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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삶을 예술로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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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용준
댓글 0건 조회 6,012회 작성일 17-01-09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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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삶을 예술로 만드는가 

일상을 창조적 순간들로 경험하는 기술


프랑크 베르츠바흐 저




    프라하의 시내를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 위, 구시가지와 좌안 언덕 위에 우뚝 세워진 프라하 성을 연결해 주는 카렐교는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자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이다. 다리를 건너며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는 여행객들에게 다시없을 황홀감을 선사해주는 것은 비단 16개의 아치가 떠받치고 있는 고풍스러운 다리의 시각적 자극 뿐은 아닐 것이다. 다리의 시작부터 끝까지 양 가로 빼곡히 자리 잡은 예술가들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낮고도 묵직한 그리고 경쾌한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걸어가다 보면 마치 구름다리를 걷는 것과도 같은 환상에 젖어든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겹겹이 둘러싸 보이지도 않을 만큼 인기가 있었던 것은 관절 마디에 줄을 묶어 조종하여 움직이는 목각 인형 마리오네트 공연이었다. 유럽에서는 기술과 작품성을 인정받고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장르이지만 나에게는 조금은 생소하면서도 의아했다. 목각 인형 퍼포먼스를 똑같이 우리나라 시내 한복판에서 한다면 이토록이나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예술의 한 가지 장르로써 칭해질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예술이고 어디까지가 예술로써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저자가 말하는 예술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수공업, 사무직 등 어느 분야에서든 그 중심에 그것을 행하는 ‘인간’과 인간이 가진 ‘창조성’ 그리고 그것을 가꾸어 가는 ‘조형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며 예술의 개념을 확대시켰다. 예술은, ‘일상을 창조적 순간들로 경험하는 기술을 행하는 것’이라 정의하였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우리 자서전의 한 조각이며 삶과 일과 예술이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삶의 방식으로써의 창조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을 접하면서 창조와 일상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루틴에 시달리면서 불만을 느끼고 창조적인 무엇인가를, 그러나 정작 본인도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는 설명할 수 없는 그것을 마냥 갈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창조적인 사람 즉 일상의 예술가들은 일상에서의 불만을 토대로 자신의 인생을 창조해낸다. 현재 방식에 만족할 수 없어서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자 창조적 활동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대개는 우리 안에 숨은 불안과 비관주의적 태도 때문에 현실의 불만이 창조적 활동을 일으키는 동력이 되기보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어차피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암시하는 대중매체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안도하고, 비관론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들을 다소 경멸적으로 ‘좋은 사람들’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러나 바로 그들이야말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몰락으로부터 구해낼 사람들이다.

 

“태양이 없을 때 그것을 창조하는 일이 예술가의 역할이다.”

 

    창조성을 키우는 것은 의외로 쉬운 곳에서 출발한다. 바로 연습이 곧 예술이다. 일상의 루틴이 따분하다며 끊임없는 불만과 한탄에 휩싸인 채로, 새로운 해결책을 마냥 갈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지속적인 연습이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며, 창조성이란 오랜 세월 연습하여 획득할 수 있는 대가다운 실력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헌신적인 몰두가 창조성을 키운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내 스스로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평생 단 한순간도 그 준비에서 예외인 순간은 없다는 태도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를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또한 기술로부터의 자유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우리가 지닌 기술이 무의식 수준으로 스며들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 연습은 예술에 필수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연습이 바로 예술이다.

 

“여러분은 설거지를 할 때 잠시 후 마실 차를 생각하거나, 

얼른 앉아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가능한 설거지를 빨리 끝내려고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것은 여러분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그 시간을 살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설거지를 할 때는 설거지가 자기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어야 한다.”

 

    나도 가끔 책상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만 움직이고 있다가 흠칫 놀랄 때가 있다. 그럴 때 마다 일상에 회의감을 느끼고 무작정 새로운 것에 뛰어들고만 싶은 감정적 욕구가 솟구쳤다. 막연하게 어떠한 창조적인 것을 갈구하면서도 도저히 방법을 몰라 이내 포기하며 여태껏 뜨거운 피가 흐르는 것에 대한 부작용으로 치부해버리기 일수였지만, 이제는 조금은 알 것만 같다. 내 삶에 부차적인 활동이란 결코 없음을 명시하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지향하는 태도, 창작 수준을 높이기 위한 연습과 노력, 내외적인 조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힘써야겠다. 그리고 그것들을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에 끝없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오직 내 삶, 내 일에 대한 사랑임을 가슴 속에 새겨야겠다. 그것이 바로 인간을 뱃사공에서 항해사로, 제작자에서 창작자로 진화시키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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