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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티나 실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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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규섭
댓글 0건 조회 5,915회 작성일 17-03-1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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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티나 실리그

이규섭

 

  “~했더라면”은 아쉬움과 후회의 표현이다.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 그것들이 지금의 나와는 다른 또 다른 인생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뚝뚝 흘러내리는 구차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책의 서문을 통해 저자는 이 책이 고등학생 아들이 스무 살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며 작성한 자료들을 기반으로 했음을 밝혔다. (그리고 아들이 스무 살이 되던 해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자녀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어떤 사실을 알기를 바랐을까.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보면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가만히 앉아서는 배울 수 없는 삶의 지혜를 미리 깨달았더라면, 그럼 나는 좀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약간의 미련과 아쉬움,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젊은이들의 향한 선배로서의 애틋한 마음을 담아 이 한 권의 실전용 지침서가 쓰인 것 아닐까 추측해 본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신간도서란에 꽂혀 있던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선 ‘17살인 지금 내가 이 책을 읽는다면 나는 저자의 기대보다 더 앞서가는 것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는 얼른 뽑아 들었다. 이제 스무 살이 넘어서 이 책을 다시 보면서 나는 과연 스무 살에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었으며, 그래서 정말 ‘좋았었는지’ 되새겨 보았다.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많은 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셨지만, 가장 강조하셨던 것은 ‘도전정신’이었다. 도전이라 하면 무언가 어려운 것, 이루지 못하는 것을 결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버지가 늘 강조하시던 ‘도전정신’이란 해야 하는 것,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행하는 것을 의미했다. 고작 그걸 도전이라고 부를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되지도 않을 일에 홧김에 하는 도전보다 진짜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안정된 현재를 벗어나 방향을 알지도 못한 채 한 걸음 나아가는 도전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더 안정된 궤도를 향해감에 따라 이러한 별것 아닌 탈선이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는 것을 많이 관찰하게 된다.

  제1장의 ‘5달러 프로젝트’는 스탠퍼드에서 저자가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의 일환이다. 5달러를 가지고 2시간 동안 최대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학부 시절 수강했던 경영학개론 수업의 프로젝트와 상당히 유사하다. 소액의 기본금을 받아, 이를 얼마나 부풀릴 것인가. 개인 돈은 추가 금지. 도박성 사업 금지. 음주, 흡연 관련 사업 금지. 이 외에는 어떤 사업이든 가능했다. 얼마를 받았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5달러는 넘는 금액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5만 원 정도였을 것이다. 우리는 여럿이 모여 이 5만 원을 어떻게 부풀릴 것인지를 고민했다. 그러나 일확천금이란 없는 법이기에 나오는 사업아이템이란 죄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꾸민 도박성 사업이었다. 그중 최악의 아이템은 경품성 사업이었다. 돈은 많이 벌어야 하고, 줄 수 있는 건 없으니, 많은 사람의 돈을 끌어모아 소수에게 고액의 경품을 제공하고 나머지에는 경품에 당첨되리라는 희망을 파는 것이었다. 이런 멍청한 사업에 투자하는 소비자는 극소수였고, 그마저 동정심에 경품권을 팔아준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그 극소수의 참여자에게 해당 금액에 해당하는 경품을 제공한 뒤, 빠르게 사업을 접었다. 이내 우리는 가을학기면 학교 곳곳에 보이는 음식이며 잡화를 파는 ‘경영학개론 수강생’으로 변모하였다. 우리는 근처 마트에서 물만두를 대량으로 구매하여 이를 삶아 팔아 겨우 원금을 회수했고, 그 학기 무리한 수강 계획으로 시험마저 망쳤던 나는 처음으로 C 학점을 받게 되었다.

  물만두를 팔았단 사실이 후회되지는 않는다. 사실 호객행위는 조금 부끄러웠지만, 그 역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C 학점을 받은 것 역시 후회되지는 않았다. 다만 5달러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수십 배의 이익을 창출한 학생들은 애초에 5달러의 제약에 목메지 않았다. 돈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집중했고, 그 결과 재미있고 색다른 아이템을 제시할 수 있었다. 그 수업에서 일부 수강생들의 훌륭한 결과물은 나를 반성하게 했고, 수업이 끝나고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나 후회하게 되었다. 그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렸던 조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들은 해당 시즌을 이용해 K-리그 중요 경기의 좌석, 그리고 경기장까지의 교통수단, 그리고 그 전체 일정 동안의 식사와 간식 등을 모두 계획하고 사전 예약받는 여행패키지 상품을 기획했다. 사전예약을 통해 자금을 쉽게 수급할 수 있었고, 쉽게 준비 가능한 사업임에도 흔하지 않고 편리한 아이템은 학생들에게 충분히 매력 있었다. 구매할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분명히 그 사업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더 여러 곳을 뛰어다녔을 것이다. 반면 우리는 새로운 행동을 주저했고 편한 방법만을 생각했다.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가 아닌 원금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데 집중했기에, 그 안에서 바둥거려봤자 물건을 떼다 파는 수준의 장사 외에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었던 것이 당연했다.

  살다보면 의지와는 다르게 스스로의 시야를 좁히게 된다. 때로는 이 사실의 의식조자 하지 못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사회에 적응하면서 점점 복잡해지는 우리의 삶 속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게 어느 순간을 넘어서면 그 시야가 우리의 행동반경마저도 한정 짓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 가장 좋은 것은 매 순간 올바른 시야를 가지고 대상을 바라볼 줄 아는 것이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때로는 시야를 무시하고 좀 더 많이 움직여보면서 직접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해보는 것 또한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사실 책을 다 읽어보면, 결국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애초에 명확한 성공 지침서가 있다면 그대로 따라 살아서 모든 사람이 성공한 삶을 살지 않을까. 저자가 책에서 말했듯 이 책의 내용은 반드시 스무 살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더 많이 행동하고, 어떤 결과든 이끌어 낼 것. 단지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이후의 사후관리는 이 책이든, 지천으로 널린 자기계발서든, 아니면 지인의 조언이라도 받으면 해결 될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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