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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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두달에 한 번은 신작 영화를 챙겨보고, 어떤 영화가 개봉할 지 꼼꼼히 체크하던 나의 영화에 대한 관심은 영화를 혼자보게 될 처지에 놓였을 때부터 점점 사라져갔다. 영화감상에 대한 관심이 점점 무덤덤해져가고, 가장 최근에 언제 영화관에 갔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때 즈음 약간의 관심을 끌게 만드는 제목의 영화가 한 편 개봉했다. '신비한 동물사전' 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월드 와이드 메가 히트를 기록했던 조앤 K. 롤링의 소설과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한권의 책 -해리와 친구들이 다니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수업에서 사용되는- 이 쓰여지게 되는 배경에 대해서 풀어내고 있어, 책읽기를 좋아하던 초등학교 시절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정확히는 당시 아역배우였던 엠마 왓슨) 에 빠져있던 나에게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그리고 '해리포터' 라는 한 스토리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관이 어떻게 거대하게 확장되어 가는지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하루 수천명이 아무렇지 않게 왔다갔다 하는 영화 상영관임에도 혼자 들어갈 때 왠지 어색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비어있을 내 옆 자리에 앉을 이름모를 누군가에 대한 작은 기대가 포함된 영화 상영에 대한 기대감과 영화에 대한 호기심에 오랜만에 조금은 설레는 기분이었다. 익숙한 여러 광고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난 뒤에, 본격적인 영화 상영이 시작되었다.
1920년대의 마법사회는 '그린델왈드'라는 잔인한 어둠의 마법사의 득세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이러한 시기에 1926년 11월 전 세계를 누비며 마법 동물을 수집하고 연구하여 책을 쓰고 있는 유럽의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가 뉴욕에 온다. 그가 뉴욕에 온 목적은 또 하나의 광활한 우주가 들어있는 그의 가방 속에 보관하고 있던 천둥을 일으킬 수 있는 거대한 새인 '프랭크'를 고향인 미국에 데려다 주려는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가방에는 수많은 종류의 '신비한 동물'들이 살고 있는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여러 종류의 '신비한 동물'들이 뉴욕 시내로 탈출하면서 그것들을 찾아다니며 잡으려고 고군분투한다.
한 편, 1926년의 뉴욕은 '검은 존재'가 수시로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미국 마법사협회의 대통령과 어둠의 마법사를 체포하는 경찰과 같은 직업인 '오러'의 수장인 그레이브스가 이를 추적하고 있었다. 뉴트 스캐맨더가 뉴욕에서 잃어버린 신비한 동물들을 찾고있을 그 때, '검은 존재'가 뉴욕 유명 신문사 회장의 아들이면서 대선주자였던 헨리 쇼우 주니어를 죽이고 도시를 파괴하는 등 인간과 마법 사회를 발칵 뒤집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뉴트의 가방속에서 비슷한 생명체가 발견되면서 이 모든 것이 뉴트의 소행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다.
이런 상황 가운데 그 '검은 존재'는 마법사 사회가 격리되지 않았던 시절 마녀사냥에 시달리던 미성년 마법사들이 마법을 억제하던 가운데 만들어낸 어두운 마법의 존재이며 그 자체로 파괴적인 것은 물론 숙주가 된 아이들 자신도 버티지 못해 죽어 매우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 설명되고, 그 숙주가 '크리던스'라는 청년이라는 것도 밝혀진다. 결국 '크리던스'의 제어불가능한 파괴는 뉴트, 그리고 미국에서 만나 뉴트와 연정을 싹틔워가던 티나에 의해 중단되지만, 결국 '크리던스'는 오러들의 일제 사격에 의해 소멸하고 만다. 크리던스가 소멸하는 그 순간, 오러들의 수장인 그레이브즈가 돌연 '마법사들이 숨어 살아야하는 법안에 난 더 이상 고개 숙이지 않겠다' 며 대통령과 오러들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그가 크리던스를 이용해 세계를 정복하려고 했던 사실들이 드러난다. 그 순간 뉴트가 뒤에서 자신의 동물들을 이용해 그를 기습하여 제압하고, 변장을 해제하는 마법을 사용하자 드러난 정체는 다름아닌 '그린델왈드' 였다. 대통령은 범인으로 몰렸던 뉴트에게 사과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마법 사회가 노출되었다고 우려를 표한다. 이 때 뉴트는 인간들의 기억을 지우는 독을 천둥새 프랭크를 이용해 뿌릴 수 있는 비에 섞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 놓는다. 이렇게 무사히 마법사회와 인간사회는 다시 평화롭던 나날로 돌아가게 되고, 뉴트는 티나와 작별하며 책을 완성하기 위해 다시 유럽으로 가는 배에 오른다.
영화의 줄거리는 속된 말로 약간은 유치한 면이 있다. 착한 쎈놈과 나쁜 더 쎈놈이 나와서 우주의 선한 기운을 모아 싸워 나쁜놈을 무찌르는 권선징악의 표본을 보여주는 마블의 몇몇 영화보다 낫다고 보기도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팡이를 든 마법사들과 몇몇 신기하게 생긴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이 영화는 한 달 동안 무려 전세계적으로 7억불을 벌어들였다! 전세계 메모리 분야를 선도하는 회사 중 하나인 SK하이닉스의 2016년 3분기 영업이익이 약 7억불(7260억)임을 감안할 때, 감히 상상도 못할 엄청난 돈을 한달만에 벌어들인 셈이다. 도대체 이 영화는 어떤 매력이 있길래 사람들에게 이렇게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을까?
앞서 영화에 줄거리에 대해 유치하다고 적어놓았지만, 사실은 영화가 끝난 직후 내 기분은 편안함과 감동이 뒤섞인 그 무엇인가였다. 스토리가 진부하고 유치하다고 생각한 것은 그 다음 잠깐 든 생각이었다. 사실 이러한 생각도 영화에 대한 내 긍정적인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아련한 그 어딘가와 연결되는 접점이 있었다. '해리포터'라는 세계관이 일주일에 두 번씩 내일에 대한 스트레스에 잠 못 이루는 지금과는 잠시나마 달리 천진난만하고 미화된 기억일지는 몰라도 아무걱정없이 순수했던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켜주는 통로가 되었던 것 같다. 아마 영화를 보는 20대 초반~30대 중반의 나와 비슷한 또래들도 잠시나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셀링 포인트라면 마법세계라는 영화의 아이템이 가지는 영상미의 잠재력일 것이다. 마법사들의 세계 - 라 함은 상상하는 것이 현실이 되는 바로 그 세계다. 지팡이 하나만 휘두르면 식재료들이 알아서 멋진 요리가 되어 접시에 담기고, 맘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지팡이를 쥐고 주문만 외치면 상당히 아프게도 만들 수 있다. 지팡이만 들고 팹에 들어가서 요상한 말을 뱉어내기만 하면 순식간에 소자가 만들어진다는 상상을 하면 얼마나 행복한가.. 이러게 무한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인간의 상상력들이 이 영화를 통해 넓디 넓은 스크린에 아름답게 뿌려진다. 가방속에 들어가니 존재하는 또 하나의 우주, 그 우주를 수놓는 아름다운 은하수들과 실제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이하고도 귀여운 '신비한 동물'들은 딱히 스토리가 없더라도 관객들에게 짧지만 강렬한 찬사를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나는 이러한 영화의 매력 포인트들을 '잘 만들어진 컨텐츠의 힘' 이라고 요약하고 싶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20여 년 전 처음으로 출간된 해리포터에 잠깐씩 등장하는 책의 제목일 뿐이다. 주인공인 '뉴트 스캐맨더' 또한 해리포터가 다니던 마법학교인 '호그와트'의 지도 구석에 조그맣게 써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영화를 개봉전부터 눈여겨보게 되고 보는 중에도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 '신비한 동물사전'은 모두 5부작으로 구성될 예정이므로, 앞서 언급했던 엄청난 수익은 시작에 불과하다. 또한, 이렇게 짜여진 '해리포터' 세계관의 확장성의 범위는 내가 앉아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사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너무 빨리 앞으로만 나아가기로 해서 언제 넘어질지 모르는 첨단 기술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연구에 스토리가 있는가, 내가 달려가고 있는 인생은 단지 조금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깊은 고찰과 내부로부터 다져지는 탄탄한 실력, 그리고 성숙된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 내 인생의 컨텐츠들을 나는 지금 정말 신중하게 만들어내가고 있는 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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