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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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 기욤 뮈소 지음
아프리카의 어느 한 나라, 의료봉사를 하러 온 올해로 막 60대에 접어든 명망 있는, 하지만 폐암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의사 엘리엇은 마지막 순간에 한 어린아이의 병을 고치지 위해 며칠에 한 대 밖에 뜨지 않는 미국으로 가는 헬기를 보내버린다. 아이의 병을 치료받은 부족장은 의사를 불러 한 가지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고, 의사 엘리엇은 30년 전에 세상을 떠난 그가 마음에 진심을 다해 품었던 유일한 사람, 일리나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부족장은 그에게 열 개의 황금색 알약을 주며 당부한다. ‘절대 그 여인을 보는 것 이외에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지 마시오.’
엘리엇은 두 번의 경험을 통해 황금색 알약을 먹고 잠이 들면 3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약 15분간 머무를 수 있게 되는 것을 알게 된다. 막 의사생활을 시작한 30살의 엘리엇은 30년 후 자기의 모습이 자신 앞에 나타나는 것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지만, 그 역시 미래에서 온 엘리엇의 지문과 자신의 지문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고 그가 미래의 자신임을 확신하게 된다. 또한,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책상에 메시지를 칼로 새겨놓는 다던지, 자신의 몸에 문신을 하는 행동이 60살의 엘리엇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 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60살의 엘리엇에게는 너무나도 사랑하는 딸이 있었는데, 그 딸의 존재로 인해 엘리엇은 일리나가 자신 때문에 죽는 다는 것을 과거의 자신에게 알려줘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만약 현재의 엘리엇이 과거의 엘리엇에게 일리나가 죽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 일리나를 살릴 수 있게 되지만, 일리나를 살리게 되면 사랑하는 딸의 엄마가 될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지금의 딸의 존재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었다. 운명이라는 인간의 힘으로써는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힘 앞에서 그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낸다. 일리나를 살려내지만, 그토록 사랑했던 30년 전 둘 사이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방법이었다.
자신의 생일, 30살의 엘리엇은 심각한 화상을 입은 환자를 앞에 두고 미국 반대편의 사는 일리나를 공항으로 마중나간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중, 미래의 자신이 앞에 나타나고, 그는 일리나를 살리고 싶다면 당장 일리나와의 약속을 지키라고 종용한다. 원래의 자신은 환자를 선택했었고, 실망한 일리나는 엘리엇을 만나러 오는 것을 포기하고 직장으로 돌아갔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사망하다는 것이었다. 30살의 엘리엇은 예정대로 일리나를 만나고, 죽음보다 더한 마음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일리나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하지만, 약의 지속 시간이 끝나 다시 60살로 돌아오게 된 엘리엇에게 야속한 운명이 선물한 것은 일리나의 사인이 사고사에서 투신 자살로 바뀌게 된 뉴스의 한 조각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일리나를 살려낼 수 있는 가망성은 남아있었다. 일리나는 즉사하지 않았고, 병원으로 옮겨진 후 수술 중 사망원인을 늦게 발견하여 사망한 것이었다. 의료기록을 뒤져 이러한 사실을 알아낸 60살의 엘리엇은 알약을 사용해 30년 전으로 돌아가 일리나의 수술을 직접 진행하여 일리나를 살려내게 된다. 다시 30년 후로 돌아온 엘리엇은 일리나가 살아있고, 세계의 환경을 위해 다방면으로 일하고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찾고 안도하며 폐암으로 인해 얼마 남지 않았던 생을 마감한다.
로맨스나 SF 장르에서의 ‘시간 여행’이라는 설정은 각종 소설, 드라마, 영화에서 빈번하게 다루어지는 소재라 잘못하면 독자들에게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는 보통의 연애소설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가슴 저릿한 아련함과 감동 이외에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십여 년 전쯤이었나, ‘나비 효과’ 라는 영화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발견한 ‘나비 효과’는 브라질에 있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개 짓이 미국 텍사스주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으로써,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소설을 찬찬히 읽다보면 과거의 어떠한 한 행동 때문에 죽었던 사람이 살아난 다든지, 혹은 가장 절친한 친구가 연락이 단절된 상태가 되는 등 30년 전의 엘리엇의 행동의 변화가 30년 후 현실을 판이하게 바꾸는 것을 계속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은 시간의 축 상에서 과거의 작은 날개 짓이 현재의 큰 폭풍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현재를 즐겨라’ 라는 슬로건이 유행한 지는 꽤 된 것 같다. 라틴어 ‘Carpe diem -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 로부터 유래된 이 슬로건은 나를 포함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다수의 ‘표류하는’ 청년들에게 자신들의 행동을 변명해주는 문장처럼 되어 버렸다. 당장의 만족, 당장의 즐거움, 당장의 쾌락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게 중요하지’ 라는 의식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 소설 속에서 30살과 60살의 엘리엇의 인생을 통해 보여 주듯이 현재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이고, 또한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현재의 행동과 마음가짐이다. 결국 우리의 인생의 시간 축을 과거, 현재, 미래라는 독립적인 영역으로 나누어 ‘현재에는 즐기고 미래에는 뭐 어떻게 되겠지’ 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자신의 운명을 수술해 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평범한 인간들은 이러한 능력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지금 당장의 쾌락에 충실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는 무슨 행동을 하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어떠한 표정을 짓고 어떠한 방식으로 대하고 있으며,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실한 방향과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찰을 하고 있는지, 즉, 미래와 과거의 인생의 모든 시간 축들을 포함하는 그 현재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다른 생각의 착안점을 주는 것을 배제하고서라도, 이 소설은 연애 소설만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과 설렘 또한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다. 앞의 줄거리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소설의 마지막에는 놀랄만한 반전 역시 포함되어 있으니 혹시 궁금하시다면 소설을 펴고 찬찬히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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