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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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란 무엇인가.
- 안경환
남자와 결혼, <성 소수자, 다름과 틀림에 대한 이야기>
세계 인권 담론에는 ‘성소수자’들을 일컫는 말로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라는 특별한 개념이 있다. 성소수자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다루는 중요한 인권문제 중 하나이고, 특히 EU에서는 이 문제를 회원국에서 정착되어야 할 모든 인권 문제 중 최우선 의제로 본다.
1. 미국과 한국 ------------------------------------------------------------------------------------------------
2015년 6월,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동성 간의 결혼이 헌법에 불합치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기존까지 혼인은 남자와 여자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긴 했지만, 그 이전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성립한다는 실로 획기적인 판결이다.
“결혼은 사랑, 믿음, 그리고 헌신으로 다져진 것이며, 이는 사회질서의 근간이다. 그 결혼에 차별은 있을 수 없다. 그들의 바람은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제도로부터 배제되어 외로운 삶으로 추방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법 앞의 평등한 존엄을 구하고 있다. 헌법은 이들에게 그러한 권리를 부여한다.”
이 판결로 인해 결혼의 의미가 본질적으로 달라졌다. 이제 많은 미국인들은 same-sex marriage라는 어색한 표현 대신에 marriage equality라는 새로운 어휘를 선호하게 되었다. 새 시대의 도래를 선언한 당당한 판결에 반색한 오바마 대통령은 승리한 당사자에게 축하전화를 걸어 ‘개인 자유와 자율을 찬미하는 미국 땅에 관용과 공존의 새 시대의 열린 징표’라고 말했다.
2013년 9월, 서울 청계천에서 김조광수와 김승환 두 사람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들은 석 달 뒤인 12월 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맞춰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사흘 뒤에 구청으로부터 불수리 된다. 그 이후 그들은 법정 투쟁을 시작했지만, 법은 그들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기존 대법원에서는 ‘무릇 혼인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정신적 결합으로 성립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강조한 ‘무릇’이라는 단어에는 역사적 당위와 국민적 상식이라는 사법적 확신이 담겨 있는 듯하다.
2016년 5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김조광수, 김승환의 신청을 각하했다. 판결문에는 세계적으로 동성혼의 합법화 추세가 현저하고, 시대의 변화가 가족 형태와 혼인제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동성혼이 법적으로 승인받지 못하면 각종 세법상의 가족공제청구권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더하여 ‘사법의 역할은 소수자라 할지라도 그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데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록과 상관없이, 법원은 ‘별도의 입법 조치가 없는 한 현행법의 해석으로는 동성 간의 혼인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을 맺었다. 법원은 법을 해석, 적용할 뿐 전면에 나서 사회변화를 주도할 수 없다는 ‘사법 자제론’을 내세우며, 새로운 시대정신에 대해서는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나마 의미를 찾자면 ‘무릇’을 내세운 대법원의 확신과는 달리, 현재의 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 의미가 있다.
법은 노인의 고집이 아니라 젊은이의 감각이라고 할까.
2. 세대 간의 차이 --------------------------------------------------------------------------------------------
책의 저자가 인권위에 재직할 당시, 인권위는 종합적인 차별 금지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법의 초안에는 성소수자가 차별로부터 보호할 대상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러자 기독교 학부모들의 항의집회가 이어졌다. “내 며느리를 남자로 삼으란 말이냐?”, “며느리가 혹시 남자냐?”
이에 반해 현대 젊은 사람들의 인식은 확연하게 다른 듯하다. 지난 몇 년 동안 대학마다 성 소수자 동아리가 생겨났고, 동성애 모임 자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동성애에 동조하든 반대든, 관심을 가지든 무심하게 보아 넘기든 학생들은 자유롭고 평화롭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다.
한때는 불치의 병인 에이즈가 남성 간의 성행위 결과라는 편견이 만연하면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이 가속된 적이 있었다. 기성세대의 편견과는 달리 동성애자 모임의 활동은 성행위 자체에 중점을 두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개인적 성향의 다양함과 성적 파트너의 자율적 결정권을 주창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대학생 회원 중에는 동성이든 이성이든 전혀 성경험이 없는 학생도 적지 않다. 적어도 대다수의 학생은 섹스는 사생활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며, 그 사생활 속에는 합의에 의해 섹스 파트너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3. 정치와 종교 ------------------------------------------------------------------------------------------------
2001년에 제정된 국가 인권위원회 법에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이 법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세계적 추세를 담았던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성소수자 문제는 일반의 관심이 높지 않았고, 종교 단체들도 특별히 주목하지 않았다. 성적이란 말이 학업성적을 의미하는 것으로 착각했을 거라는 우스갯말도 퍼졌을 정도이다.
동성애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삶의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였다. 모든 역사적 기록을 봐도 그렇다. 그 엄연한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는 시대와 여건에 따라 다를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동성애를 미덕으로 찬양하기도 했다. 진실한 사랑은 성인 남성과 세속적 가치에 때 묻지 않은 소년 사이에만 성립된다는 철학적, 미학적 신조도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다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정하기 시작한 데에는 유대-그리스도교 전통이 강하게 작용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기독교 정당은 ‘종북 좌파 척결’을 소리 높여 외쳤다. 그런데 4년 후인 20대 총선에서는 ‘동성애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혐오 대상으로 표기한 동성애에는 양성애자와 성전환자도 포함한다. 즉 이성애를 제외한 LGBT전체를 기독교의 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운동가들은 성경 구절을 정신적 무기로 삼는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빈도수에서나 표현의 적나라함에서 동성애자보다 여성이 더욱 혐오의 표적이다. 그러나 여성 혐오를 선거구호로 내건 기독정당은 없다.
영구적 기독교 정당의 설립을 추진하는 핵심 세력은 막강한 경제적, 사회적 자원을 가진 대형 교회의 목사, 장로 그리고 신자들이다. 이들은 국가적 위기를 내세워 내부 결속을 강화한다. 이들이 척결 대상으로 지목하는 종북 좌파와 동성애자의 실체는 사상과 윤리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들, 즉 자유민주사회의 적이 아니라 신봉자들이다.
2014년, 박원순 시장은 시민의 손으로 인권헌장을 만들어 그해 12월에 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공표하고자 했다. 이러한 선언에는 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응당 포함되어야 한다. 인권의 핵심은 소수자 보호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소수자 중에 성소수자도 포함되는가? 논쟁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시민이 절대 다수다.
그러나 이 당시, 일부 기독교 단체의 조직적인 반대운동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폭력사태도 뒤따랐다. 결과적으로 박 시장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내용을 헌장에 담을 수는 없다는 말을 남기며 이들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였다. 이렇게 서울시민의 인권헌장은 무산되었다.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 출신인 진보주의 시장에게 희망과 꿈을 걸었던 국내외 인권 단체의 강한 비판이 따랐다. (정치가)인권의 편에 서면 선이고, 반대편에 서면 악이 된다는 즉, ‘정치와 인권은 동지도, 적도 될 수 없다’는 교훈의 생생한 실례를 확인한 것이 아닐까 한다.
따지고 보면 세상살이에 영원한 선도, 악도 없는 듯하다.
어쩌면 선과 악의 구분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인류는 지금도 개명의 길을 걷고 있다.
그 개명이란 사람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다름이 결코 오염된 징표가 아니라는 이해와 확신을 공유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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