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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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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중건
댓글 0건 조회 6,349회 작성일 17-01-0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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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 다치바나 다카시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 아이 또한 대한민국에서 자라 평범한 삶을 살게 된다면 초중고의 정규과정을 거쳐 수능을 치르고 대학을 입학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과 획일화된 교육과정 속에서 머리가 굳어가는 것을 조금씩 느껴온 내가 별다른 생각없이 아이에게 같은 길을 걷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한국과 흡사한 교육과정을 가진 일본에서도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도쿄대의 현실을 고발하는 책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가 내 손에 잡힌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저자는 잘못된 교육제도가 불러온 고등교육의 지적 파국의 결과로, 교양이 부족한 채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바보’들에게 ‘교양인’이 될 것을 촉구한다. 여기서 말하는 ‘바보’라는 표현은 기본적인 지적 능력의 결여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콩도르세가 교육의 목적에 관해 설명한 대로, “교육의 목적은 현 제도의 추종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비판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라는 관점에서 볼 때의 바보이다. 도쿄대 교양학부의 임시강사로서 강단에 선 저자는 마주한 학생들에게서 교양의 부재를 느꼈고, 이렇게 된 원인이 지식의 세분화에서 비롯된 문과 지식과 이과 지식의 분리에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문과와 이과로 반을 나누면서 학습 범위를 좁히고, 입시 과목 이외의 다른 것에 대한 일체의 호기심과 탐구심을 초기에 진압 당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의 근간이 과거 고등학교의 설립 취지가 국민의 전반적인 교양인으로의 육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수요에 걸맞은 인력 양산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후의 피해를 복구하고 급격한 경제성장을 하면서, 필요한 인력 수요를 맞추기 위한 일종의 기계화된 시스템의 전문지식 대량생산이 바로 고등교육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시스템의 근본적인 결함은 학생들의 진로 결정을 대학이나 학과의 이름에 이끌려 무작정 선택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카이스트는 1학년에 무학과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전공의 선택을 미루고 폭 넓은 학문을 공부한 다음에 각기 적성에 맞는 학부를 선택하도록 장려하는 편이지만, 지금의 대부분의 대학들은 입학에서부터 학과 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 나름대로의 빈약한 지식을 바탕으로 독단적인 이미지를 그려서 진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학문의 최전선이 어느 지점에 이르러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지식 세계 전체의 조감도를 가져야 하며, 동시에 자신이 어떤 능력과 개성을 지녔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꾸준히 고민하는 성숙한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저자가 강조하는 교양을 함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작게는 지식 세계의 조감도를 가지기 위함이며, 크게는 일상생활에서 드러나는 도덕적 인격을 기르기 위함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교양을 쌓음으로써 다양한 지식을 골고루 갖춘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들의 몸담고 있는 대학원은 전문지식을 함양하기 위한 곳이며, 이를 통해 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들은 전문가라는 위치에 환호하면서 이와 반대의 개념인 ‘제너럴리스트’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낮은 수준의 ‘제너럴리스트’로 인한 편견이고 ‘스페셜리스트’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제너럴리스트’ 또한 존재하며 진정으로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이 ‘제너럴리스트’이다. 모든 거대 조직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사람, 정책을 기획하는 사람,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너럴리스트’이며, 기술 부분 출신의 대기업 임원들도 많지만 그들 또한 결국 ‘스페셜리스트’로써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고,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필연적으로 무엇인가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때 계획을 수립하는 능력에 필요한 지식과 이념의 체계가 바로 교양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굳이 임원과 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관점에서도 삶의 운용 능력 증진이란 관점에서 교양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덕목이 된다.


책에서 저자는 교양이 토론 형식을 통한 개인적인 교육을 통해 증진된다고 이야기 한다. 전문적인 지식은 실용적인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지만, 세상에 대한 자신의 인식 또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에 정신을 집중시켜 논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교양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이다. 머리 속으로 단순하게 지식을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입력된 지식을 사용하는 방법, 즉 지식을 토대로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교양이다.


저자의 현 교육제도에 대한 분석은 앞으로 내가 아이를 기를 때 명심하고 유념해야 하는 부분을 짚어 주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앞으로 시대에서 정형화된 지식만을 머리 속에 넣고 꺼내기만 하여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스스로 문제를 생각하고, 그것에 답을 내기 위해 지식을 습득하고자 하는 마음, 그러한 자기 학습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나부터 굳어버린 뇌를 풀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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