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헌법
페이지 정보

본문
벌써 수개월 째 매일 아침뉴스는 현 정부의 비선실세 개입,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에 대한 내용으로 도배가 된다. 혼란한 정국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유리한 위치를 잡아보겠다 또는 손해를 덜 봐야겠다는 여야 대치 상황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국민들은 답답함을 못 이기고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모여 대통령의 퇴진과 정치권의 무능함을 질타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박사모’ 라는 단체가 모여 대통령을 무조건적 옹호를 하고 있다. 이렇게 정국을 어지럽힌 주 원인 중 하나는 대통령의 담화문이다. 담화문에는 나라를 위한 대통령의 진심이 전혀 담겨져 있지 않고 간교한 정치적 술책들이 즐비했다. 이렇게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의혹을 받고 있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사법체계를 우습게 여기고 ‘從懷如流(종회여류)’ 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을 보호하는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란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덕분이다. 한나라의 대통령이라고 임기기간 동안 면죄부를 주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임기 중에 죄를 묻고 수사를 받아야 함은 당연지사고 형사처벌은 임기만료 후에 즉각 실시 되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사법체계 위에 대통령이 군림하는 구조니 대통령 및 측근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비리를 일삼는 것이 아닌가?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법체계를 당당히 유린할 수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대통령의 못된 양심과 더불어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엿 볼 수 있어 개탄스럽다.
이러한 사태의 책임을 비단 현 정부와 정치권에만 돌릴 수 없다. 정부와 국회의 많은 주요인사들은 국민의 선거로 뽑힌 사람들이다. 국민이 선거에 임하는 자세가 안일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나라를 위하거나 대의를 위해 고민하고 선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선거철 되면 후보들의 공약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고 후보자의 이미지, 고향, 학력, 여론과 자신이 좋아하는 당만을 바라보고 선거에 임하는 사람들이 많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을 존중한다. 더 자세히 말을 하자면 다수의 의견이 좀 더 현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을 하고 다수의 의견을 존중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서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현명한 국민들이 많지 않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우수한 두뇌를 갖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그 두뇌의 유연함이 없어지고 비현명해진다. 중국을 지배하는 사상 중 하나는 ‘중화사상’ 즉, 중국문화가 최고다라는 말이 있다. 옳고 그름을 벗어나 중국이 최고고 중국이 위협받는다면 분노적 단체행동을 유발시키는 극단적 사상이다. 일본과의 분쟁지역인 센카구 열도에 분노에 찬 중국어민들이 천 여척의 어선을 이끌고 밀고 들어가거나, 중국내의 일본차와 제품을 무작위로 부셔버리거나, 우리나라 서해에서 집단적 불법조업을 강행하며 살인적인 폭력을 일삼는 그들의 행위가 중국인을 뭉치게 하는 대국의 자부심 ‘중화사상’이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회도 ‘우리’를 소중히 여기는 관습이 많이 남아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가족, 우리마을, 우리지역이 위협받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혹여나 한 사람이 소신 있게 다른 목소리를 내더라도 이유불문하고 배신자로 낙인 찍어버리기도 한다. 유시민 작가가 국회의원 시절 국회에서 당의 이익과 배치되는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가 당의 뭇매를 맡았던 얘기가 생각이 난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개인의 철학과 생각을 갖고 의견을 행사하는 것에 아직 어설프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토론주제를 주면 공부 잘하거나 인기 많은 학생의 의견을 따라가지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주장하며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학생들은 드물다. 마찬가지로 어른들도 마음 속에는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혹시나 불이익 받을까, 혹시나 누가 반대 할까 봐 두려워하여 드러내지 않고 집단의 이익에 자연스럽게 맞춰가며 흡수된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국민이 뽑은 정치인들의 후안무치한 행동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면 정치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야 한다. 내가 뽑을 후보자의 철학과 공약이 현실가능성이 있는지 아니면 포퓰리즘인지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되어야 그 투표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모호한 마음가짐으로 ‘우리지역 사람이니 잘하겠지’, ‘그냥 잘 할 것 같다’, ‘이 후보는 느낌이 온다’는 비논리적 자신감으로 무당 같은 마음가짐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한테 되돌아 올 것이다. 후보자의 정치적 철학, 공약이 논리적인지 숙고도 없이 이미지와 공약의 화려함, 정치적 입지만을 믿고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한 당신이라면 지금 사태를 보면서 섣부른 한표가 무표보다 무섭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깊이 반성하길 바란다.
- 이전글진보의 실패 17.01.09
- 다음글명성황후 최후의 날 - 김영수 16.12.0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