 복잡해질 때가 있다.


이런 감정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변함없이 느끼고 있다. 하지만 어렸을 때 더 선명하게 느꼈었고 더 일렁거렸던 것 같다. 내가 더 이상 평화로워 보이는 주말에 느꼈던 막연한 두려움, 부정적인 감정을 잘 형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문득 어린 작가가 그 선명한 감정들로 글을 쓸 수만 있다면 더 섬세한 문학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도서관에 가지런히 꽂혀져 있는 책들은 대부분 어른이 된 작가들에 의해 쓰여져 있다. 수박향기는 조금 달랐다. 어린아이가 글을 쓴 것처럼 감정의 미묘함이 잘 전달되는 듯 했다. 감정의 깊이는 아이라고 해서 더 얕지 않다는 생각 그리고 이 맥락에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소설책을 굳이 유아용, 청소년용, 성인용으로 분류하는 것도 별로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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